분래 이모를 위하여
권말선
이름 없이 스러져간 소녀를 기리는
작은 소녀상 책상위에 올려놓고
<조분래>라고
이름 붙여 주었다
일본놈들에게 끌려가
울며 몸부림치다
한 달 만에 주검 되어 돌아왔다는
분래 이모 생각하며
자그만 키에
작은 눈 작은 입술
밤볼에 낮은 콧등
손발도 유난히 작고
부끄럼 많이 타는
열다섯 살 소녀
어머니와 또 나와
닮았을 우리 이모
지금쯤 이모는
새가 되었을까
나비가 되었을까
외할머니 품에 안겨 평화로울까
풀지 못한 한이
불현듯 심장을 헤집을 때면
분노와 고통에 떨며
빠알갛게 울고 있지는 않을까
사죄를 모르는 저 일제 순사놈들과
아직도 우리 땅 넘보는 전쟁귀축들과
우리 민족 괴롭히는 일본극우들에 맞서
<조분래> 그 이름으로 함께 싸워야지
침묵 깨고 당당히 일어선 모든 할머니들과
죽음 너머에서 '평화나비'로 돌아 온 소녀들과
만사람이 하나로 딴딴히 뭉쳐 싸워 이겨야지
소녀들 앞에 할머니들 앞에 무릎 꿇려야지
볼을 타고 주륵 흐를 듯
그렁한 눈물
꼭꼭 말아 쥔 주먹
앙다문 입
맨발의 단발머리
분래 이모 바라보며
이겨야지, 꼭 이겨야지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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