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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권말선/가끔 힘들어하고 우울해하는 그대에게(첫번째 시집)104

그녀가 지나가는 시골풍경 그녀가 지나가는 시골풍경 권말선 칠월의 햇살이 옥수수 잎에 가득합니다 바람이 그녀의 치맛자락을 하늘하늘 흔들어 줍니다 하이얀 원피스의 그녀는 하이얀 양산을 받쳐들고 하이얀 햇살을 헤집고서 푸르른 논두렁위를 가볍게 걸어갑니다 그녀 지나는 발자국 소리에 논두렁에 나앉았던 어린 개구리들 놀라 퐁당! 논 속으로 뛰어듭니다 환갑을 넘기셨을 반백의 그녀가 논두렁길을 총총 떠나갑니다 그녀가 지나가는 논길을 따라 우리도 줄지어 걸어볼까요. 칠월의 햇살아래 내마음도 하얗게 떠나갑니다. 2014. 3. 17.
일년동안 일년동안 권말선 단 하루, 한 순간도 그대를 잊은 적 없었네 맨 처음 바라보았던 그날 이후로 2014. 3. 17.
하루 하루 권말선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던 긴 하루 흘러갔다. 이렇게 살면 안되는 거라고 다짐을 다짐을 했었지만 오늘을 또 빼앗겨 버렸다 누구의 탓도 아니다 내 마음을 네게 준 뒤로 이렇게 흘려 보내는 하루가 쌓여 간다고 해서 너를 탓하거나 너를 잊을 수는 없는 일 쓸고 닦고 챙기고 가꾸고 키워야 할 내 몫의 하루를 너만 바라보다, 너만 생각하다 그렇게 보내 버리고, 내일은 그러지 말아야지 멍하니 시간이 떠나가는 걸 의식도 못하고 있진 말아야지 쓸고 닦고 챙기고 가꾸고 키우고 그리운 너도 한껏 생각하며 후회없이 살아야지 저물어가는 이 하루가 조금은 아쉬워진다 2014. 3. 17.
모래밭 추억 모래밭 추억 권말선 맑은 물 유유히 돌아 흐르는 강가 너른 모래밭 우리 그립던 사연을 발자국마다 뿌리며 한참을 같이 걸었네 모래밭 그 많은 모래알보다 사북한 그대 情을 꼬옥 품고 살리라 생각했네 기인 모래밭으로 푸욱 푹 발걸음 내 딛으며 검게 그을린 그대 얼굴 잠시 건네다 보았네 사막같은 내 삶에 그대 나의 오아시스라고 맑은 강물이라고 말하고 싶었네 내 마음 지금도 그때처럼 뽀얀 모래밭 그대와 함께 걷고 있네 2014. 3. 17.
얼마나 좋을까 얼마나 좋을까 권말선 내겐 오직 당신 뿐 이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행복할까 사랑하는 사람이 보고싶을 때 선뜻 수화기를 들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좋을까 사랑한다고 말하면 나도 너를 사랑한다고 대답할 수 있음은 얼마나 큰 축복인가 그리움에 잠이 깬 새벽녁 창 하나를 열면 서늘한 공기따라 안겨드는 그대 눈빛 그대 목소리 맑은 하늘 아래 햇빛 따사로이 받으며 우리, 손잡고 나란히 걸어 볼 날 오겠지 얼마나 좋.을.까 2014. 3. 17.
손톱 손톱 권말선 손톱, 사랑을 향해 조금씩 자라나는 투명한 그리움 손톱 정성스레 다듬는 날은 그리워 쓸쓸해 진 맘 달래 보는 날 봉숭아 꽃물 예쁘게 들이면 사랑도 빠알갛게 영글어갈까 손톱 쉬지 않고 자라나지만 사랑은 여전히 멀리에 있네 2014. 3. 17.
몸살 몸살 권말선 아팠어요. 거울을 보면 글썽이는 눈망울의 낯선 여자가 눈물 떨구지도 못한 채로 서 있었죠 아팠어요. 가슴에 박힌 묵직한 통증은 이내 온 몸으로 퍼져 세포 곳곳을 찔러댔죠 허나 걱정은 말으세요 가볍거나 심하거나 이렇게 한차례 휩쓸고 지나 가면 쓸쓸해도 또 한동안은 견뎌지니까 아니예요 아주 조금 아팠을 뿐예요. 출렁이는 그리움 다 못삭인 어리석은 제 탓이지요. 2014. 3. 17.
비 내리는 밤 비 내리는 밤 권말선 비 내리는 봄 밤, 당신 생각에 젖어 창가에 머리 기대고 서서 멍하니 창 밖 바라보네 빗줄기, 창문에 두근대는 소리는 마치 저- 어느날의 젖은 당신의 목소리, 목소리처럼 들려 오고 울먹이는 가슴으로 창가에 기대어 비껴 흐르는 당신 모습 바라보고 있네. 네온등 붉은 입술은 빗물에 씻겨 촉촉히 흘러 내리는데 당신, 당신도 지금 두근거리며 설레이는 빗줄기, 저 빗줄기 바라보며 창가에 기대 서서 내 모습 보고 있는지 바라 보고 있는지... 2014. 3. 17.
방황 방황 권말선 긴 길을 걸어 가고 있네 내게 주어진 단 하나의 길 내 마음엔 다른 길이 있네 또한 걸어 보고 싶은 미지의 길 가지 못할 길을 동경한 탓에 발걸음이 점점 무거워지네 길은 아직 멀고 먼데... 언제고 꼭 그 길을 걸어 봐야지 맨발로 걸어 봐야지 나는 뜨거운 햇살을 받으리라 시린 눈밭도 밟아 보리라 힘껏 달려 보리라 그 길 위에 누워 하늘을 보리라 고 중얼 거렸네 걷다 말고 길 위에 멈춰 서서 글썽이고 있는 나를 보네 끝도 없는 길 위에 울고 서 있네 2014. 3.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