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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권말선/가끔 힘들어하고 우울해하는 그대에게(첫번째 시집)104

어떤 꽃 이야기 어떤 꽃 이야기 권말선 3월도 오기 전에 피어난 꽃은 이름도 모르는 흰꽃이예요. 작은 방 창가 화분 속에는 헝그리 정신으로 꽃을 피워낸 키다리 흰꽃대장 살고 있어서 아침마다 우렁차게 호령을 해요. 장딸막한 꽃나무는 추위에 얼어 죽었고 어디서 날아 왔는지 족보도 모르는 녀석 - 말라깽이 풀꽃이 이제는 대장이지요 이끼풀도 꼼짝 못할 키다리예요. 사실 말은 안했지만 속으론 그 녀석을 존경한다우 한겨울 창가 베란다는 무지 추워요 나는 가끔 물주는 걸 깜빡하구요 꽃나무가 얼어 죽은 건 너무도 당연한 일 그런데 그 녀석은 꽃을 피우니 추위와 배고픔과 무관심도 아랑곳없이 3월도 오기 전에 피워냈으니 정말로 그 녀석이 기특하구요 용감무쌍한 멋쟁이 같아요. 물 주러 가는 길에 슬쩍 다가가 너같이 멋진 꽃은 첨본다고 꽃잎.. 2014. 3. 17.
사과를 깎으며 사과를 깎으며 권말선 나도 이 사과처럼 껍데기를 벗고 부끄럼없는 하얀 속살로 당신앞에 환희 웃을 날 있을까요. 나를 다 내어주고도 더 주지못해 안타까운, 화려하지 않아도 커다란 마음를 가진 그런 사랑이고 싶어요. 동그랗게 껍질을 깎아 예쁜 접시에 담아 내면 내가 당신께 드리는 건 조촐한 휴식의 제물, 사과보다 향긋하고픈 내 안의 사랑. 피곤한 저녁의 한 순간 사과 한 알 속에 가득 찬 달콤함과 여유를 당신께 바칩니다. 오늘은 나도 사과가 되어 내 가진 모든걸 당신께 드리고 싶어요. 2014. 3. 17.
고백 고백 권말선 아름다운 사람이여, 그대 내 마음 알고 있나요 그대가 만약 내게 손 내밀면 나는 말없이 그 손을 잡을 거예요 그대 내 말 듣고 있나요 여전히 그댈 사랑하고 있어요. 내게로 한걸음 더 다가오세요 나 여기서 그댈 기다리고 있어요 2014. 3. 17.
포장마차 연가 포장마차 연가 권말선 그대여 오늘은 단둘이서 호젓한 강가 포장마차에 앉아 우동 한 그릇에 소주 서너 잔 나눠 마시자 달님과 별님들의 노래에 귀를 맡기고 맑은 소주잔 가볍게 부딪히면서 사랑도 마시고 꿈도 마시자 술 한 잔에 취하고 그윽히 바라보는 그대 눈길에 또한 흠뻑 취하고 싶어라 강물에 잠든 어린 고기는 내일의 여정을 앞에 두고 설레이며 뒤척이겠지 마지막 술잔을 모두 비우면 우리도 손잡고 함께 떠나자 아무도 모르는 동굴속으로 그대여 우리 오늘은 천막으로 지은 자그만 별장에서 입술이 앵두처럼 보일때 까지만 술을 마시자 2014. 3. 17.
어비리 저수지 어비리 저수지 권말선 경기도 용인시 이동면 어비리 저수지 푸른 바람따라 물결 일렁이네 걸음을 멈추고 그 작은 바다를 보네. 마을을 한바퀴 쓰다듬고서 바다야 너는 어디로 흘러 가니 갈릴리 바닷가 고기낚던 어부는 그물을 버려 두고 몸만 떠났네 어비리 저수지 푸른 바람 푸른 비린내 손짓하는 물결은 지나는 행인마다 불러 세우고 낡은 저 그물을 던지라 하네 던져 보라 하네 2014. 3. 17.
사랑을 시작하기 전에 사랑을 시작하기 전에 권말선 사랑을 시작함에 있어 먼저 오가야 할 것은 미소 혹은 웃음. 어느날 뜻하지 않게 아름다운 사람을 발견하였다면 그를 향해 살며시 아니면 환하게 웃어 보기를 그 순간에 그와 눈이 마주칠 수 있다면 더없는 행운이겠지 사랑이 이루어지지 못한들 어떠리 그 찰나, 그대가 아름다운 한 사람을 향해 환히 웃었던 순간은 그대 영혼이 순수에 가득차 빛나던 때 별보다 꽃보다 아름다운 미소로 인해! 사랑을 끝내고 돌아설 때도 그처럼 환히 웃어 보일 수 있으면 이별도 그리 슬프지만은 않으리 사랑을 시작함에 있어 먼저 준비해야 할 것은 따뜻한 가슴 어느날 누군가 그대 향해 환한 웃음을 짓는다면 그 웃음을 전부 가슴에 껴안아라 2014. 3. 17.
떠날 시간 떠날 시간 권말선 이제 갈 시간 떠나야 할 시간 추억을 접어 서랍에 넣고 영원히 돌아오지 않을 발길 옮길 시간 떠날 수 있음에 대한 행복 그대와 나누었던 사랑과 눈물에 고마움을 전하고 그대와 함께 꾸었던 여린 꿈과 그대 가슴에 자리한 오랜 기억들 모두 지우길 바라며 그대 가슴에 기대어 울었던 짧은 행복을 두고 이제 갈 시간 떠나야 할 시간 그대와 나의 사랑이 비로소 자유로와지는 시간 2014. 3. 17.
완행버스를 타고 기차역으로 완행버스를 타고 기차역으로 권말선 나는 떠날 수 있을까 - 완행버스 창가 자리에 앉아 햇살 얼굴가득 받으며 햇살에 취해 깜빡 잠이 들기도 했다가... 낯설은 이름의 정류장에서 내리는 사람들. '화산리'라는 이름의 동네에도 알고보면 나같은 모양을 한 사람들이 살 거라고 그들 모습도 다 똑같을 거라고 생각하며 아이 하나 안은 중년부부 좁은 길로 멀어지는 모습 물끄러미 바라보는 사이 다시 완행버스는 움직이고 '화산리'에는 화산이 있는 걸까 옛날에 화산이 분출한 곳이었을까? 아까내린 중년부부는 늦게 아이를 낳았나보다. 남자는 키가 크고 더벅머리였으나 온순해 보였고 여자는 뚱뚱하고 이쁜 얼굴은 아니었지만 "내려요"하는 부드러운 목소리에 남편에 대한 존경심이 묻어 있었지. 작은 아이를 걸쳐 안은 남자와 무거운 짐을.. 2014. 3. 17.
이별에 관하여 이별에 관하여 권말선 1. 그대 눈물을 닦아 줄 성숙을 위하여 이별을 기뻐하자 슬픔이나 고독은 이미 이별 이전에도 함께 있었던 사랑의 친구가 아니었던가 창틈으로 새어드는 차가운 바람 그보다 몇 배 시린 아픔이라야 이별의 참 맛을 느낄 수 있으리 오늘이 우리 생애의 끝이 아니라면 어둠에 주저앉아 울지 말고 희망을 안고 일어나 걸어야하리 단 한순간 만이라도 친구여, 그대 사랑이 정열에 불타올랐었다면, 그의 눈빛에 휘감기는 그대 영혼의 떨림 그것이 있었다면 더 이상의 미련은 남기지 않아도 좋으리 2. 이별은 슬며시 곁으로 와서 먼나라로 가자고 손을 이끄네 이별이 내게로 와서 먼나라로 가자고 손을 잡는데 무어 그리 고마운 일이라고 슬며시 손 잡은 이별을 덥석 안았네 사랑하는 순간부터 헤어짐을 기다렸네 3. 사랑.. 2014. 3.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