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붉은 꽃송이
- 국가폭력에 쓰러진 백남기 선배의 뜻을 새기며
권말선
간밤 장대비는 세찼다
강언덕 끝에 선 동백
굵은 빗줄기에
마구 휘둘리다
거치른 자갈밭 위로
후두둑 뚝
떨어져 누운 저 꽃송이는
피다, 시뻘건 핏덩이다
휘감는 물살에 채이고
바람에 떠밀리면서도
봄이 올 때까지는
더 붉어져야 한다며
애타게 몸부림치는
심장의 펄떡임이다
모진 겨울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절벽 끝에 선 이에게
바람은 더욱 시리다
더 가까이 더 많이 모여
이 겨울 이기라 한다
떨어져 누운 붉은 눈물로
저기 멀리서 오는
봄을 가리키며 견뎌내라 한다
이보다 더한 빗줄기가
때린다해도
뒷걸음치지 말고
싸우고 또 싸워
기어이 이겨달라 한다
승리를 움켜쥔 그 날
저 들판에 푸른 함성
와륵 뿌리라 한다
저 들판에 푸른 깃발
펄펄 휘날리라 한다
다시는 빼앗기지 않을
그대와 나의 푸른 땅에
푸른 꿈
푸른 밀밭
푸르른 생명
가꿔내라 한다
저 혼자 비바람 다 맞고
떨어져 누워버린 동백꽃
검붉은 핏덩이의
떨리는 외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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