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통령의 변신
<분석과전망>박대통령은 반북대결노선을 왜, 대북대화노선으로 바꾸었을까?
자주통일연구소 한 성
반북대결노선의 심화
그동안 박근혜정부의 반북대결노선을 가장 철저하게 관철시켰던 사람이 누구인지 모르는 사람은 없다. 어려운 문제가 아니다. 초등학생도 맞출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 자신이다.
가장 앞장에 섰다. 그리고 가장 격렬했다. 내용은 세 가지가 단골이었다. 북핵과 북한 인권 그리고 이른바, 북한의 공포정치였다. 때를 가리지 않았으며 나라 안팎에 상관 없이 장소도 가리지 않았다.
때문에 박대통령은 북한으로부터 차마 입에도 담기 어려운 욕 등 괴이한 험담을 많이도 들어야했다. 한민구 국방부장관이나 최윤희 합참의장 윤병세 외교부장관 등도 북한으로부터 욕을 듣기는 했지만 박대통령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박대통령의 반북대결노선은 8월 4일 비무장지대 지뢰폭발사건을 계기로 삼아 본격적으로 심화되기 시작했다.
확성기를 다시 틀었다. 11년 만에 재개된 최고의 대북심리전이었다. 한 발 더 나아갔다. 북한을 향해 29발의 대포를 퍼부었다. 한발로 반경 20m의 구덩이를 만들 정도로 위력적인 155mm 자주포였다.
박근혜정부의 반북대결노선 심화는 북한의 대응과 맞물려 급기야 남북무력충돌 위기를 불러왔다.
세계가 주목했다. 자제하라는 압력이 들어오기도 했다. 대표적으로 중국 그리고 러시아였다. 미국은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일시 중단하는 전술적 조처까지도 취했다.
많은 국민들이 전쟁 공포를 실감하기 시작했다. 북한이 공언한대로 확성기를 격파하게 된다면 국지전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접경지역 주민들은 말할 것도 없고 많은 사람들이 잠을 설치는 밤을 보내야했다.
대북대화노선으로의 변신
사람들의 전쟁공포감, 세계의 불안감을 해소시켜준 것은 무박4일 간 진행되었던 남북고위급접촉이었다.
남북고위급접촉은 박대통령의 반북대결노선을 심화시킨 원인이면서 동시에 내용이었던 지뢰사건과 확성기 문제를 일거에 해결해버렸다.
사람들이 환호했다. 일각에서 볼 멘 소리가 없지는 않았다.
"북한은 사과하지 않았다"
천영우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이 25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지뢰사건에 대해 북한이 유감을 표명한 것에 대한 견해였다.
그는 "북한이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며 유감을 사과로 보는 것은 억지해석이라고 했다. 그는 천안함 사건을 그 비근한 예로 들었다. 그때도 북한은 자신들은 천안함 사건과 전혀 관계 없지만 무고한 군인이 침몰해서 사망한 데 대해서 유감을 표현했다고 했다.
그는 북한이 말장난 한 것이라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큰 마음 먹고 시작한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한 것은 이해가 안 된다’며 확성기 중단에 대한 아쉬움을 표했다.
그렇지만 남북고위급접촉은 남북무력충돌위기를 해소한 것이 다가 아니었다. 추석 이산상봉을 비롯하여 민간교류 활성화 그리고 특히 남북당국회담까지 합의해낸 것이다.
남북고위급접촉은 그렇듯 남북무력충돌 위기를 해소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남북관계 개선의 계기까지 만들어냈다.
8월 25일, 사람들은 박대통령의 반북대결노선이 대북대화노선으로 전환된 것을 그렇게 확인할 수 있었다.
아직은 알 수 없는 변신의 이유
박대통령은 자신이 가장 강력하게 관철하고 있었던 반북대결노선을 그렇다면 왜, 몇 일 사이에 전격적으로 대북대화노선으로 바꾸어야했던 것일까?
조심스러운 추정이지만 북한의 대응과 관련이 있는 것인지도 몰랐다.
북한은 지뢰사건을 남측군부의 자작극이라고 했다. 확성기에 대해서는 48시간의 말미를 주며 조준타격을 하겠다고 했다. 북한은 이어 준전시상태를 선포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북한의 정예 특수부대 요원들이 전방지역으로 전개되었다는 것을 국민들에게 신속하게 알렸다. 이어 평안북도 철산군에 있던 공기부양정 10여 척을 서해 북방한계선(NLL)에서 북쪽으로 60여㎞ 거리의 고암포로 전진 배치했다는 것도 알렸다.
준전시상태에 걸 맞는 태세로 이해하면 될 것들이었다. 전투기 등 공중 전력을 격납고인 '이글루'로 옮기고 일부 기종은 비행기지를 바꿔 전개하는 것 등도 같은 범주였다.
그렇지만 군사전문가들이 경악했던 것이 있다. 북한이 잠수함 전력을 대거 기동시켰다는 것이 그것이다.
북한의 잠수함 수십 척이 동·서해 기지를 이탈해 바닷속으로 사라졌다. 미국의 그 어떤 감시자산도 그 위치식별을 할 수 없게 되었다. 동.서해에서 전개되고 있을지 혹은 미군기지가 있는 하와이 근처에로 방향을 잡았는지 알 수 있는 군인은 없었다.
더 큰 충격은 기동한 잠수함이 무려 50여척에 달한다는 것이었다. 6.25전쟁 이후 최대 이탈률이다.
북한의 준전시상태 선포가 단순히 남북무력충돌에 국한한 것이 아니라 결정적으로는 대미태세임을 가장 극명하게 드러내주는 대목이다.
이것은 지뢰사건으로 긴장이 팽팽해지고 그 긴장이 확성기 재개를 통해 위기로까지 발전하자 북한이 그 모든 것을 압도해버리는 더 큰 판을 주동적으로 짜고 들었음을 보여준다.
군사전문가들은 '강경에는 초강경에로' 맞선다고 했던 북한의 기질을 생생하게 실감할 수 있게 된다는 토로들을 했다.
이와 관련, 북한 입장을 대변해 온 <조선신보> 26일 보도는 참고할 만하다.
신문은 ‘북남 고위급 접촉과 8.24합의를 이끌어낸 영도술’이라는 해설기사에서 “화를 복으로 전환시킨 일대 반전극은 북의 영도자가 내린 사생결단에 의해 마련된 것”이라고 했다.
“그 어떤 도발에도 끄떡하지 않는 북의 단호한 입장과 국면전환을 주도하는 대범한 행동방식”을 그 구체적인 동력으로 꼽았다.
신문에 따르면 박대통령의 반북대결노선으로 인한 남북 간의 긴장상태에 대해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나서서 전쟁직전으로까지 끌어가서는 박근혜정부에게 “‘대화냐 대결이냐’, ‘평화냐 전쟁이냐’의 양자택일을 들이댄 것”이었다.
이것만으로는 박대통령이 반북대결노선을 접고 대북대화노선으로 들어선 이유의 다가 해명될 수는 물론 없다. 지금으로서는 해명하기 어려운 문제이기도 하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남과 북이 화를 복으로 바꿔 일단 남북관계 개선의 길을 구체적으로 모색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남북고위급접촉의 결과에 대해 환호하는 결정적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대충보아도 사람들의 환호와 반향은 대단하고 깊은 양상이다. 남북지도자에 대한 칭송까지도 나오고 있을 정도다.
새정치민주연합 허영일 부대변인이 북한 김정은 조선노동당 제1비서를 박근혜 대통령과 함께 존경한다고 했다.
허 부대변인은 남북 고위급접촉 타결 직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한민국 국가수반이신 박근혜 대통령께서 정말 큰일을 하셨다" 그리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김정은 위원장께서도 어려운 결정을 하셨다"는 글을 올리면서 그렇게 표현했다.
6.15공동선언이 만개하던 시절에 자주 보았던 풍경들이다. 어쨋건 박대통령의 변신이 가져온 결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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