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은 새벽처럼 찾아올 것
<분석과전망>식상하면서도 특이한 그러나 잠꼬대 같은
현경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평통) 수석부의장이 28일 미국 워싱턴D.C. 인근의 쉐라톤워커힐 프리미어 호텔에서 통일 및 남북관계에 대해 한 강연은 극히 주목할 만하다. 흥미롭다는 점에서다. 제17기 민주평통 워싱턴지역협의회(회장 황원균) 출범식에서 한 강연이다.
최근 들어 박근혜정부의 대북정책의 핵심을 이처럼 정확하고 일목요연하게 정리해보여준 사례는 찾기 힘들다.
강연내용은 사실, 특별한 그 어떤 내용도 갖고 있지 않다. 다들 익숙한 것들이며 다들 알고 있는 내용들이다. 식상한 것들인 것이다.
그렇다고 전혀 새로운 내용이 없는 것 또한 아니다. 특이한 것들이 적잖은 것이다. 그렇지만 그것들은 대북전문가들이 보았을 때는 한결 같이 근거가 극히 불투명한 주관적 단정으로 구성되어있는 것들이다. 전문적인 용어를 빌려오면 잠꼬대 같기만 한 것이다.
북한 내부사정이 심상치가 않다고 했다.
현 부의장의 강연의 요지는 남북통일이 머지 않았고 새벽처럼 찾아올 것이라는 것이었다. 그는 "한반도 안팎 상황은 남북통일이 머지 않았고 새벽처럼 찾아올 것이라는 예감을 갖게 한다"고 말한 것이다. 매우 익숙한 언사다.
몇 년 전 이명박 대통령이 통일은 도둑처럼 우리를 찾아올 것이라고 했던 말과 너무 닮아있다. 그 말을 살짝 비틀어놓게 되면 금새 나오는 변종이다.
현 부의장이 통일은 머지않아 올 것이고 또한 새벽처럼 찾아올 것이라는 결론을 내리면서 설정한 근거가 있다. 북한 집권세력의 내부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것이 그것이다.
현 부의장은 북한의 내부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근거로 몇 가지를 제시했다.
공포통치를 그 첫 번째 근거로 들었다. "김정은이 권력을 승계한 이후 처형된 고위 간부만 70명에 달하고 공포통치가 주요 간부의 탈북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한 것이다. 그는 "CNN을 비롯한 외신들도 북한 고위 인사들의 탈북 소식을 잇따라 전하고 있다"는 말을 인용해 자신이 주장하는 ‘공포통치’의 양념으로 삼았다.
‘공포통치’
매우 익숙한 개념이다. 박근혜대통령이 지난 5월 만들어 일반화시킨 개념이다. 지난 5월 현영철 고사총 총살설이 나돌자 그것이 정보수준에도 못 미치는 첩보임에도 불구하고 박대통령은 이를 대대적으로 국민들에게 직접 알리고 나섰다. 그때 박대통령이 사용한 말이 그 ‘공포정치’였다.
박대통령이 북한핵문제 핵경제병진노선 그리고 북한인권문제를 주 내용으로 하던 반북공세에서 새롭게 만들어낸 또 다른 반북공세의 대표적 기재였다. 이후 종편을 비롯한 반북언론들은 ‘공포정치’와 관련되는 뉴스를 쉴새 없이 생산해냈으며 이를 반복적으로 내보냈다. 정부관료 보수정치인들의 입을 수도 없이 건너다닌 것은 말할 것도 없다.
현 부의장이 북한 내부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또 하나의 근거로 제시한 것은 이른바 ‘장마당’이었다.
그는 "배급에 의지하지 않고 장사로 먹고사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장마당이 400개까지 확대됐다"는 말을 하면서 그 장마당이 "북한 사회가 김정은의 통제로부터 벗어나기 시작"한 근거라고 했다. 매우 특이한 주장이다.
더 특이한 것은 장마당을 그가 “생생한 정보가 유통돼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진원지”라고 규정을 했다는 것이다. 그는 이어 장마당이 북한의 "휴대전화 240만 대“와 결부되면 ”어떤 위력을 발휘할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것도 밝혔다.
그의 특이한 주장은 여기에서 멎지 않았다. 북한 경제상황이 좋아진 것을 두고서도 “김정은 집권체제가 좀먹고 있다는 반증”이라고 규정을 한 것이다. 워싱턴 특파원들과 간담회를 가진 자리에서였다.
최근 미국 의회조사국(CRS)이 북한 경제상황이 호전됐다는 북·미 관계 보고서를 내놓은 것에 대한 분석이었다. "(중앙정부의 통제를) 풀어 인민들이 알아서 하도록 하면 경제가 좋아지기 마련인데, 김정은 정권은 거의 떼밀려서 개혁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는 설명도 덧붙혔다.
대북경제인들이나 경제전문가들에게 더욱 특이하게 다가갈 만한 주장이었다.
현 부의장의 주장이 특이하다는 것은 과학적이지 못하다는 것에 대한 다른 표현이다.
북한이 공포통치를 하고 있고 장마당이 늘어나고 있고 경제상황이 나아지고 있다는 것을 북한이 심상치않게 보이는 근거들로 제시하면서 그가 강조하고 싶어하는 것이 무엇일지에 대해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북한이 머지않아 붕괴한다는 것이었다.
올초 버럭 오바마 미대통령이 백악관에 언론을 불러들여 했던 발언과 맥락을 같이 하고 있다.
그의 특이한 주장은 더 이어져 남북대화에 대한 분석에로 가 닿았다.
그는 그동안 남북대화가 안된 것은 북 내부 체제가 불안정한 것이 결정적 원인이었다고 했다. 남북대화 전망에 대해 "북한이 남한과의 대화에 나서려면 내부 체제가 안정돼야 한다"고 주장을 내놓은 것이다.
그리고 그는 이어 북한이 "박근혜 대통령 취임 후 단 한번도 직접적인 무력 도발을 자행하지 못한 것“은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근간인 '대화에는 대화, 도발에는 응징'이라는 확고한 원칙이 작동한 결과“라고 했다. 박 대통령의 지난 2년 6개월에 대해 ”비정상적인 남북관계를 정상으로 만든 원칙과 신뢰의 과정이었다"고 평가를 하면서다.
그는 강연에서 5.24조치 해제에 대한 문제를 언급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우리가 북한과 대화를 위해 5.24 조치를 미리 해제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한 것이다.
경제계는 물론 새누리당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는 적지 않은 정치인들이 갖는 입장과 충돌하는 입장이다.
한미동맹의 과제로 미국과 협력하여 도모해야하는 흡수통일을 제시했다.
현 부의장이 갖는 통일관은 한미동맹과의 관계문제로 확장되어서야 그 실체를 보다 분명하게 드러낸다. 그는 한미동맹의 가장 중요한 과제로 한반도 통일을 제시했다.
“한미동맹은 한반도 안보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에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더욱 협력하는 성숙한 동맹관계를 만들어가야 한다"면서 한반도 통일과정에서 “미국 국민과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과 협력이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말을 한 것이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가치를 실현’이라는 언술에서 확인되듯이 그의 통일관은 미국과 협력하여 도모해야하는 흡수통일이며 체제통일이다.
이날 출범식에는 현 부의장의 전반 대북관 통일관에 동의하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황원균 워싱턴 평통회장 외에 안호영 주미대사와 강도호 총영사, 김기철 평통 미주부의장, 지미 리 메릴랜드 주 소수계 행정부 장관을 비롯해 17기 워싱턴 평통위원 118명이 참석을 했다.
참석자들 중 가장 돋보이는 것은 방미 중인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나경원 국회 외교통일위원장, 심윤조 재외국민위원장, 김종훈 국제위원장, 정옥임 외교특보 등이 참석했다는 것이다. 사전에 예고도 하지 않고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은 새벽처럼 찾아올 것이라고 했다.
현 부의장의 강연에 집중하면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정확히 두 가지로 정리된다.
박근혜정부의 대북정책의 본질은 흡수통일에 있다는 것이 그 하나이다.
또 하나는 박근혜정부가 간헐적으로 내놓고 있는 남북관계 개선 관련 대화 제의에 대해 기대나 환상을 가져서는 안된다는 것이 그것이다.
최근 정의화 국회의장이 남북국회 대표 회의를 제안을 했었다. 홍용표 통일부 장관 역시 남북이산가족상봉과 금강산관광재개를 주 의제로 하는 남북당국간 회담을 제기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현 부의장의 강연은 입법부 수장의 대화제안이나 정부고위관리의 움직임을 단번에 부정해버리는 것으로 된다.
뿐만 아니다. 남북해외민간통일운동진영에서 8.15민족공동행사와 관련해 실무회담을 진행하고 있거나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인 이희호여사가 8월초에 방북을 하게 되지만 이것들은 남북관계 개선과는 아무런 인연도 없는 것이라는 것을 역설해주는 것이 현 부의장의 연설이다.
현 부의장의 견해와 입장은 이처럼 식상하다. 그리고 비과학적이고 비현실적이라는 면에서 특이하기도 하다.
결론적으로는 현 부의장의 연설은 잠꼬대 같은 연설로 평가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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