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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과 전망

'5.24조치'는 넘어도 ‘북한비핵화’는 못 넘는

by 전선에서 2015. 7. 17.

5.24조치는 넘어도 북한비핵화는 못 넘는

<분석과전망>홍용표 통일부장관이 제시하는 남북관계 개선의 폭과 수준

 





북한이 하루 빨리 당국 간 대화에 나오길 기대한다

홍용표 통일부장관이 14일 오후 서울 중구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서울외신기자클럽 초청 기자간담회 모두 발언에서 한 말이다.


많은 사람들이 애매해했다. 북한에 대화를 하자고 촉구한 것인지 아니면 북한이 왜 그동안 대화를 하지 않았는지 질책을 하고 있는 것인지 명확치가 않았다. 중요하지는 않았다. 분명한 것은 대화제의는 아니라는 것이었다.

 

홍 장관은 기자간담회에서 남북관계 개선 문제와 관련되는 중요한 화두들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5.24조치와 관련해서 북한이 사과를 해야만 모든 것이 해결될 수 있다는 것은 아니고 대화를 통해서 문제를 해결하자는 입장이라고 했다. ‘북한의 비핵화에 대해서는 남북관계의 전제조건으로 걸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어느 것도 특별할 것이 없다. 하지만 분명히 확인되는 것은 있다. 홍 장관이 남북당국 대화 실현에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는 것이 그것이다. 전직 장관과 또렷하게 다른 점이다.

 

그러나 홍 장관의 그러한 의지가 현실화되기에 현실은 사실 너무나도 척박하다. 멀리 갈 것도 없다. 기자간담회에서 한 홍 장관의 주장에서 확인할 수 있다.

홍 장관은 정부당국이 남북관계 개선문제에 설정해두고 있는 5.24조치 및 북한 비핵화에 대한 위상을 설명해주었다.

 

홍 장관은 당국 대화나 민간교류가 5.24조치에 방해받지 않는다는 것을 먼저 밝혔다. 홍 장관은 이어 그 남북당국 간 대화나 민간교류가 북한의 비핵화에 장애가 되지 않는다는 것도 동시에 밝혔다. 이는 5.24조치와 북한비핵화에 대한 규정이 아니다.

 

일단, 남북당국 간 대화와 민간교류가 5.24조치의 틀 안에서 이루어져야한다는 것을 분명히 한 것으로 된다. 새롭지 않다. 늘 주장해왔던 터다. “정부는 5.24조치 하에서도 가능한 민간교류 등은 민족동질성 회복 등의 차원에서 허용하고 있고 앞으로 북한이 호응한다면 협력할 사업은 얼마든지 있다고 강조한 데에서 확인할 수 있다.

남북당국 대화나 민간교류가 5.24조치를 뛰어넘지 않은 범주 즉 낮은 차원에서 이루어져야한다는 가이드라인을 홍 장관이 제시한 셈이다.

 

홍 장관은 가이드라인을 하나 더 제시한다. 남북당국 간 중요한 대화 그리고 협력이 북한비핵화의 범주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한 것이 그것이다.

정부가 대화를 위해 노력하고 민간교류를 장려하듯이 비핵화 이전이라도 필요한 교류와 협력은 지속하지만 인프라 투자 등 대규모 협력은 유엔 제재상 불가능하므로 북한이 비핵화에 진정성 있는 행동을 보이고 국제사회의 제재가 해제돼야 거기 맞춰서 투자할 수 있다는 것에서 확인되는 내용이다.


홍 장관이 제시한 가이드라인은 남북당국 대화 및 민간교류에 대한 폭과 수준을 제한하는 것으로 된다.

남북당국 간 기초적인 대화와 민간교류는 5.24조치의 틀 안에서 이루어져야하며 그 과정에서 설령 5.24조치가 해제된다하더라도 남북당국 간 중요한 대화 그리고 협력은 북한 비핵화의 범주를 뛰어넘지 말아야 된다고 하는 것을 밝힌 것이다.

 

홍 장관이 제시한 이 가이드라인은 정의화 국회의장이 북한에 제안한 '남북 국회의장 회담'에서 그대로 관철된다.

 

정 의장은 17일 제헌절 경축사를 통해 북한의 국회인 최고인민회의에 남북국회의장 회담을 제안하면서 일자와 장소문제 결정권은 북한에 넘기면서도 회담의 의제는 자신이 틀어쥐었다. 비정치적 의제를 제시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보건의료와 나무심기 그리고 문화유산 보존사업 등을 제시했다.

한국정치의 중심인 국회를 대표하는 국회의장조차도 정치에 도달하지 못하는 내용으로 대화제안을 하고 있는 것이다. 정 의장의 제안이 국회의장의 옷에 맞지 않는 것으로 보이는 이유다.

 

결국, 홍 장관이 기자간담회에서 밝힌 것은 당국 간 대화와 교류는 5.24조치나 북한 비핵화를 뛰어넘지 않을 낮은 수준과 좁은 폭에서 진행되어야한다는 것을 밝힌 것이다.

그리고 이어 만일 대화와 교류가 이루어져 설령 그 폭이 넓혀지고 수준이 높아진다 하더라도 5.24조치를 뛰어넘는 것까지만 허용하겠다는 것을 동시에 밝힌 것이었다.

 

남북관계 개선 문제의 성격과 본질을 모르지 않는 사람들에게 홍장관의 이러한 견해는 남북 대화 그리고 교류와 협력이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전망을 성과있게 열어젖히지 못할 것임을 보여준다.

홍 장관의 주장이 특정한 계기를 맞아 의례적으로 밝히는 정치발언 정도로 생각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홍 장관의 발언 어디에도 서로 다른 것에 대한 인정과 존중 더 나아가 남북관계 개선에서 필요한 덕목인 화해 역시도 찾아보기 어렵다. 극히 건조한 정치논리만이 횡행했던 것이다.

 

기자간담회가 끝날 무렵에 홍장관이 외신 기자들에게 북측에도 남측과 조건 없이 대화하라고 말해 달라했다는 말은 그래서 덕담처럼 보이지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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