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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과 전망

박대통령, 러시아에 못가거나 안가거나?

by 전선에서 2015. 2. 21.

박대통령, 러시아에 못가거나 안가거나?

<분석과전망>청와대의 면밀한 검토는 러시아에 못갈 이유를 찾는 과정일까

 





59일이면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국제행사 하나가 열린다. 러시아의 '2차 세계대전 승전 70주년 기념행사'가 그것이다. 중요한 국제행사다.

집권 3년차에 들어선 우리나라 박근혜 대통령에게도 올해 외교 일정 중에서 가장 중요한 일정으로 꼽힌다.

 

시기상으로 보면 지금쯤, 갈 나라 안 갈 나라 혹은 가고 싶어도 못 갈 나라 등은 이미 다 결정 나 있을 것이다.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참석 여부는 세계의 이목을 끄는 국제적 사안으로 부각되어있다. 러시아의 승전행사 보다도 김정은 위원장의 올해 세계정치무대 데뷔가 될 수도 있다는 것에 더 초점이 모아지는 양상이다. 전문가들은 참석할 것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중국은 물론 웬만한 서방국가들의 참석이 거의 확정된 상태로 보인다. 반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불참이 확실시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20일 현재까지도 참석 여부에 대해 결정을 못 내리고 있다. 뉴시스 20일자는 "다른 5월 일정과 여러 상황을 종합적으로 검토한다는 입장이 변함이 없다"고 청와대 관계자의 전언을 보도했다.

 

참석여부에 대한 결정이 왜 이렇게 늦어지고 있는 것일까?

 

박대통령의 행사 참석여부는 사실, 단순한 것이다. 동북아정치지형에서 가볍게 여길 수 없는 것이 러시아와의 관계이다. 한러 관계를 중심에 놓고 보면 답은 쉽게 나온다.

박 대통령의 중요한 대외정책 중에 하나인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만 보아도 된다.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에서 중심 역할은 러시아에서 나온다.

지난 201311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방한을 하고 정상회담을 했을 때도 박 대통령이 온갖 정성을 기울인 것이 그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실현을 위한 것이었다. 박대통령은 구체적으로 한러경협의 초석 마련에 초점을 맞추었다.

 

그에 따르면 참석하면 된다는 결론에 쉽게 도달한다.

 

러시아가 지난 8일 한·러 외교장관회담에서 "한국 정상의 참석을 기대한다"며 초청 의사를 재차 밝히는 등 우리에 대해 '러브콜'을 계속해서 보내고 있는 것도 행사참석을 그냥 받아들여도 되는 이유가 된다.

 

광복 70년이자 분단 70년인 올해 김정은 위원장과의 만남을 계기로 남북관계 전환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는 것도 행사 참석을 해야 할 또 하나의 이유가 된다. 남북관계가 교착상태에 빠진터라 모스크바에서 조우를 하는 것도 대화의 물꼬를 트이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는 박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회복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 때문에라도 행사 참석을 해야한다는 논리도 있다.

 

이렇듯 간단히 보면 답이 나올 듯한 행사 참석여부는 그러나 복잡해지고 말았다. 이런 저런 이유를 댈 수가 있겠지만 핵심적으로는 미국 때문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러시아 정부로부터 초청 받은 '70주년 전승기념일 행사'에 참석하지 말라

벤 로즈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이 지난 9일 워싱턴DC 외신기자 클럽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그런 식으로 말을 했다.

 

많은 사람들이 화들짝 놀랬던 일이었다. 미국이 어떻게 차관급 인사를 내세워 한나라의 수장에게 참석하지 말라고 공개적으로 요구할 수 있냐는 것이었다.

 

사건이 되고도 남았을 그것은 그렇지만 전혀 파장을 일으키지 않고 사라져버렸다. 객관적으로만 접근하면 정치지형 때문이라고 보면 되었다. 정치인들은 한번 정도 언급만 한 뒤 입을 닫았고 언론들 또한 이에 따라 침묵을 지켰던 것이다.

 

청와대는 김정은 위원장을 비롯한 초청 정상들의 참석 여부, 남북관계 및 한반도 상황 전개 양상, 박 대통령의 참석 또는 불참 시 러시아와의 관계 변화 등 각종 변수를 감안해 면밀히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뉴시스 20일자 보도이다. ‘면밀히 검토라는 말이 단연 도드라진다. 청와대가 하고 있다는 그 면밀한 검토는 아무리 보아도 러시아에 참석하지 않을 이유나 구실을 찾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그 첫 번째 자리에 오를만한 것으로 한미관계균열론을 들 수가 있다.

미 외교가에 한국의 외교가 중국에 경도되었다는 말이 많이 돈다는 것은 더 이상 비밀이 아니다. 그런 와중에 박대통령이 미국과 대립을 치는 러시아의 전승기념일까지 챙기고 든다면 한미관계에 필연적으로 균열이 발생한다는 것이 한미관계균열론의 핵심 문제의식이다.

 

일컬어, 남북조우 무용론도 있다.

박대통령이 설령, 모스크바에서 김정은 위원장을 만난다하더라도 남북관계는 물론 우리정부에 특별한 실익이 없을 것이라는 논리이다.

이 논리는 한 발 더 나아간다. 국제정치무대에 데뷔하는 김정은 위원장에게 국제적 시선이 모아질텐데 이때 박 대통령은 '들러리'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그것이다.

 

엄밀히 접근하지 않아도 다들 군색하다.

박 대통령의 참석은 국제정치지형에 대한 고려는 해야되겠지만 기본적으로는 개별 국가들이 스스로 판단할 문제이다. “개별 국가들이 스스로 판단해야된다는 말은 박대통령의 방러를 공개적으로 말리고 나섰던 로즈 부보좌관이 했던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와대가 면밀한 검토를 하는 것을 통해 러시아에 가지 않을 이유나 구실을 찾거나 만들려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로즈 부보좌관이 박 대통령에게 미국의 동맹이란 차원에서 보면 한목소리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러시아에 가지 말라고 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마치 러시아의 전승절 기념행사에 못가는 나라인 것처럼 비춰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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