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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과 전망

대화는 없다

by 전선에서 2015. 2. 21.

대화는 없다

<분석과전망>대화의 가능성을 없애는 현란한 과정들, 그리고 그 끝


 




설이 끝났다. 짧은 2월은 금방 갈테고 사람들은 머지않아 3월을 맞게 될 것이다. 미국이 키 리졸브 훈련을 시작으로 한미연합훈련을 하게 될 것이라고 공언한 그 3월이다.

 

한미연합군사훈련이 시작되면 북한은 4차핵 시험을 하게 될 것인가? 전문가들에게 여전히 관심이 가는 문제이다. 그렇지만 관심의 핵심은 4차 핵 시험 여부에 있는 것이 아니다. 대화의 가능성에 대한 문제이다.

 

대화거절의 방식들-미국은 한미연합훈련 강행, 한국은 대북전단 살포와 5.24조치 지속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지난 17일 연세대 등과 함께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보고서 발표 1주년을 맞아 워싱턴DC에서 북한 인권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북한은 강력하게 반발했다.

 

당연히 예사롭지 않게 보인다. 미국의 대북인권공세가 또 다시 시작되는 양상이다. 대화의 가능성을 없애는 또 하나의 과정으로 보인다.

 

한미연합훈련이 시작되면 남과 북은 말할 것도 없고 북미 간에 대화의 여지는 완벽히 사라지고 말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대화는 동력을 상실해오는 과정을 세밀하게도 거치고 있는 중이다.

 

북한은 연초, 미국에게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중지할 것을 요구했다. 단순 요구가 아니었다. 자신은 핵 시험을 중단 할 수 있다고 했다.

한미연합군사훈련 중지와 핵 시험 중지에 대해 그러나 미국은 암묵적 위협이라며 일축하고 만다.

 

한미연합군사훈련과 핵 시험이 동시에 중지되는 상황은 북미 간에 단순히 좋은 상황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누가보아도 북미대화를 가능케 하는 결정적 조건으로 충분했다. 이를 미국이 모르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미국이 북한의 제의를 일축해버린 것은 북한이 보내는 대화의 요구를 거부한 것으로 볼 수가 있다. 미국 내에서도 안타깝다는 목소리가 적잖게 나왔다.

 

북한의 대화요구는 미국을 상대로만 하지 않았다. 우리정부에 대해서도 북한은 동시에 대화를 요구했다. 신년사는 남북고위급회담을 언급했다. 드문 일이었다. 그만큼 이례적인 일이었다. 다들,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최고 의지로 평가를 했다.

 

이에 따라 북한의 정부기구들과 언론들은 대북전단 살포 중지와 5.24조치 해제 등을 요구했다. 주장에 따르면 대화의 분위기를 마련하자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우리정부는 북한의 대화요구를 거절했다. 거절의 방식들이 다 아는 것들이었지만 여전히 도드라졌다. 직설적으로 거절하는 방식이 아닌 이른바, 유체이탈화법이 동원되기도 했다.

 

대화의 분위기를 마련하려는 것에 대해 그 무슨 조건을 단다고 하는가하면 대화를 하자고 하면서도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개혁개방을 얘기하고 비핵화를 앞세웠다.

 

북한에 개혁개방을 말하는 것은 체제비난이며 북한 비핵화는 남북대화에는 직접 끼어들 여지가 없는 문제라는 것은 그간의 남북관계에서 잘 확인된 사실이다. 남북관계역사는 개혁개방이나 북한 비핵화는 생겨나려는 대화의 징후를 없애거나 진행되는 대화를 파탄내거나 하는 데 사용되었던 언사라는 것을 잘 기록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대북전단 살포 중단 요구에 대해 우리정부는 헌법상 표현의 자유로 맞섰다. 5.24조치 해제문제에 대해서는 남북대화에서 다룰 의제라고 했다.

 

여전히 불안한 미국-남북대화의 최소한의 가능성조차 허용치 않다.

 

결과적으로는 미국과 보조를 잘 맞춘 셈이었다. 미국의 동맹다운 태세였다.

 

이 과정에서 간과할 수 없는 매우, 흥미로운 현상 하나가 발견된다. 미국이 우리정부에 대해 불안한 기색을 숨기지 못한 것처럼 보였다는 것이 그것이다.

 

미국은 자신의 인권단체를 우리나라에 보냈다. 그들은 접경지역까지 깊숙이 들어가 대북 삐라를 살포했다.

사실, 불편한 일이었다. 짙은 선그라스를 끼고 서울 한복판에서 기자회견까지 하는 그들에 대한 국민대부분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꼭 저렇게까지 해야하나?

곱지 않게 보인 것은 더 있었다. 3월에는 삐라를 무인기 드론에 실어 살포하겠다고 한 것이었다. 그 무슨 엄포같기만 했다.

 

미국의 대국다움이나 당당함 대신에 불안함이 묻어나는 행보들이었다.

 

미국은 왜 불안해한 것일까? 알 수는 없다. 추정되는 것은 있다.

 

남북관계개선 사업은 한번 물꼬를 트기 시작하면 영역을 넘나들며 걷잡을 수 없이 진행되고 마는 특성을 갖고 있다. 미국이 특히 김대중 노무현정부 때 무섭게경험했을 것이었다.

 

박근혜 정부가 제 아무리 반북적인 태세를 취하는 속에서 남북대화를 한다하더라도 남북관계개선사업은 이른바, ‘민족적 정서에 바탕을 하게 되면 자기동력을 얻어 활발하게 진행될 수 밖에 없다.

 

일각에서 민족적 저력이라는 말로 표현되기도 한다. 6.15공동선언 당시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이른바 원 샷그리고 활달한 서명 필체가 우리사회에 대중적 반향을 형성했던 것 등을 그와 관련된 적절한 사례로 들 수가 있다.

 

민족적 견지에서 보면 좋은 것이지만 미국 입장에서 보면 통제나 관리 불가능한 영역이라 좋을 리가 없다.

미국의 불안은 이념과 체제까지도 뛰어넘어버리는 그 민족적 저력에 대한 우려였을 수도 있었다.

 

민족적 저력에 대한 불안감이 아니고서는, 인권운동가들을 방한시켜 북한이 강력히 반발하는 삐라를 살포하는 것도 부족해 그 어느 때보다 많은 고위관리들을 연이어 방한시켜서는 남북대화의 기조와 방향을 북한의 비핵화에 명확히 맞추어 주는 미국의 행태는 잘 설명되지 않는다.

 

그 고위관리들이 방한해 한결같이 똑 같은 내용을, 똑 같은 목소리로 반복적으로 외운 말이 하나 있다. 한미공조는 빛 샐 틈 없다고 한 말이 그것이다. 역설적이지만 굳건한 신뢰가 아니라 균열이 읽히는 대목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남북대화에 대한 최소한의 가능성마저도 차단하려는 미국의 안간힘으로 읽었다.

 

그렇듯 미국은 북한의 대화요구에 따르지를 않았다. 그리고 그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정부에 대한 단속도 강도를 높혔다. 우리정부에게 북한의 대화요구에 응하지 않고 미국을 따르게 하는데 갖은 힘을 쏟았던 것이다.

 

미국이 틀고 이에 따라 우리정부가 싫어하는데 달리 방법이 있을 수가 없다. 북한의 대화 전술은 일단 성과 없는 것으로 끝났다는 평가가 어느 정도 가능해진 시점이다.

 

이렇듯 대화는 물 건너가고 있다. 또 다시 시작된 미국의 대북인권공세는 여러 모양으로 변주가 되면서 키 리졸브 훈련이 시작되는 지점을 향해 내달릴 것이다.

 

대화는 그렇게 3월이면 완전히 그 동력을 소진하게 되어 끝내 없어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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