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를 피하려는 구실
<분석과전망>미국이 북한에 취하고 있는 압박의 용도
미국이 원하는 것은 대화가 아니라 압박
북한과 관련 미국이 원하는 것은 대화일까 압박일까?
언뜻 보면 대화이다. 우리나라를 찾는 미국 고위관리들의 말끝마다 강조되고 반복되어서 나오는 말이 그 대북대화이다. 우리는 언제라도 북한에게 대화의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는 식의 말을 그들은 즐겨 쓴다.
하지만 사람들은 미국 고위관리들이 대화를 강조하면서도 동시에 압박을 강조하고 있는 것에 대해 주목하기 시작했다. 미국이 대화를 말하면서 압박을 강조한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언제라도 그래왔다.
압박을 구사하는 것이 북한을 대화로 끌어내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한국을 방문한 토니 블링큰 미국 국무부 부장관에게서도 확인할 수 있다.
블링큰 부장관은 9일 북한이 대화에 나설 때까지 국제사회의 압박이 계속돼야 한다고 했다.
대화에는 흔히 그렇듯, 서로 유인책이 유용할 것이다. 그런데 미국은 왜, 그 유인책 대신에 압박책을 쓰는 것일까?
미국은 그동안 유인책을 통한 대화접근을 시도했지만 성과가 나지 않았던 것을 그 이유로 들었다. 유인책을 통해 북핵을 해결하려고 했지만 북한은 오히려 이를 악용하여 핵 능력을 고도화시켰다는 것이다.
유인책을 통한 대화 추구는 대화가 목적이라는 것은 누구나 이해할 수가 있다. 그렇지만 압박을 통한 대화는 대화가 목적이 아닐 수도 있다.
미국은 북한과 대결을 하면서도 대결하는 것이 아니라는 말을 하곤 한다.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인 ‘전략적 인내’정책이 대북대결정책이라는 것은 누구할 것 없이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렇지만 대니얼 러셀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지난 4일 워싱턴의 외신기자클럽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진정성을 보이는 한 북한과 계속 협상하겠다는 뜻을 밝히는 과정에서 대북정책이 적대시 정책이 아니라고 했다.
앞뒤 말을 다 연결해 좋게 이해하려해도 억지로밖에 안 보인다.
대화를 어렵게 하는 요인들을 만들거나 내세워놓고도 그것들에 대해 미국은 대화와 전혀 관련이 없는 것들이라고도 한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 달 2일 소니 해킹 사건을 빌미로 대북제재 행정명령을 발동한 것 더 나아가 22일 유튜브와의 인터뷰를 통해 북한붕괴 발언을 한 것도 대북대화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치지는 않는다는 기조의 말을 한다. 강변인 셈이다.
미국의 압박은 대화를 위해서가 아니라 대화를 피하기 위한 구실
이처럼, 미국의 대북대결정책을 기본으로 여기에 결부되는 최근의 대북제재 그리고 대북악담 등은 대화를 위해 구사하는 압박으로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대화를 피하려는 구실처럼 보인다.
대화를 피하려는 구실로서의 압박에 대해 미국은 보다 분명하게 해둘 필요성을 느끼고 있는 지도 모른다. 특별하지는 않아도 블링큰 부장관의 언행을 조금이라도 주시해야되는 이유다.
블링큰 부장관이 조태용 한국 외교부 1차관과 만나서 나눈 얘기는 북한과 북 핵 문제 그리고 지역 정세와 국제 현안들이었을 것이다. 특히 당장에는 북한이 최근 미국에 대한 비난을 강화하고 단거리 미사일 발사 등 무력시위에 나서고 있는 데 대한 한반도 정세 관리 방안도 현안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내용들은 당연하게도 알려진 것이 없다. 다만 회담 뒤 가진 기자들과의 자리에서 밝힌 발언에서 가늠할 수 있다.
블링큰 부장관은 미국과 우리나라가 가할 압박의 수준 범위를 정해준다. 한미동맹을 기본으로 하되 여기에 국제사회의 압력을 결합시킨다는 것이 그것이다.
이는 블링큰 부장관이 한미 간 역할분담까지를 획정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우리나라는 한미동맹을 위한 것이라는 명분으로 제기되는 미국 측의 모든 요구를 충실히 접수해야된다. 그리고 미국은 국제사회의 압력을 마련해나가면 되는 것이다.
블링큰 부장관은 대북압박의 기간까지도 설정해준다. 북한이 진정성을 갖고 비핵화 대화에 나설 때까지로 그 기간을 제시해준 것이다.
이 정도라면 미국이 구사하는 대복압박에 대해 어떤 경우에도 대화를 위한 것일 수가 없으며 오직 대화를 피하기 위한 것으로 확정해도 무방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대화를 피할 수 밖에 없는 이유
미국이 대화에는 관심이 없고 오직 압박에만 집중되어있다는 것은 북한이 6자회담 재개의 길을 열어놓고 있는 듯한 모양새를 취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이를 어쩔 수 없이 외면하고 있는 데에서도 더욱 더 극적으로 확인된다.
미국은 북한이 사전조치를 취해야만이 6자회담을 재개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북한은 조건 없는 6자회담 재개이다.
미국이 말하는 그 사전 조치가 의제처럼 정식화되어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핵·미사일 실험 유예(모라토리엄) ▲영변 5MW(메가와트) 원자로 가동 중단 등 정도로 알려지고 있다.
이와 관련 북한이 조건 없는 회담재개를 고수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미국이 한 숨 돌릴만한 여지를 마련해주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영변 원자로에 대한 것은 아니다. 원자로 가동은 미국에게 위험한 일이지만 그 중단이 그만큼의 정치적 무게로 미국에 다가가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북한이 공공연하게 강조하곤 했던 4차 핵 시험 문제이다.
지난 달 9일 북한이 미국에게 핵 시험 임시중단을 조건으로 한미연합훈련 임시 중단을 제기한 것이 갖는 새로운 의미가 바로 이것이다.
미국이 제시하는 사전 조치와 관련해 북한은 미국에게 화답을 그렇게 보낸 것이다. 물론 약간 형태를 변형하는 방식을 썼다.
핵 시험 중단이 갖는 의미는 그것이 비록 임시라 하더라도 그리고 그것이 그 어떤 다른 문제와 연동된다하더라도 그 자체가 갖는 의미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로 중요하다.
그렇지만 미국은 이에 대해서 버거워하고 있는 모양새이다. 전문가들에게 이해가 안되는 것은 아니다. 북한의 제의에 미국이 선뜻 달라붙지 못하는 어쩔 수 없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미국에게는 6자회담 재개를 위한 좋은 흐름만 필요하다. 그렇지만 북한이 핵 시험 중단문제를 한미연합훈련과 연동시켜놓고 있는 현실은 6자회담 재개를 남북관계 개선까지 동시에 진척시켜나가는 직접적인 동력으로 되게 된다. 이것이 미국에게는 부담으로 될 수가 있다.
미국으로서는 사실, 선뜻 지기 어려운 부담이다. 구체적으로는 6자회담 진전과 남북관계 개선에서의 폭이나 그리고 속도에 대한 부담감이다. 너무 넓고 크며 너무 빠르다는 것이다.
오바마가 지금 쿠바와의 국교정상화로 지고 있는 짐이 가볍지는 않지만 답은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정치적 결단을 내리면 된다.
예컨대 박근혜 대통령에게 남북관계개선을 비롯해 남북정상회담을 허용해주면 되는 것이 그 한 측면이다. ‘전략적 인내’ 정책 폐기의 첫 수순이다.
그러나 오바마는 결단을 못 내리고 있다. 이 어정쩡한 상황에서 미국이 취할 수 밖에 없는 태세가 있다. 대화를 피할 요량으로 이리저리 대북압박을 구사하는 일이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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