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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게임 남자축구 16강전 응원 후기(DPRK:인도네시아)

by 전선에서 2014. 9. 28.


26일 안산 와스타디움 2014인천아시안게임 남자축구 16강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인도네시아의 경기에 다녀왔다.

갈수록 불안불안한 남북관계로 인해 북측 응원단의 참가를 놓고 바라보는 사람들의 마음을 조마조마하게 하더니 이 날 경기장에서도 잡음이 생겼다.

'남북의 문제는 곧 나의 문제다'는 것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서쪽 입구에서 표를 끊고 검표 후 바로 앞에 있는 입구로 들어가려 했더니 입구가 띠로 둘러쳐져 있었고 안내원이 옆으로 입장하라고 손짓으로 안내한다. 별 생각없이 옆으로 갔다. 거기서도 옆 입구로 가라는 손짓이었다. '이쪽도 입구가 아닌가?'싶어 또 옆 입구로 갔다. 거긴 띠가 없길래 '아, 여기로 가면 되겠구나' 하고 들어서려는 순간 안내요원들이 모여들더니 입구를 가로 막고 나섰다.

표 끊고 들어왔는데 왜 계속 옆으로 가라고만 하고 입장을 안시키냐고 따졌더니 여기는 북한 응원단이 있어서 한국사람은 들어갈 수 없다는 것이었다.

'한국사람은 안 됩니다!' 라는 말을 듣는 순간 내 귀를 의심했다. 하도 이런저런 씁쓸한 곡절을 남기며 진행되는 이번 아시안게임이라서 그런지 슬프고 화나는 감정보다 앞서는 것이 어이없고 우습다는 것이었다. 결국 이 쪽 입구는 외국인들과 국정원 직원들만 들어 갈 수 있는 곳인가 보다.


어린아이 투정도 아니고 이런 코미디가 있나! 실랑이 하는 동안 선수입장이 되었고 두 나라의 국가가 울려퍼졌지만 한국사람은 한국 땅에서 표를 끊고도 들어가지를 못하고 있었다. 서운하고 답답한 마음에 '무슨 국제경기 운영을 이렇게 하나, 이러니 욕 먹는 거 아닌가'라는 통하지 않는 호통을 남기고 할 수 없이 옆 입구로 들어갔다.

나중에 들어가서 확인해보니 북측 응원단(선수단)을 가운데에 두고 두 블럭 정도의 관람석 양 쪽을 비워버려서 완전 고립시켜 놓은 것이었다.

미국의 대북제재에 장단맞추던 습관이 밖에서 새던 바가지라면 관람석에서 북의 응원단을 철저히 고립시키는 것은 안에서 새는 바가지일까? 물이 줄줄 새는 바가지는 쓸 수 없으니 결국 깨뜨려 버려지는 쪽박이 될 수 밖에 없는 운명 아니겠는가.. 슬프고 부끄러운 일이다.

그러나 오늘은 그것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

험한 가시밭길 같은 정세를 뚫고 온 우리 형제들이 저기서 열심히 뛰고 있고 또 목청껏 응원하고 있으니 우리도 열심히 응원하고 마음을 나누면 되는거였다.

작년 7월, 상암경기장에서 열린 동아시아 여자축구 남북대결을 보고 온 후로 북녘의 동포들을 가까이에서 본 건 이번이 두번째이다. 작년의 감동은 뭐라 말하기 어려웠다. 표정을 알아보기 어려운 아주 먼 발치였지만 북녘 형제들이 같은 공간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가슴이 벅차 눈물이 날 것 같았는데 그걸 들킬까봐 아무 소리 못하고 조용히 눈물을 삼켰던 기억이 새로웠다.

처음엔 그저 감격스럽더니 이번엔 기쁘기 그지없었다.

우리는 분명 떨어져 있었지만 함께 응원하고 있었다. 북측 응원단에서 응원하는 구호를 듣고 있다가 따라하기도 하고, 북측 선수들 이름을 한 명 한 명 알아내며 기뻐하고 힘내라고 이름 불러주며 '우리는 하나다!'라며 목청껏 소리질렀다.

골은 또 얼마나 신나게 터져주는지, 기쁜 마음 마음껏 소리치라고 선수들도 응원 온 우리를 격려해 주는 것 같았다. 결국 4골을 넣은 북이 4:1로 승리했다. 만남의 기쁨에 승리의 기쁨도 더해진 것이다.

경기가 끝나고 우리 중 누군가가 북측 응원단을 향해 '조국통일만세!'를 위치니 그 쪽에서 손을 흔들기도 하고  가지고 온 공화국기를 흔들기도 하며 환호해주었다. 우리도 덩달아 만세를 외치며 '하나의 마음'을 나누었다.

선수들과 응원단이 빠져나갈 때 우리도 뛰었다. 숙소로 돌아가는 형제들과 인사를 나누기 위해서... 경찰들이 경계를 둘러쳤지만 아까보다 조금 더 가까운 거리에서 우리는 또 만났다.

손을 흔들고 환한 미소를 나누고 "반갑습니다, 다음에 다시 만납시다, 사랑합니다." 뭐라도 얘기하고 싶어 몇 마디 했지만 사실은 그저 웃으며 손 흔드는 것만으로도 더없이 벅찬 기쁨이었다.

여러 경기를 치르는 동포 선수들, 마음같아선 빠지지 않고 가서 응원해 주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여건이 안타깝다. 이번 경기에서 응원해보니 상대편 인도네시아 응원단은 무슨 홈경기처럼 사람들이 많이 왔지만 정작 우리 땅에서 열리는 경기인데 우리 응원단은 상대편보다 한참 적은 걸 보고 한 편 미안하고 한 편 안타까웠다.

경기야 물론 이겼지만 더 많은 사람들이 와서 응원해 줬더라면 응원단도 없이 경기에 참가한 선수들 더 든든하고 뿌듯해 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진했다.

아직 경기는 남아 있다.
한 번 더 갈 수 있다면 좋겠는데,
한 번 더 설렘과 반가움을 나눌 수 있다면,
힘껏 소리치며 응원할 수 있다면 좋겠는데...

그 누가 막아서고 갈라보려 애써도
우리의 마음을 흐르는 동포애
핏줄의 뜨거움은
결국은 하나로 만나서 흐를 것임을,
흔들어 주는 손길에도
바라보는 먼 눈빛에서도
가슴과 가슴을 흐르는 묵직한 환희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우리 조국,
우리 민족.
더 이상 이별 없는
분단없는 세상 만들어
곧 다시 만납시다.
우리는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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