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온유
권말선
안녕, 온유
교대역 지하철을 내리면 보이는
너의 초상을 마주한 어느 날부터
다짐, 약속, 기억의 고리인 양
자꾸만 네 이름 불러본다
안녕, 온유
하고 불러 보면 빙긋 웃는 듯
네 볼은 살짝 동그랗게 부풀고
부푼 네 볼을 가만히 쓸어보면
부드런 온기를 넘겨주는 너
안녕, 온유
갑판 위에서 기다렸다면 살았을 텐데
울음소리 비명소리 들리는 곳으로
너, 구명조끼도 없이 친구들 곁으로
돌아올 길 대신 택한 친구들 곁으로
너는 수많은 발길 속 초상으로 고요히
찾았느냐고 나를 향해 묻고 있는데
나는 이렇게 걷고 뛰면서도
네 앞에 서서 아무런 답이 없구나
진실을 끌어올리지 못해
네 앞에 멍하니 서 있는 것이냐
진실을 끌어내기 위해
너를 뒤로하고 걷고 또 뛰는 것이냐
안녕, 온유
많고 많은 까만 눈동자의 온유들아
파묻힌 모든 진실 다 건져 올리고나면
빙긋 웃음 물고 반겨줄 너와 마주
웃을 수 있을까, 울 수 있을까
그립고 미안하다, 아이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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