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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권말선/가끔 힘들어하고 우울해하는 그대에게(첫번째 시집)

서른아홉

by 전선에서 2014. 3. 17.

서른아홉


                       권말선


내 나이
서른 하고도 아홉

봄날의 따사로움의 소중함을 알고
여름을 견딜 수 있게 되었지
맘 휘둘리지 않고도
그대로의 가을을 사랑할 수 있게 되었고
겨울은 준비해야만 한다는 것을
알게 된 나이

시간과 세월의 차이를 느낄 수 있고
고통도, 기쁨도 삶 속에 범벅이 된 채
언젠가는
지나가고...
마침내는
또 다른 환희가 오리란 걸
조금씩 깨닫게 되는 나이

조급한 기다림과
안달했던 감정에
여유를 물들이려
하늘과 산과 꽃들에
마음 기대어보는 나이

손가락 사이로
스륵 빠져나가는 찰랑대던 어린 날의 환상과
소심하게 혹은 대담하게
선택하며 살았던 젊은 날의 열기와
이제는 아쉽지 않게
악수하며 이별할 수 있는 나이

그리고
더 많은 추억을 회상할
늙은 어느날을 위하여
다시금 멋진 이야기들을
준비해야 할
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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