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경남일보)
구부러지다
권말선
한 몸 따사로이 뉘일
안온한 집이란 한갓 꿈일까
웅크린 채 잠들어야 하는
그녀의 밤, 길기만 하다
하루의 무게만큼이나 버거운 손수레
몇 천 원과 바꾸고 돌아온 방
냉골바닥에 등 다 붙일 수 없어
모로 누워 가늘어진 다리
겨우 끌어다 안아본다
버석거리는 체온 보듬어
긴 밤 버텨야 하는데
빈 창자에선지 빈 가슴에선지
절로 터지는 소리 으으으
짠 눈물 목에 걸려
쉬 잠들 수도 없다
추위보다 짙은 냉기에
잠도 꿈도 달아났나
어느 봄날 흐릿한 기억만
잠시 머물다
눈물에 쓸려간다
넓디넓은 세상에
어쩌다 혼자가 되었을까
언제 이렇게 늙어졌을까
젖은 한숨에 묻힌 그녀
조금 더 웅크러진다
점점 더 구부러진다
[사진으로 보는 세상] 폐지 줍는 할머니의 고단한 일상
http://www.knnews.co.kr/news/articleView.php?idxno=12006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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