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BM 폐기와 영변 핵기지 폐기 전망
<2차 북미정상회담 전망> 북은 미국에게 무엇을 줄 것인가?
북미가 27~28일 베트남에서, 지난해 싱가포르 6.12북미정상회담에서 합의한 새로운 북미관계수립을 본격화하기 위해 2차 북미정상회담을 하게 된다.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의 구체적 이정표를 마련하게 될 것이다. 새로운 북미관계는 북미가 서로 뭔가를 주고 받아야만 수립될 수가 있다. 객관적으로 보면 세기적 정치 거래처럼 보인다. 하지만 본질적으로 접근 민족적 관점에서 보면 다르다. 전략국가 북이 제국주의 국가 미국을 굴복시키는 과정이다.
북은 미국에 무엇을 줄 것인가? 거두절미하고 두 가지다. 당장에 할 것으로 미 국민들의 안전을 보장해주는 것이 하나이고 장기적인 것으로 한반도 비핵화 전망을 열어주는 것이 또 하나다.
1. 미 국민들의 안전을 보장해주는 ICBM 폐기
마이크 폼페오 미 국무장관이 6일 미 ‘폭스 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한반도 비핵화가 북에게 최선의 이익이고 미국인의 안전을 지키는 데 있어서도 최선이라는 말을 했다. ‘미국인의 안전’이라는 말이 단연 돋보인다.
미국인들은 세계의 핵 일반에 대한 공포를 갖고 있지는 않다. 러시아와 중국 그리고 영국 프랑스 등이 갖고 있는 핵에 대해 별 다른 의식을 하지 않는 것이다. 그렇지만 북핵은 다르다. 미국인들은 북이 2년 전까지 벌였던 핵능력 고도화 과정에서 경험했던 공포를 지금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특히 북 ICBM에 대한 두려움이 크다. 미국이 70여 년 전 한국전쟁에서 핵으로 말살시키려고 했던 북으로부터 되려 ICBM 위협을 당한다는 것은 상상만으로도 가늠키 어려운 두려움이다.
2017년 12월 1일 하와이에서 북핵 공격에 대비한 하와이 대피 훈련이 벌어졌다. 옛 소련 핵무기와 대치하던 냉전 시대 이래 30여 년 만에 처음으로 진행된 훈련이었다. 당시, 번 미야기 하와이 비상관리국 행정관은 “경보음이 올린 뒤 미사일 공격이 하와이에 도달하기 전까지 주민들에게 주어진 대피 시간은 13분”이라는 말을 했다. 그때의 ‘13분’은 지금도 공포의 대명사처럼 미국인들의 뇌리에 박혀있다.
트럼프 정부에게 미 국민들의 불안감을 해소해야하는 특별한 과제가 생겨난 것이 그때였다. 트럼프 정부는 대북제재를 더 강화하는 가운데 CVID나 핵 목록 제출 요구로 북을 강력하게 압박해들어갔다. 하지만 그것들은 현실성이 전혀 없는 반북정치공세일 뿐 현실적 대책은 못되었다.
트럼프 정부는 비현실적인 반북정치공세로는 북미대결전을 돌파할 수도 미 국민들이 갖는 불안감을 해소할 수도 없다는 것을 금새 알아차린다. 국무부가 CVID에서 FFVD로 재빨리 선회했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지난 해 11월 북에 대한 핵 목록 제출 요구를 접는다고 밝혔다. 그리고 난 뒤 트럼프정부가 대대적으로 부각시킨 것이 북 ICBM 위협이었다. 전문가들을 동원해 ICBM 문제를 부각시키는 언론플레이를 쉴새 없이 전개한 것이다.
트럼프 정부의 의도는 누가 봐도 알 수 있을 정도로 명료한 것이었다. 미 국민들이 당장 느끼고 있는 공포인 안보위협 해소를 북에 ICBM 폐기로 보여 달라고 간청하는 것이었다. 핵보유국이 ICBM을 폐기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핵으로 형성된 이른바 ‘공포의 균형’에서 정점은 ICBM이 아니라 잠수함발사미사일(SLBM)이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은 결국, 2차 북미정상회담을 통해 미 국민들의 안전을 보장해 주는 취지로 ICBM 폐기에 대한 구체적 계획표를 제시해주게 될 것으로 보인다.
2. 한반도 비핵화 전망을 열어주는 영변 핵기지 폐기 전망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 해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에서 미국의 상응조치를 전제로 영변 핵기지 폐기 용의를 밝혔었다. 세계가 놀라워했다. 신흥핵강국 북이 밝힐 수 있는 한반도 비핵화의 의지로 그 보다 더 크고 확고한 것은 없기 때문이었다. 김정은 위원장이 미국을 위해 내린 대결단이었다.
영변 핵기지는 북의 핵 개발의 심장부이자 상징이다. 수십 년 동안 핵무기를 개발하고 생산한 곳이다. 건물 수만 400개 가까이 될 정도로 거대한 핵기지다. 시설도 최첨단이다. 최근 연합뉴스 기사가 어느 정도 정리해 보여주고 있다.
평안북도 영변군에 위치한 영변 핵시설은 1960년대 영변원자력연구소를 설립한 데 이어 소련으로부터 연구용 원자로(IRT-2000)를 도입하면서 북의 핵심 핵시설로 자리잡았다. 플루토늄 생산 시설인 5㎿e(메가와트) 원자로와 50㎿e 원자로, 100㎿th 실험용 경수로, 핵연료 가공 공장과 핵연료 재처리 시설인 방사화학실험실, 폐기물 저장고와 우라늄 농축 시설이 자리잡고 있다. 지금도 가동 중인 것으로 알려진 5㎿e 원자로와 재처리 시설을 최대로 가동했을 때는 매해 플루토늄을 6㎏가량 추출할 수 있다. 50㎿e 원자로는 1994년 제네바 기본합의에 따라 건설이 중단됐고 이때 ‘핵 활동 동결’을 선언한 북은 5㎿e 원자로도 더이상 돌리지 않았다. 100㎿th 실험용 경수로는 여전히 건설 중이다.
영변 5㎿e 원자로는 그로부터 11년 만에 재가동된다. 2002년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의 ‘악의 축’ 발언과 그해 5월 미국의 대북 테러지원국 지정 및 제네바합의 사항인 ‘대북 중유 지원 중단’ 발표의 후과였다. 북은 2002년 12월 ‘핵 활동 동결 해제’ 선언을 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원을 추방했다. 이듬해 북 외무성은 영변 5㎿e 원자로, 방사화학실험실, 핵연료 제조 공장, 폐연료봉 저장 시설에 대한 봉인을 제거하고 감시카메라의 작동을 정지시켰다.
6자회담을 이어갔으나 2005년 ‘핵무기 보유’ 선언을 하고는 “영변원자력발전소에서 폐연료봉 8000개 인출 작업이 완료”됐다고 밝힌다. 6월에는 영변 5㎿e 원자로를 다시 가동했다.
‘북한의 핵 불능화’를 명시한 2007년 2·13 합의와 10·3 합의에 따라 영변 핵시설은 또 폐쇄됐다. 영변 핵시설에 대한 불능화 조처가 시작되고 북은 2008년 영변 원자로 가동 일지와 핵 신고서를 미국 쪽에 제출했다. 6월에는 원자로 냉각탑을 폭파했다.
그러나 미국이 북의 테러지원국 해제를 연기하자 2008년 8월 북한은 ‘영변 핵시설 불능화 중단’으로 응수했다. 이에 미국은 북을 테러지원국에서 해제(10월)하고 북도 불능화 작업을 재개했다. 북미는 이후에도 대북 중유 지원 중단-폐연료봉 재처리 등으로 맞섰다.
이런 가운데 2010년 11월 미국의 핵물리학자 시그프리드 헤커 스탠퍼드대 국제안보협력센터 선임연구원 등이 북의 초청을 받아 영변 우라늄 농축 시설을 방문해 원심분리기 2000기를 확인했다. 50기 많아야 100기 정도로 예상했던 헤커가 혼절할 정도로 놀라야했던 대목이다. 헤커는 이곳에서 1년에 무기급 우라늄 40㎏을 농축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 시설은 2013년에는 2배로 확장된 것으로 확인됐다. 북이 영변의 5㎿e 원자로를 재가동한 것은 2013년 4월이다.
이처럼 북미핵대결전에서 예로부터 정점의 자리에 있는 것이 영변 핵기지다. 김정은 위원장의 영변 핵기지 폐기 용의 천명은 트럼프 정부에게는 더 할 수 없이 큰 선물이다. 미국이 바라는 FFVD에서 영변 핵기지 폐기만큼 획기적인 것은 없는 것이다. 영변 핵기지 폐기는 객관적으로 완전한 비핵화의 출발이자 동시에 핵심으로서 위상을 갖는다.
김정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2차 북미정상회담을 통해 영변 핵기지 폐기 구상과 계획을 확정해 줄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김정은 위원장은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미국에 당장에는 미국민들의 안전을 보장해주기 위해 ICBM 폐기 계획을 확정해 줄 것이며 장기적으로는 한반도 비핵화 전망을 열어주기 위해 영변 핵기지 폐기에 대한 구상과 계획을 밝힐 것으로 보이는 것이다. 평화롭게 살기를 원하는 미 국민들은 물론 ‘완전한 비핵화’에서 성과를 내야하는 트럼프 정부는 너무 좋아할 것이다.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을 위해 북이 미국에 대해 주동적으로 취하는 전략적 조처들이다.
그렇다면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미국이 내놓을 것은 무엇일까? 평화협정 체결과 주한미군 철수에 대한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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