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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과 전망

대북제제 해제와 평화협정, 주한미군 철수를 향해있는 영변 핵기지

by 전선에서 2019. 2. 6.

대북제제 해제와 평화협정, 주한미군 철수를 향해있는 영변 핵기지

<분석과전망>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 설계도와 트럼프 대통령의 이행계획표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지난 달 31일 미 스탠퍼드 대학에서 연설했다. 지난 해 8월 임명된 지 비중 없이 소일하다 무려 반년이 지나서야 갖게 되는 무게감 있는 정치행보였다. 최근 북미협상의 최전선에 나가기 시작하면서 늦깎기 데뷔를 한 셈이다. 비건 대표의 연설에는 북미 협상 관련 내용들이 매우 풍부하고 소상히 언급돼있다. 북미협상 원칙은 물론 북미협상에서 당장에 실현해야할 당면목표 그리고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에 대한 상 등 많은 것을 종합적으로 엿볼 수 있다.

흥미로운 것은 전반 내용들이 북이 제시하는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 설계도에 기초하는 이행계획표처럼 보인다는 점이다.

 

1-협상의 원칙

 

비건 대표는 비핵화를 완료하기 전에 제재해제는 없다고 강조하면서도 미국은 상대방이 모든 걸 하기 전까지 아무 것도 하지 않겠다고 말한 적은 없다는 말을 했다. 그리고는 북의 비핵화 조치에 맞춰 미국도 신뢰를 가져다 줄 많은 행동을 실행할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이는 미국이 북미협상에서 단계적 동시 행동 원칙을 수용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단계적 동시 행동 원칙은 북이 이미 오래 전 제시한 북미협상 원칙이다. 하지만 미국은 그동안 줄곧 이 핑계 저 구실을 대가며 거부해왔었다. ‘비핵화 없이는 제재 해제는 없다는 것을 모든 것에 주구장창 앞세우기만 했던 것이다.

미국이 단계적 동시 행동의 원칙을 수용했다는 것은 CVID를 폐기하고 FFVD로 선회한 것이나 북 핵목록 제출 요구를 접은 것만큼이나 크고 의미 있는 진전이다. CVID도 북핵 목록 제출 요구도 다 미국 내 반북진영이 강조했던 것들이었다. CVIDFFVD로 선회한 것은 국무부였으며 북 핵목록 제출 요구를 접겠다고 한 것은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었다. 트럼프 정부는 2차 북미정상회담을 앞 두고 나서야 북미협상의 최전선 실무자인 비건 대표를 통해 북미협상 원칙으로 단계적 동시 행동 원칙을 수용하게 됨을 밝히고 있는 것이다. 마이크 폼페오 국무장관이 비건 대표에게 곧바로 힘을 실어주었다. 비건 대표의 연설 직후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미국이 `단계적이고 동시적인진전을 추진할 것임을 확인해준 것이다.

 

2-협상의 당면 내용들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비건 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전쟁을 끝낼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비건 대표가 종전을 언급한 것은 미국이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본격 들어갈 것임을 보여준다.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은 북이 수십년 동안 제기해왔던 의제다. 미국에게도 사실, 특별한 것이 아니다. 지난 해 6.12북미정상회담 탁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구두로 합의한 것이 종전선언이다. 종전선언은 원포인트사안이 아니라 평화협정을 하기 위해 취하는 정치적 태세다. 종전선언에서 평화협정 체결로 이어지는 공정을 트럼프 정부가 준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2차 북미정상회담 직후 같은 장소에서 트럼프-시진핑 정상회담이 예고되고 있다는 뉴스들이 나오는 것에서 확인할 수 있듯 정세는 종전선언을 뛰어넘어 평화협정 체결의 전망을 밝게 해주고 있다.

 

대북제재 해제와 주한미군 철수

비건 대표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10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4차 방북 당시 플루토늄과 우라늄 농축시설의 폐기 및 파기를 약속했다고 밝혔다.

 

이는 북이 지난 해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미국의 상응조치를 전제로 제시한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에 대한 언급이다. 영변은 북 핵무력의 핵심이자 상징이다. 핵무기 원료가 되는 플루토늄 생산을 위한 흑연감속로(원자로)와 핵연료봉 제조시설 및 재처리시설, 핵연료 저장시설과 폐기물 보관고, 그리고 특히 고농축 우라늄(HEU) 제조 시설 등이 밀집돼 있는 곳이다.

미국이 바라는 FFVD에서 영변 핵기지 폐기만큼 획기적인 것은 없다. 영변 핵기지 폐기는 완전한 비핵화의 출발이자 동시에 핵심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6.12북미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북이 핵무기나 핵 시설 전부가 아니라 20% 정도만 해체해도, 북이 요구하는 제재 해제를 해줄 수 있다는 취지의 말을 했었다. 이에 따르면 영변 핵기지 폐기는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하는 대북제재 해제 충족요건이 돼준다.

영변 핵기지 폐기는 그러나 한반도 비핵화의 구체적 출발이나 대북제재 해제 요건의 충족에만 묶여 있는 것이 아니다. ‘20% 비핵화와 대북제재 해제 요건을 충족하는 것을 훌쩍 뛰어넘어 전략적 지점에서 특별한 위상을 갖고 있는 것이 영변 핵기지 폐기인 것이다.

 

영변 핵기지 폐기는 주한미군 철수 문제와 결부되는 전략적 문제다. 트럼프 대통령은 6.12북미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당장은 아니어도 32천명의 주한미군을 집으로 데려오고 싶다는 말을 했었다. 단순한 발언일 리가 없다.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에서 주한미군 철수가 필연이라는 것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음을 그렇게 드러내 준 것이었다.

정세의 흐름에 따르면 미국은 머지않아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영구 중단하게 될 것이며 종전선언을 입구로 하는 평화협정 체결문제에 집중하게 될 것이다. 한미연합군사훈련 영구 중단은 주한미군의 주둔 근거를 치명적으로 약화시키는 요소다. 한반도에서 한국과 전쟁훈련을 못하는 주한미군은 존재할 필요도 명분도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평화협정이 주한미군과 무관치가 않다는 건 상식이다. 평화협정은 본질상 주한미군 철수의 결정적 조건으로 기능하게 돼 있는 것이다. 한미연합군사훈련 영구 중단과 종전선언 및 평화협정에서 확인되는 이것들은 북의 영변 핵기지 폐기와 주한미군 철수를 직접적이고 구체적으로 연계시키는 결정적 요소들이다.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미국 국무장관이 4일 미 매체 '살롱'과의 인터뷰에서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한미연합군사훈련 전면 중단이나 주한미군 철수를 약속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우려를 하는 것이나 러시아 과학아카데미 미국 캐나다연구소의 발레리 가르부조프 소장이 5일 타스통신과의 인터뷰에서 6일 평양에서 열리는 북미실무협상에서 북이 주한 미군 철수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주장하는 것 등이 이러한 정세를 반영한다.

이 모든 것들은 주한미군 철수 문제가 머지않아 북미 간 현안으로 부각될 것임을 예고해준다.

 

ICBM 폐기

비건 대표는 북이 플루토늄 및 농축우라늄 생산 시설의 폐기를 약속했다면서 "북한은 '그리고 더'(and more)라는 말을 더했다"고도 했다. '플러스 알파'가 무엇인지 예상해보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미국의 상응조치가 있을 경우 북이 핵물질 생산시설 뿐 아니라 '보유핵' 중에서 ICBM까지도 폐기할 수 있다는 암시를 해줬음을 의미한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이 줄 수 있는 것으로 이 보다 더 좋은 선물이 없다. 북의 미사일로부터 받고 있는 미본토의 안보위협을 해소해주는 것이고 특히 미국민들의 안보불안을 해소하는 데에서 북 ICBM 폐기 만큼 또렷하고 확실한 것은 없는 것이다. 많은 전문가들이 이를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프로젝트와 구체적으로 결부해 바라보는 것은 그런 점에서 일리가 있다.

 

3-새로운 북미관계 수립의 상

 

핵 무기가 북한에서 사라지고, 제재가 해제되며, 대사관에 깃발이 올라가고, 평화조약에 서명하는 것과 같은 일이 한시에 벌어지는 것

비건 대표가 미국의 목표는 단순히 비핵화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면서 북미 관계의 근본적인 변화의 상에 대해 그렇게 연설했다. 이는 비건 대표가 사용한 언술대로 북미관계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비전이다. 비건 대표는 투자와 외부 협력, 그리고 무역과 더불어 한반도의 놀라운 자원 등으로 인해 촉진될 북한의 밝은 미래는 미국의 성공 전략의 일환이라고 설명을 했다. 이어 적절한 시점에 비핵화가 이뤄지면 미국은 투자를 끌어 모으고, 사회기반 시설을 향상시키며, 식량안정화를 높이고, 경제적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최선의 방법을 찾을 준비를 하게 될 것이라는 설명도 덧붙혔다.

비건 대표는 6.12북미정상회담에서 합의한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의 상을 이처럼 매우 상세하게 그려주고 있다.

 

비건 대표의 연설은 결국, 미국이 북이 제시한 단계적, 동시적 행동의 원칙을 받아들였으며 협상 내용으로는 북이 익히 제시한 영변핵 기지 폐기와 그에 더해 ICBM 폐기 등에 조응해 대북제재를 해제하고 평화협정 체결을 중심으로 주한미군 철수까지 염두해두고 있음을 보여준다. 트럼프 정부는 비건 대표를 통해 상호 신뢰에 기초하는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으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한반도 비핵화를 실현하기로 합의한 6.12북미성명에 대한 구체적 이행계획을 밝힌 것이다. 비건 대표의 연설은 그런 점에서 미국의 전반 상황을 장악한 북이 그려주고 있는 새로운 북미관계수립의 노정도에 대한 트럼프 정부가 보여주는 대응이다.

특기할 만한 일이다. 북이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 이정표를 그려주고 미국은 이에 따라 그 실행계획표른 내온다는 것은 북을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상상조차 되지 않은 일인 것이다. 전략국가 북의 위상을 제대로 보여준다.

 

세계인들은 이번 달 27~28일 베트남에서 북이 그려주는 설계도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이 내놓게 될 이행계획표를 구체적으로 확인하게 될 것이다. ICBM 폐기와 영변 핵기지 폐기 전망으로 한반도 비핵화의 전망을 마련하면서 당장에는 대북제재를 해제하고 더 나아가 평화협정 체결 및 주한미군 철수 전망에 대한 내용을 담을 이행계획표일 것이다.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의 이정표는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그렇게 마련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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