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에서 경제로
<분석과전망>새로운 북미관계 수립 이후 형성될 동북아의 새로운 축
북의 전략국가로서의 역할이 갈수록 또렷해지고 있다. 동북아 지형이 안보에서 경제로 새롭게 구축되고 있는 징후에서 확인할 수 있다.
트럼프 정부는 지금, 북과 협상탁에 마주 앉아있다. 협상이 교착에 빠지는 등 이런 저런 부침이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북을 파괴의 대상으로 설정했던 과거에 비하면 놀라운 일이다. 트럼프 정부가 북을 북이 원하는 방식으로 명실상부한 협상대상으로 삼게 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즐겨 표현하듯 엄청난 진전이다. 북이 핵보유국이어서 가능해진 일이다. 이것만으로도 한반도와 동북아 정치지형은 전환에 들어섰다. 북미협상이 성격상 불가역성을 띠고 있다는 점에서 이는 한반도와 동북아 정치지형의 대전환을 확고히 예고한다.
세기적인 북미협상탁을 마련한 것은 미국이 아니라 북이었다. 북이 핵무력 완성으로 미국을 협상탁으로 끌어낸 것이다. 협상탁에 끌려나온 트럼프 정부가 달성하려는 것은 미 국민의 안전 보장이다. 워싱턴을 타격할 수 있는 북의 핵위협을 제거하는 것을 트럼프 정부는 당면과제로 설정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여론이 완전한 비핵화는 먼 미래의 일로 미뤄두고 ICBM 위협 제거를 핵심으로 하는 핵동결로 모아지는 것에서 확인되는 사실이다.
북미협상에서 트럼프 정부가 달성하려는 것은 그렇지만 안보상 목표가 전부가 아니다. 트럼프 정부가 북미협상에서 설정하고 있을 또 하나의 목표는 무엇일 것인가?
그 단서 하나를 워싱턴포스트(WP)가 주고 있다. “러시아가 지난 해 10월 경 핵발전소를 제공하는 방안을 비밀리에 제안했다”는 29일자 보도가 그것이다. 기사에는 러시아가 북에게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폐기를 조건으로 내걸었다는 것이 적시돼 있지만 그것은 미 정보기관이 의례적으로 포함시킨 정치적 언술일 것이다.
러시아가 북에 핵발전소를 제공한다는 문제의식은 사실 여부를 떠나 있을 법한 일이다. 미국이 지난 1994년 제네바 합의에서 북에 핵동결을 조건으로 경수로를 제공하기로 했던 것과 비슷하다. 러시아의 의도는 물론 당시 미국이 가졌던 의도와 같지는 않을 것이다.
러시아의 핵발전소 제공 의도에 대해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가 적절한 설명을 내놓는다. "러시아는 경수로를 제공하고 그것으로 돈을 벌고 동아시아의 에너지 연계를 위한 발판을 마련하고 싶어할 것"이라고 한 것이다. 미 해군연구소(CNA) 켄 가우스 박사도 "러시아가 경제적, 안보적 이유로 한반도에서 '플레이어'가 되길 원한다"는 등 비슷한 견해를 피력했다.
WP는 기사에서 "러시아가 한반도에서 경제적 발판을 갖는 것을 경계하는 중국과 미국 관리들을 불안하게 할 것으로 보인다"는 결론을 내놨다. 러시아가 이후 도모할 수도 있는 경제적 진출에 대해 미국이 얼마나 경계하고 있는지를 반영하고 있는 결론이다.
이는 미국이 북미협상에 설정하고 있는 또 하나의 목적이 경제적 목적일 것임을 확정해준다.
경제적 측면에서만 접근하자면 북은 미국에게 기름진 옥토다. 이른바 블루오션이다. 세계 3대 투자가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짐 로저스가 23일 방송된 KBS1 ‘오늘밤 김제동’에 출연해 남북이 통일되면 앞으로 20년 동안 세상에서 제일 주목받는 나라가 될 거라는 말을 할 정도다.
미국은 결국,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 이후 북에 경제적 진출을 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는 것이다. 새삼스러운 것일 수가 없다. 중국을 비롯해 일본 그리고 한국 역시도 다르지 않다. 중국이 북과 새로운 밀월관계에 진입하고 있는 것을 비롯해 아베 일본 총리가 의회연설에서 올해 안에 북일관계정상화를 이룰 것이라고 호기롭게 선언하는 것들이 그 때문이다. 한국의 재벌 총수들이 남북경제협력이 열리지도 않은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9월 평양정상회담장에 대거 참석했던 것도 마찬가지다. 다들,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 이후에 열리게 될 정세를 예견하고 경제적으로 진출하려는 전략적 태세들인 것이다. 동북아의 축이 안보에서 경제로 이동할 것을 예고해주는 현상들이다.
동북아 축이 안보에서 경제로 전환되었을 때 동북아 국가들의 자본이 북에 진출하는 것을 두고 관제전문가들은 예의, 그 개혁개방을 이야기한다. 구 소련시기의 고르바쵸프를 강조하고 베트남의 개혁개방정책으로 일컬어지는 ‘도이모이’를 들먹이면서다. 고리타분하다. 기성의 고정관점에 사로잡혀 내놓는 대단히 비현실적인 견해들인 것이다. 관제전문가들에게 강력하게 권유해야할 것은 현시기 동북아 정세 흐름을 제대로 볼 것 그리고 그 이전에 북을 제대로 알라는 충언이다. 그것이 아니고서는 그들이 고정관점에서 벗어나 반북을 없앨 방법이 없다.
동북아의 축이 안보에서 경제로 이동하는 것은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도 미국의 의도에 의한 것도 아니다. 동북아의 축이 경제를 중심으로 새롭게 구축되는 데에서 작동하는 결정적 동력은 북의 전략국가 역할에서 나온다. 동북아의 경제를 중심으로 새롭게 구축되는 것이 북의 핵무력 완성이 미국을 제압하면서 형성시켜주게 될 한반도 평화지대를 그 전제로 한다는 것에서 바로 확인된다.
그리고 북은 사회주의 계획경제다. 쿠바는 물론 중국과 비교해보아도 그 토대는 이루 말할 수 없이 탄탄하다. 북은 올해 신년사에서 ‘자력갱생의 기치 높이 사회주의 건설의 새로운 진격로를 열어나가자’는 것을 총 기치로 내세우고는 사회주의자립경제의 위력을 더욱 강화하자고 했다. 자력갱생을 기치로 자립경제에 기초하는 사회주의 계획경제를 강조한 것이다. 북이 전략국가로서 구사하는 북식 사회주의 강국건설전략의 구체들이다.
이것들은 북이 미국과 한국 그리고 중국과 러시아 일본 자본들의 욕구들을 수용할 수 있는 길을 예약해주면도 그 길의 범주가 사회주의강국건설전략을 실현하는 노정표 안에 있게 될 것임을 보여준다. 이에 따르면 동북아 각국의 자본들은 북에 진출했을 때 북 사회주의 경제건설 총력집중노선의 실행도에 복무하는 방식을 취하는 가운데 자신들의 욕구들을 충족시키게 될 것이다.
북의 사회주의강국 건설전략과 경제발전전략은 이처럼 사회주의 원리를 수정시키는 방향에서 국가발전전략을 수행하고 있는 중국과는 다르며 아울러 베트남의 ‘도이모이’와도 차이가 있다.
동북아의 축이 안보에서 경제로 새롭게 구축될 것도 이에 따라 동북아 국가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북에 대한 진출을 중요한 전략으로 설정하는 것도 다 결국, 전략국가 북이 노는 전반의 역할의 결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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