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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읽는 시9

[시] 미제를 단두대에 올려 놓으리라!_박학봉 격시(檄詩)미제를 단두대에 올려 놓으리라! 박학봉 “네, 이놈!”주먹이 부들부들 목덜미에 핏대가 솟구치어 불러 세운다.“함부로 주둥이를 놀려 또 다시 거짓말 하면,이번에는 물볼기 곤장이 아니라 단두대에 올려놓으리라.” 사람의 목숨은 하나인지라생명은 귀중한 것이요누구도 함부로 빼앗을 수 없나니미제 너의 못된 심보와 쓸모없는 힘자랑에동강동강 날라 간 목숨이 태산을 이루고 있으니그 태산이 너의 무덤인지는 알겠지. 평화로운 조선에 해적선 셔먼호를 들이대고조총과 대포로 위협하며 침략과 약탈을끝내 침략선은 불타고 살아남은 자는 평양부민들이웬수에게 달려들어 때려 죽였으니다시는 조선을 탐내지 말 것이다. 그래, 앙갚음으로 조선을 침략하였냐손돌목에서 강화포대에게 참패당하고다시 몰려와 함포사격으로 강화를 쑥대밭으로 만들어.. 2018. 2. 3.
나를 통일이라 불러다오_박학봉 민족시인 박학봉 시인께서 자주통일연구소 식구가 되었습니다. 박학봉 시인은 경기도 가평에서 1957년에 나셨으며 세종대 대학원에서 현대문학을 전공했습니다. 현재 동인 ‘분단과 통일시’에서 활동을 하면서 시를 비롯해 문학과 관련한 교육사업도 진행하고 있습니다.박학봉 시인을 만나고 싶으면 광화문 세종문화 뒤편 변호사회관 옆 인문학 카페 ‘메아리’로 가면 됩니다. 시인만큼이나 풍부한 인문학서적들이 널려있어 정치수다 떨기 아주 좋은, 편안한 곳입니다. -편집자 주- 나를 통일이라 불러다오 박학봉 차마민주주의를꽃 피우지 못한 채 미완으로 끝난 4·19민주혁명지천에진달래가 만발하면 무엇하노한 송이인들5·18민중항쟁 진정슬픔과 한을 피울 수 있으랴4·19에서 5·18 이어촛불투쟁까지 여물지 못한 혁명은조국통일로 그 뜻.. 2017. 12. 26.
[시] 증오의 불길로써_김상오 증오의 불길로써김상오 민들레 핀 논두렁가에 날개 부러진 폭격기 한대, 그 곁에 마치 잘못을 사과하듯이코를 땅에 박고 엎드린 시체 우리 조선사람은죽은 사람을 나삐 말하지 않는관대한 도덕이 있다 그러나 모리스 올리센-미국 비행사여,나는 너의 시체우에침을 배앝을테다네가 우리의 사랑하는 아름다운 푸른 하늘을 모욕한만큼,네가 신성한우리의 국토를 모욕한만큼,그만큼 나는 너를 모욕할테다 네가 이미 아픈 감각을 모른다는 것을나는 결코 허락치 않을테다너의 폭탄과 총알에 맞아 쓰러진모든 조선사람의 아픔이너의 더러운 시체우에 백배로 해서 있으라!쓰러진 조선사람들의어머니와 안해와 아들의 눈물이너의 어머니와 안해와 아들에게백배로 해서 있으라!지구의 서반구에 있는너의 어머니와 안해로 하여금태평양 건너 동반구,이국땅에 누워있는 너.. 2016. 7. 17.
통일쌀_고재종 통일쌀고재종 모처럼 남북한 쌀 거래 소식 듣고 정성이 크면 돌 위에도 풀이 돋는가 했더니 웬걸 쌀밥도 안 먹는 양키들이 국제교역질서를 지켜야 한다며 다 된 밥에 재 먼저 뿌렸다니 할 말 없다 그러니까 분단된 형제들끼리의 내국거래조차 수출이해 당사국과 사전협의를 거쳐야 한다며 벼른 잔치에 물도 못 떠놓게 했다니 기막힌다 부조는 안하더라도 잔칫상이나 차지 말지 남의 잔치에 감 놔라 배 놔라 어깃장 놓으며 아닌 자리에 날건달 행세를 했다니 세상에 별 해괴한 일도 있어 남우세스럽다 자고로 흥정은 붙이고 쌈은 말리라 했는데 쌈은 붙이고 화해는 깨는 그 심술은 무엇인가 더욱이 저들 개 귀에도 안 먹힐 나발 소리에 나갔던 상주 제청 달려들듯 허둥대며 보낸다는 쌀 못 보내는 저들은 누구인가 아, 역시 쌀밥 안 먹는 노.. 2016. 1. 27.
진정 갈아엎어야 할 것_한성 진정 갈아엎어야 할 것 -11월 14일 민중총궐기를 앞두고 한성 아니지이건 아니지시퍼런 눈이 있고 뚫린 귀가 있는데이건 아니야 하지 말아야 돼 저 논두렁 함부로 무너져서는 안 되지갈아엎어져서는 안 되는 거야 누구나 다 아는 일이잖아 벼까지 고꾸라지고 뭉그러져 쌀들이 낱낱이 살해당하면하늘에서 기어코무엇인가내려오고 말 거야 저 논, 단군 이래언제 한번이라도 묵혔던 적 있었나 폭우가 쏟아져도 태풍이 휩쓸어도소나기같이 잠시였을 뿐벼들은 어김없이 자라났고 쌀은 영글었어 허리춤 받치고 서서 사람들은목 메이는 하늘을 보았지밤새 어둠을 적시는 눈물, 가장 높은 마을 뒷산에 올라 하늘을 따르는 논들을 봤지 천벌을 받을 게야저 논을 갈아엎도록 만든 놈들그렇고말고 하늘에서 벌이 내려와죄다 갈아엎고 말게야암, 그렇고말고 더 .. 2015. 10. 26.
서운한 종점 _ 조벽암 서운한 종점 조벽암(1956) 헐떡이며 내닫는 것은 너 뿐이랴 가까이 다가올수록 벅차만지는 나의 숨결 미역내 구수히 풍겨오고 동백꽃 붉게 타는 남쪽 바다가 그리운 내 고향은 이길따라 부산으로도 가지 여수로도 가지 기관차야! 숨죽이지 말고 그대로 가자꾸나. 덜커덩 선 다음 왜 꿈쩍도 않으냐 달려오던 그 기세 어따 두고 너도 안타까우냐 들이 울어 쌓는 기적소리 김 빼는 소리 여기가 오늘의 종점이란다 꿈에서 깨어난 사람처럼 나는 또 짐을 내려야 하나 한발자국이라도 더 가까워진 이곳이 무척 반갑기는 하다만 다시 천근 추에 매여 달리듯 흠에 돌처럼 우뚝 서 남쪽 하늘을 바라본다. 내 이곳에서 우선 행장을 펴 네 앞길을 닦으며 손꼽아 기다리리니 하루속히 가자꾸나 너, 나와 약속한 남으로 뻗힌 지향을 싣고...... 2014. 3. 26.
순백 - 한성 순 백 한 성 그대 가고 없는 줄 알고 있었습니다. 밤새 몇 번인가 더듬이 같은 손 뻗어 찾았더랬는데 번번이 없곤 했던, 아하, 그대! 여기에 있었군요. 밤사이 바깥에 내려 쌓인 순백! 그대였습니다. 그대, 그렇게 내 곁에 있었습니다. 포근하고 맑은 순백으로 2014. 3. 26.
전사는 울지 않는다, 전사여! - 한성 전사는 울지 않는다. 전사여! 한성 전사여! 그 고전적인 호칭, 전사여! ‘박통’에 대한 축하처럼 타전 된 첫 뉴스가 애기봉 점등이었다. 이어 기다렸다는 듯이 물가가 올랐다. 전사여! 그 고전적인 호칭으로 부른다. 전사여! 농성하던 한진 노동자가 목숨을 내던지고 말았다. 현대중공업 노동자도 투신하고 말았다. 보이지 않는 희망 진정, 희망은 없어지고 만 것인가! 조국통일 완수! 하자던 애국청년 하나마저 우리 곁을 떠나갔다. 자주와 통일이 이 시대의 참 진보라며 촛불과 함께 길거리를 누비던 그 열혈청년 하나, 숱한 투쟁 자욱 남겨놓고 우리 곁을 떠나가고 말았다. 그렇지만 전사여! 눈물로 보낼 수는 없다. 울지 마시라! 전사는 울지 않는다. 조국이 울고 있다면 전사는 동지의 눈물을 닦아야할 뿐 조국의 산허리에.. 2014. 3. 26.
[시] 전선에서_한성 전선에서 한성 글자는 오래도록 있었다. 사람을 한 시간 동안 가두는 우리인데도 담벼락은 어느 순간 누구에게 그리도 크고 넉넉한 낙서판이 되어 준 것이었을까 희미했다. 금세 눈에 띌만한 것도 아니었다. 바닥에서 주워 든 돌멩이로 가슴깊이 쌓여있는 그리움 찍어 내 한 땀 한 땀 썼을 것이었다. “그이의 환한 미소” ‘볼라벤’은 전쟁처럼 왔다. 많은 것들을 허물어뜨렸고 거리의 몇 토막들과 집채의 일부도 그 뒤를 따랐다. 포성이 멎은 듯이 맑아진 날 오전 철문을 열고 운동장으로 들어섰을 때 그 글자는 그대로 있었다. 전사들에게 그리워할 수 있는 환한 미소는 무엇인가 그리고 그 환한 미소는 누구의 것인가 잘못한 것이 없지 않나요. 잘못된 것은 국가보안법이지 않나요. ‘자주민보’에 실은 85편의 기사를 국가보안법으.. 2014. 3.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