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BM 없는 핵동결’과 ‘주한미군 없는 평화체제’
<분석과 전망> 2차 북미정상회담 의제-미 국민의 안전 보장과 북 체제 보장
2차 북미정상회담이 2월 말 정도로 확정되면서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의 이정표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다. 2차 북미정상회담은 6.12북미정상회담이 한반도 평화체제와 새로운 북미관계, 한반도 비핵화를 합의한 만큼 그에 대한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내올 것이 분명하다.
북핵문제 해결 경로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해 4월 노동당 전원회의를 통해 핵 미사일 시험 중지를 결정하고 이어 6.12북미정상회담을 통해서는 한반도 비핵화를 약속했다. 미국이 집착하는 북핵문제 해결의 경로를 제시해준 것이었다. 북핵문제 해결에서 장기적인 목표로 한반도 비핵화를 당면 목표로는 핵동결로 설정해준 것이다.
북핵문제의 당면목표를 핵동결로 잡은 것에 대해 미국 내 반북세력들과 반트럼프 진영은 심하게 반발했다. 한국사회의 분단적폐세력들도 그에 추종했다. 핵동결이 북핵문제 해결 경로에서 한반도 비핵화의 입구이기는 하지만 북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는 것을 잘 알아서였다. 트럼프 대통령을 끊임없이 폄하하는 가운데 북에 패전국에나 들이댈 수 있는 CVID를 걸었고 심지어는 타격좌표를 달라는 것과 다름없는 핵 리스트 제출까지 요구했다. 주로 반트럼프 진영의 반북세력들이 주도한 것이었다. 여기에 존 볼튼 백악관 안보보좌관과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그리고 마이크 펜스 부통령 등 친트럼프 진영의 반북세력들도 간간히 가세를 했다. 반북정치공세의 전형이었지만 그러나 더 이상 현실성도 정치효력도 없는 생억지였다.
북이 익히 예상했었을 일이다. 북이 핵동결을 천명하면서도 핵전력 강화 입장을 표명했던 것은 그래서 특별히 새삼스럽다. 북의 핵동결은 2017년 신년사에서 확인할 수 있듯 핵전력 강화를 포함하고 있어 미완의 핵동결이었던 것이다. 핵전력 강화는 물론, 특별한 것이 아니다. 미국을 비롯해 러시아 중국 등이 보여주듯 핵보유국이라면 어떤 나라도 할 수 있는 일상활동인 것이다. 북의 핵전력 강화는 그 가능성만으로도 미국 내 반북진영에 곧바로 위력적인 정치안보력을 발휘했다. 미 국무부가 CVID를 FFVD로 바꾸고 핵리스트 제출 요구를 접는 데에 작동을 한 것이다.
ICBM 없는 핵동결, 미 국민의 안전 보장
김정은 위원장의 완결적 핵동결 방침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천명된다. 핵무기를 시험도 생산도 이전도 사용도 하지 않겠다고 한 것이다. 많은 의미를 갖는 대단히 특별한 일이다. 우선, 핵보유국이 핵동결을 선언한 최초의 사례라는 점에서 특별하다. 기본적으로는 북핵문제 해결에서 향후 한반도 비핵화를 세계비핵화와 연동해 풀어가기 위한 구체적인 조처라는 의미를 갖는다. 한반도비핵화와 세계비핵화의 입구로 핵동결을 설정한 것이다. 당장에 갖는 의미도 특별하다. 교착상태에 빠진 북미협상을 뚫어내 북미관계 정상화의 길을 다시 열어주었다는 점에서다. 가장 특별한 건 전략적 의미다. 미국에 대북제제를 없앨 것과 북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할 것을 제기했다는 의미를 갖는 것이다. 종국적으로는 평화체제 수립에 대한 적극적 태세다.
트럼프 정부의 반응이 곧바로 나왔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지난 11일 폭스뉴스에 나와 “북 비핵화 보다 미 국민 안전이 먼저”라고 했다. 이어 지난 18일 미국 미디어 그룹 '싱클레어 방송'의 진행자 스콧 서먼과 한 인터뷰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했을 때 미국을 위협했던 북한 핵·미사일 시험이 더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우리는 그 위험을 줄이고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 확장 능력을 줄이길 원한다”고 했다.
현 시기 미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것에서 미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북 ICBM 보다 더 위력적인 것은 없다. 트럼프 정부가 북 ICBM 위협을 얼마나 크게 의식하고 있는 지는 17일 워싱턴DC 펜타곤에서 열린 ‘미사일 방어 전략’ 발표 행사에서 잘 확인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 행사에서 “우리의 목표는 미국을 향해 어디서든 어느 때든 발사되는 어떤 미사일도 반드시 탐지해 파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국방부는 '2019 미사일 방어 검토보고서'(MDR)를 통해 "북한의 미사일 시스템은 미국 영토를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면서 북과 ‘평화로운 길’을 열어나갈 것이라고 했다.
북 ICBM 위협 문제는 의회에서도 나왔다. 머지않아 하원 외교위원회 아시아태평양 소위원장으로 취임하게 되는 브래드 셔먼 의원이 18일 VOA와 인터뷰에서 “북한에 제한된 양의 핵무기 보유를 허용하고 미사일 프로그램을 동결하는 것이 비핵화보다 현실적”이라는 주장을 내놓은 것이다.
트럼프 정부가 1차 북미정상회담 이후 그리고 그 전에 북이 핵미사일 시험 중지를 결정한 조건에서 국민의 안전문제를 전면에 내세우는 것은 매우 특별한 일이다. 이는 우선, 엄밀히 접근하면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전략적 구상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을 의식해 만든 정략적 구상이다. 6.12북미정상회담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시간 날 때마다 북미관계 발전에 대해 ‘엄청난 진전’이라고 자화자찬하고 있는 것 역시도 재선전략의 일환이다. 전직 5명의 대통령이 아무리 애를 썼는데도 해내지 못한 것들을 자신이 해냈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 정부가 미 국민들의 안전문제를 전면에 내세우는 것은 북미대결전에서 북 ICBM을 겨냥하는 전략적 태세다. 북에 핵동결에 ICBM 폐기를 포함하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ICBM 폐기를 포함하는 핵동결로 미 국민들의 안전을 보장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도는 정확하고 예리하다. 그리고 극히 현실적이고 실용적이다. 북이 지난 해 동창리 미사일 엔진 시험장을 폐기한데 이어 9월 평양정상선언을 통해서는 동창리 미사일 발사대 폐기까지 밝힌 것에 정확히 착목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북이 ICBM 폐기를 포함하는 핵동결을 얼마든지 할 수가 있는 것이다.
그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미 국민들의 안전을 보장받는 댓가로 지불해야할 것이 있다. 우선, 북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것이다. 물론, 특별할 것은 없다. 미국이 북의 핵동결을 수용하는 순간 저절로 일어나는 일이기 때문이다. 관건은 북이 미 국민의 안전을 보장해주는 만큼 미국 역시 이에 조응해 북 체제 보장을 해주는 조치를 취해야한다는 점이다.
주한미군 없는 평화체제, 북 체제 보장
김정은 위원장은 신년사에서 현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다자협상을 제기했다. 원론적인 게 결코 아니다. 6.12북미정상회담에서 합의한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을 구체화하겠다는 구상이다.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에서 핵심은 평화협정 체결과 주한미군 철수 문제다. 흥미로운 것은 다들 트럼프 대통령이 6.12북미정상회담에서 언급했던 내용이라는 점이다. 6.12북미정상회담 탁에서는 종전선언을 구두로 약속했었으며 정상회담 이후 가진 기자회견에서는 ‘지금 당장은 아니어도 주한미군을 집으로 데리고 오고 싶다’며 주한미군 철수 문제를 언급했던 것이다.
이 중 주한미군 철수 언급이 특히 중요하다. 미국의 반북진영과 한국사회의 개혁진영 일각에서 주한미군과 함께 하는 평화체제를 강조하는 경향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양국체제론에 기반해 주한미군과 함께하는 남북 평화공존체제를 주장하고 있다. 이른바 ‘평화공존론’이다. 사실, 고리타분한 논리다. 주한미군에 동북아평화유지군이라는 모자를 씌워 계속 주둔해야된다는 것은 지금과는 너무 다른 2000년 대 6.15시대 때 나왔던 논리인 것이다. 주한미군과 함께 하는 평화체제는 현 시기 정세 발전과 동북아 정치지형 변화에 전혀 맞지 않는 옷이다. 주한미군 철수는 이제 평화체제 수립에서 제외할 수 없는 문제로 된 것이다.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의 이정표, ‘ICBM 없는 핵동결’과 ‘주한미군 없는 평화체제’
6.12북미정상회담 이후 현 시기 북미대결전은 북은 체제 보장을 미국은 국민 안보 보장을 중심에 놓고 펼쳐지고 있다. ICBM 폐기를 포함하는 핵동결로 미 국민의 안전을 보장하고 주한미군 없는 평화체제로 북의 체제 안전을 보장하는 것으로 전선이 그어져 있는 것이다. 치열할 것이다. 북미관계 정상화를 위한 북미협상이 순탄하게 합의되고 곡절 없이 이행될 것으로 전망하는 전문가는 없다. 북 신년사가 미국의 제재·압박이 계속될 경우 '새로운 길'을 갈 수 있다고 경고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반발이라도 하듯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이 18일 "FFVD를 볼 때까지 대북 압박과 제재를 계속할 것"이라고 밝힌 데에서도 바로 확인할 있는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은 새로운 시대다. 북이 사상강국 정치강국 군사강국 그리고 완성된 핵무력에 기반해 전략국가의 지위를 획득해서는 반제평화전략을 구사하고 있으며 남은 촛불혁명으로 적폐청산과 사회대개혁을 전개하고 있는 시대인 것이다. 이는 김정은 위원장이 주도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따르고 있는 정세의 흐름이 곡절은 있으되 막힐 수도 되돌릴 수도 없을 것임을 확정해준다.
김정은 위원장이 새로운 시대를 개척해 북핵문제 해결의 경로를 제시한데 이어 핵동결을 천명하고 동시에 평화체제 전환을 위한 다자협상을 제기한 것은 결국,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의 이정표를 제시한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미국의 ICBM 없는 핵동결 요구를 들어줘 미 국민들의 안전 보장을 해주고 미국에 북의 체제 안전을 보장하라면서 미국의 대북제재 해제를 요구하고 평화협정을 추진하면서 종국적으로는 주한미군 없는 평화체제 수립을 해나가게 될 것이다. 2차 북미정상회담은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의 이정표를 그렇게 마련해주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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