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서민을 위한 것은 말 뿐, 세월호는 그 말에서조차도 없다.
추석이 시작되었다. 추석맞이에 누구할 것 없이 분주한 것은 여느 때의 추석과 다르지 않다. 그렇지만 분명히 다른 것이 있다. 여기저기서 들리는 서민들의 아우성이다. 예전과는 달라도 너무 다른 경기침체 탓이다.
“추석 대목 사라진 지 오래예요”
어느 시장을 가도 들을 수 있는 말이다. 상인들의 볼 멘 소리다. 시장에서 명절 분위기를 느낀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정체되는 고속도로를 빼면 명절 분위기는 없다.
대통령의 말 속에만 존재하는 서민
이럴 즈음인 5일, 사람들은 박근혜대통령의 말을 들었다.
"우리 경제를 다시 일으키고 모두가 행복한 삶을 누리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박근혜 대통령이 추석을 맞이해 국민들에게 보낸 추석영상메시지의 한 내용이다. 페이스북을 통해서였다. “체감 경기가 더뎌서 어려움이 많으실 것이라 생각한다"며 한 말이다. 최근 본격화되고 있는 경기불황에 대한 곤혹감이 읽히는 대목이다.
많은 사람들이 눈여겨 듣고 보았다. 한나라의 수장이 하는 모든 말과 모든 행보는 당연히 주목받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대통령의 그 짧은 메시지에 들어있는 우리나라의 경제상황에 대한 언급은 더 특별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나라의 현재 경제상황이 그렇다.
우리나라의 경제상황은 누가 보아도 장기불황의 늪을 향해있다. 체감과 더불어 지표만 보아도 이르게 되는 상식선의 결론이다.
우리나라 지난 2분기 경제성장률은 전기 대비 0.5%에 그쳤다. 4일 발표된 한국은행의 '2분기 국민소득(잠정)'에서 확인되는 내용이다. 이는 2012년 3분기(0.4%) 이후 7개 분기 만에 최저치이다.
7월 23일자 연합뉴스가 보도한 글로벌 마켓팅리서치 기업 닐슨컴퍼니의 2014년 2분기 한국인들의 소비심리에 대한 보고에서 이는 더욱 또렷하게 확인된다. 우리나라는 소비심리에서 전 세계 60개국 중 55위, 아시아 국가 중 최고 밑바닥을 기록하고 있다.
닐슨컴퍼니에 따르면 국내 응답자는 향후 1년간 일자리와 개인적인 재정 상황에 대해 각각 90%, 81%가 나쁘거나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팽배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지표이다.
“한국에서 지금 사업에 뛰어들었다가는 다 망한다” 닐슨컴퍼니가 보고서에서 하고 있는 말이다.
여기에서 경제전문가들은 누구할 것 없이 읽을 수 있는 것은 한국경제에 켜진 심각한 적신호다. 잃어버린 10년을 들먹이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다. 잃어버린 10년은 거품경기 이후인 1991년부터 2000년까지 일본의 극심한 장기침체 기간을 일컫는 말이다. 0%의 성장률을 기록한 기간이었다.
많은 전문가들이 경제지표나 전반상황을 보며 우리나라의 경제가 장기침체국면으로 돌입해있다는 것을 경고하면서 그 대책을 주문했다.
예컨대 세수확보를 위해 대기업과 부유층으로부터 세금을 늘릴 것을 주문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그렇게 해야만이 확보된 세수로 고용을 안정시키는 한편 경제위기로 인한 소득감소로 고통받는 저소득계층들을 지원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아울러 예금자의 이자소득을 보장하는 수준의 금리를 유지하여 부동산버블과 가계부채가 시장의 가격조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해소되도록 해야한다는 주문도 내놨다.
그것들이 사람 잡는 고물가, 과도한 가계부채, 실질소득 악화와 절대적 빈곤의 확대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주문에 대해 박근혜정부가 보여준 대응은 외면이었다. 그런 점에서 극심한 경기불황은 박근혜정부에게는 근본적인 대처법을 내놔야하는 문제가 아니라 선거호재였을 뿐인지도 몰랐다. 7.30보궐선거에서 박근혜정부는 경제활성화대책이라면서 이런저런 선거공약성 대책을 내놓았다. 경기침체에서 벗어나려는 유권자들을 파고 들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것들은 경제활성화문제를 고려하는데서 박근혜정부의 안중에는 서민이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박대통령의 추석 메시지는 서민이 다만 대통령의 말 속에서는 존재한다는 것을 확정케 해준다.
대통령의 말 속에 조차 들어가지 못하는 세월호유족
박근혜정부에게 경제문제와 관련해 서민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정치적으로는 세월호참사문제 또한 없다.
박대통령의 메시지에는 간과할 수 없는 대목 하나가 있다.
"명절 연휴에도 쉬지 못하고 일하시는 근로자 여러분과 경찰관, 소방관, 군 장병 여러분께도 감사의 말씀을 드리면서 모두 따뜻하고 기쁨 가득한 한가위를 보내시기 바란다"고 한 것이 그것이다. 단순하게 보면 의례적인 말이라 치부하면 되었다. 그러나 겉이라도 조금 주의를 기울여서 보게되면 심각한 문제가 포함되어있다는 것은 바로 확인된다.
그 언급에는 세월호참사 피해자들이 소롯하게 빠져있는 것이다. 서울 청운동은 청와대의 코 앞에 있는 동네이다. 그곳에서 세월호 유가족들이 보름째 노숙농성중이다. 그렇지만 세월호유족들에 대한 한마디의 언급조차도 대통령의 메시지에는 없었던 것이다. 모르쇠의 전형이다.
추석맞이를 하고 있던 많은 사람들이 한숨을 뱉어냈다. 대통령에게는 세월호유족들이 없는 것인가? 세월호가족들이 느끼게 될 것은 허탈감일 것이었다. 그 허탈감의 반 이상이 분노에 섞여있을 것이라는 것은 당연했다.
‘세월호유족들은 국민이 아닌갑다!’ 라는 말이 탄식 끝에 욕처럼 따라 나왔다. 그렇지 않아도 가뜩이나 힘들고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는 터에 대통령이 던져주는 허탈감은, 세월호유족들에게 사실상 폭력에 다름 아니다.
대통령의 안중에 세월호유족들이 없는 것은 경기침체의 원인으로 세월호 문제를 지목하고 있어서인지도 모른다. 물론 대통령이 직접 언급한 적은 없다.
그렇지만 수많은 여당정치인들 그리고 보수언론들이 세월호투쟁과 경기침체를 동렬 상에 놓고 각각 원인과 결과라고 외쳐댔다. 새누리당이 그리고 보수단체들이 세월호투쟁의 정면으로 몰려가 이제 그만하자 라는 말을 하며 삼았던 근거도 그것이었다. 유민이 아빠 김영오씨에 대한 온갖 음해성 소문을 퍼뜨린 것과 비견되지 않을 정도로 큰 폭력이었다.
물론 그런 행태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은 없었다. 다만 ‘또 지랄들’이라고 일갈하는 것은 잊지 않았다. 특히 민생에 별 관심을 두지 않는 정치세력들이 걸핏하면 다른 것에 책임을 돌리는 것을 여러번 겪어서다.
지난 8월 22일 통계청의 ‘2분기 가계동향’ 자료가 나와서야 세월호투쟁을 경기침체의 한 원인으로 보는 폭력적 행태들은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다.
자료에는 음식·숙박에 대한 월 평균 지출액은 33만7000원으로, 전년동기대비 4.9% 늘어난 것으로 조사되었으며 특히 식사비(외식비)에 대한 월 평균 지출은 33만800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오락·문화에 대한 지출도 늘어 월 평균 지출액은 14만8000원으로, 전년동기(13만8000원)대비 6.7% 증가했다. 서민일반이 그 소비의 주체는 아니었을 것은 물론 당연하다.
박대통령에게는 서민도 세월호도 없는 것인가?
그 어느 때보다도 더 팍팍할 한가위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 라는 말처럼 풍요롭고 정겨운 한가위가 되시기를 기원드린다"는 대통령의 말이 누구나 할 수 있는 덕담임에도 불구하고 욕처럼 폭력처럼 들리는 이유이다.
국민들은 더구나 서민들은 서글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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