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3시
권말선
팔월의 막바지
잠들 수 없었던
열대야는 드디어
끝이 났다
열린 창으로
시원한 밤공기
야글야글 울어대는 풀벌레소리
넘나드는
새벽 3시
문득 깨어 바라보는
방 안 사물은
물 잔뜩 머금은 수채화처럼
뭉글뭉글 제 형체를 풀어버렸고
창 밖에 비친 옆집 지붕은
여적 잠들지 못하고
비스듬히 누운 채
생각에 잠겨있다
바람 타고 들어오는
서늘한 밤공기
이제는 발끝이 시려
이불 한껏 끌어 가슴까지 안는데
순간 훅 끼치는
향긋한 그대 내음
등 뒤에서 숨소리
고르롭다
갑작스레 밤비 쏟아지는데
일어나 창을 닫아야 하나
닫아야 하나
둬도 될까
내가 잠들면
풀벌레도 밤바람도 방안 사물도 또 저 기와지붕도 밤비도
다들 따라 잠들겠지만
상념의 늪에 빠지고 말았는가
건져 올려 줄 아침해를 기다리는가
다시 잠들지 못하고
깜박 깜박이는
새벽 3시,
3시 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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