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치, 푸르다
권말선
깎아놓은 손톱 같은
하얗고 자잘한
멸치떼
접시에 소복
담고 보니
눈이
눈들이
파아랗다
바다에서 떼어 낸
물기 잃은 마른 몸
눈망울만 파랗게
젖어 있다
바다에서 건져질 때
숨 쉴 수 없어
두 눈에 후닥 머금고는
나와 눈 마주친 순간
일제히 쏴- 쏟아낸
짠물
멸치 눈물에 빠진 나는
파도에 휩쓸리다
바다에 잠겨 들다
숨 쉴 수 없어
그만 두 눈을 후닥 감았다
제 작은 몸 다시 저 너른 바다에
찰박이고픈
유유히 흐르고픈
뻐끔거리고픈
그리움
몸부림
울음으로
푸르게 파-랗게
아찔하게 환장하게
멸치
눈이
(2022. 08.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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