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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과 전망

미얀마 사태를 '민주냐 독재냐'라는 이분법으로 볼 수 있는가? 그리고 미국의 전략은 관철될 수 있을 것인가?

by 전선에서 2021. 2. 26.

<분석과 전망>미얀마 사태와 중미전략대결

 

미얀마의 군부 쿠데타로 비롯된 미얀마 사태에 대해 그 본질을 정확히 집고 이후 추이를 제대로 전망하자면 미얀마 역사는 물론 특히 미얀마 사태를 둘러싸고 확인되고 있는 중미전략대결을 잘 알아야한다.

미얀마 사태의 본질은 미얀마 내 권력집단 간에 전개되고 있는 권력투쟁이다. 미얀마의 역사엔 쿠데타를 통한 정치권력의 변동이 상당히 많다. 미얀마 사태에 대해 '민주냐 독재냐'라는 서구식 프레임으로 접근할 수 없는 이유다. 미얀마 군부쿠데타를 비판하는 한국의 일부 진영의 태세에서 확인할 수 있듯 '독재냐 민주냐'라는 고리타분한 이분법적 담론으로 접근했다가는 맞이할 게 낭패 밖에 없다. 그 낭패의 대표적인 예로 5·18기념재단이 2004년 아웅산 수치 여사를 미얀마 민주화운동에 기여한 공로를 높이 평가해 광주인권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가 지난 2018수치 여사가 미얀마 소수민족인 로힝야족 학살을 방관한 점 등을 이유로 철회한 것을 들 수가 있다.

'민주냐 독재냐'라는 서구식 담론은 사실, 세계에 다양하게 존재하고 있는 정치현상을 판단하는 잣대로서의 생명력을 이미 오래 전에 잃었다. 미국이 민주주의 개념으로 중국 시진핑 주석이나 북을 공격해 봐도 적대를 드러내는 것일 뿐 현실적으론 그 어떤 정치적 위력을 갖지 못하는 것이 잘 보여준다.

 

미얀마 사태와 관련해 주목할 건 미얀마 사태를 둘러싸고 확인되고 있는 중미전략대결이다. 중미전략대결은 중국의 세계적 부상을 고도화할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와 미국이 새로운 세계패권전략으로 반중전선으로 수립하려는 인도태평양전략 간 대결로 그 전선이 형성돼 있다. 미얀마 권력의 축은 쿠데타를 일으킨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 중심의 군부와 민주주의 민족동맹(NLD)을 이끌고 있는 수치 고문으로 양분돼 있다. 군부와 수치 진영에 대한 중국과 미국의 입장 차이는 또렷하다. 중국은 군부와 수치 고문 양 측을 다 지지하고 있다. 미얀마 사태에 대한 관망태세로 표현돼있다. 이와는 달리 미국은 군부 쿠데타에 대한 반발에서 확인할 수 있듯 수치 고문을 지지하는 선별지지 입장을 취하고 있다.

 

중국이 군부와 수치 고문 양측을 다 지지하는 건 그들이 친중에서 큰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미얀마는 네윈 버마사회주의에서 확인할 수 있듯 애초 친중국가이다. 이는 서구 프레임에 의해 민주화의 상징으로 이미지화돼 있는 수치 고문이나 독재로 이미지화 돼 있는 군부할 것 없이 공히 다 관통된다. 중국의 미얀마와의 정치·외교·경제 협력이 군부와 수치 고문 가리지 않고 동시에 진행돼왔던 이유다.

시진핑 주석은 지난해 117일 주석으로는 19년 만에 미얀마를 방문했었다. 시 주석의 지난해 유일한 해외 순방이었다. 시 주석은 원 민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으며 그 뒤 곧바로 수치 고문과도 회동을 해 양국 간 협력 및 경제 정책 연계를 논의했다. 그때, 세계언론들은 전통적으로 중국과 가까웠던 미얀마에 대한 중국의 '지극한 사랑'을 과시한 것이라고 대서특필을 했다.

중국의 미얀마 군부와의 협력에서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이 미얀마의 서해안 항구와 윈난(雲南)성 쿤밍(昆明) 771의 지상 송유관 연결이다. 201711월 흘라잉 최고사령관 등 미얀마군 대표단을 베이징으로 불러들여 군사협력 강화를 약속하고 미얀마 해군과 한 연합 군사훈련도 그 대표적 사례 중 하나다. 중국은 지난 1988년 이후 군사용 수송 장비의 90% 이상을 공급하고 전투기와 함정도 제공하고 있다. 중국은 다른 한편으론 수치 고문의 NLD2015년 총선에서 압승했을 때 전폭적인 지원을 했다. 지난 201711월 말에는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 공산당과 대화'에 수치 고문을 참석시키기 위해 특별기까지 제공했다.

미얀마는 중국과 최대 교역국이고 중국은 싱가포르에 이은 미얀마 제2의 투자국이다. 미얀마는 특히 중국의 에너지 안보에 있어서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중국이 중동이나 아프리카에서 들여오는 원유 수송로는 모두 말라카 해협을 통해 들어오는데 미얀마가 바로 그 길목이기 때문이다.

중국과 미얀마와의 정치·외교·경제 협력은 중국의 일대일로와 맞물려 그 위상이 더욱 높아져 있다. 이를 반영하고 있는 게 서남부 윈난(雲南)성 쿤밍(昆明)에서 미얀마를 관통해 인도양으로 이어지는 철도·도로 건설 사업이다.

 

미국의 조 바이든 정부는 지난 22일 전날 쿠데타가 발생한 미얀마에 대한 정부 차원의 원조를 중단하고 군부에 대한 제재 검토에 들어갔다. 수치 고문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이다. 미국이 수치 고문을 지지하는 건 기본적으로 수치 고문이 네윈의 버마 사회주의적 지향성을 여전히 갖고 있는 군부와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전략적 의미를 갖고 있는 셈이다. 수치 고문에 가장 공을 들인 미국 인사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꼽을 수 있다. 수치 여사가 서구식 가치에 경도된 게 영국 유학과 생활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부친의 후광을 등에 업고 자유주의 정치가로 나선 데엔 미국의 정치적 지원이 컸다.

바이든 정부가 수치 고문을 지지하는 건 당면해서는 미얀마가 중국의 일대일로에 포섭되는 것을 저지하기 위해서이다. 아울러 미국이 수립하려는 인도.태평양전략에 미얀마를 포섭하기 위해서다. 미국의 의도대로 미얀마를 포섭하게 될 경우 미얀마를 통하는 중국의 에너지 수급에 막대한 차질을 발생시킬 수 있다.

이것들은 미국의 수치 고문에 대한 지지가 중국의 일대일로를 방해하고 인도태평양전략 수립을 위한 것임을 확인해준다. 미국의 수치 고문 지지는 그러나 미얀마 사태에 결정적 영향력을 미칠 정도로 위력한 것은 못된다. 예컨대, 바이든 정부가 중단하기로 한 지원금은 2020 회계연도 경우 18500만 달러(2064억원)에 불과하다. 결국 바이든 정부의 미얀마 군부에 대한 압박 수단은 제한적이고, 국제사회의 추가 제재도 중국의 견제에 막혀 한계가 있는 것이다.

냉전 시기부터 사회주의 양대 국가 중 하나인 중국을 압박하고 사회주의 미얀마를 전복시키고자 수치 여사의 이른바 민주화 운동을 꾸준히 지원했던 미국이 지금에 와서 대중국 전략인 인도-태평양 전략에 미얀마를 포함하여 중국을 견제하고자 하는 전략은 결국, 전망이 매우 불투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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