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촛불
권말선
그 때 우리는 알고 있었다
박근혜 탄핵 사유에
왜- 왜-
세월호만 안 되는 거냐고
한 아버지(예은 아빠)가 쉰 목으로 울부짖을 때
다시 촛불을 들어야 한다는 것을
우리, 이미 알고 있었다
그 때 우리는 분명 승리했지만
자식을 빼앗긴 아비의 절규 앞에 모두 울어야했다
1,700만의 촛불로 추위와 어둠 몰아냈던 광장에
민의가 내버려지지 않고 떠받들려야 할 국회에
암흑 같던 지난날보다는 나아져야 할 이 나라에
금수들이 사람의 껍데기를 쓴 채
악에 받쳐 거짓말을 내뿜고
온갖 잡스런 깃발 흔들며 발광하고
토악질하듯 오염된 말들을 쏟아내는데
저 금수들이 언제고 다시 총칼과 대포로
광장을 짓이기려는데
저 짐승들이 언제고 다시 외세를 등에 업고
풀 꽃 나무 하늘 공기마저 조각내려는데
눈에서 흐르는 것이 눈물이 아닌
뼈를 저미고 애간장을 태운 재가
눈물 되어 흘리는 사람들이
쓰러질 듯 휘청이며 울부짖는데
승리를 앞에 두고도 눈물훔치던 그때처럼
지금 그저 울고만 있을 수 없다
다시, 촛불
다시, 촛불!
두근두근 심장을 깨우는 저 불꽃
이제 우리들의 무기를 챙겨야 할 시간
익살이여 재치여
포효여 절규여
웃음이여 울음이여
노래여 춤이여
함성이여 구호여
불끈 쥔 주먹이여
일어나 광장을 덮어야 한다
거짓을 쓸고 역겨움을 태우고
“자유한국당 해체!”로 들썩여야 한다
다시, 일어나야 한다
우리 촛불의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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