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아, 고향에 오렴
권말선
“일본에서 태어나 일본말밖에 못 배운 우리 아이들에게 국어를 가르치고 싶었어요. 조선말을 하는 조선사람으로 키우고 싶었어요.”
얕은 산중턱 비탈진 자리
마른 바람만 일어 쓸쓸한 곳에
한 줌의 햇살 꼬옥 부여잡고
무리지어 피어난 너는 진달래
너로 인해 산은 푸르러지고
너로 인해 세상은 환해졌다네
“아이들이 어른이 되었을 때는 분단이 끝나고 통일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우리 아이들은 남북을 잇는 무지개다리가 될 거예요.”
맨 처음 만났을 때 너는
거친 땅에 피어난 안쓰러운 꽃잎
가만히 들여다보노라니 너는
맑고 환하여 어여쁘기 그지없고
꽃무리에 둘러싸인 너는
보석처럼 밝게 빛나고 있었지
미안하고 고맙고 부러운 너는
조국의 귀하디귀한 꽃송이송이
“북남수뇌분들이 만나 악수하고 판문점선언이 나왔을 때 우리의 존재, 우리의 투쟁이 옳았다고 확인해 주는 것 같아 떨렸어요!”
어쩌면 네 볼과 눈 코 입은
그리 밝고 환하게 웃느냐
어쩌면 네 팔과 손가락은
그리 고운 몸짓으로 춤추느냐
네 목에는 꾀꼬리가 앉은 게지
어찌 그리 맑은 음색으로 노래하느냐
네 가슴엔 백두산 호랑이가 앉은 게지
어쩌면 그리 우렁차게 노래하느냐
선생님이 물려주시고 고쳐주신 낡은 악기로
어쩌면 그리 멋드러지게 연주하는지
어쩜 너희들은 여럿이 춤추면서도
한 사람처럼 일렁일 수 있는지
어린 유치원생들까지도
어쩜 그리 똘망하게 율동하고 연기하는지
어디에서 그 모든 것을 배웠는가
누가 그 모든 것을 가르쳐 주었는가
아, 누구를 닮았길래 어쩌면 그리도…
대답하지 않아도 쨍쨍히 들리는 말
우리학교!
우리 선생님!
우리 조국!
“얼씨구 둥둥 사물놀이 울려라
고구려장고춤 칼춤 추어라
통일기에 우리 소원 담아 흔들어 보자
고동 울려라, 내 고향 강선의 노을 향해
세기를 넘어 역사를 넘어
사랑하는 조국,
하나의 봄을 위하여”
너를 만나지 않았으면 까무룩
하마터면 잊고 살았을 민족성
거부할 수 없게 쏟아지는
어쩌면 너는 폭포
크고 너른 힘으로 다가와
가슴을 쓸고 흐르는 대하
교과서에 잠재워 놓지 않고
세상이라는 너른 무대에
길게 이어진 피줄기 속에
활짝 펼쳐낸 겨레의 얼
아이들아, 그 물결 그대로
이제 여기서도 꽃 피우렴
분단이 할퀴고 간 상처
거둬내려 애쓰는 남녘땅
네 부모님 그리움 물든 고향
한 줌 햇살의 자리 마련해줄게
너는 거부할 수 없는 폭포
가슴을 쓸고 흐르는 대하
흘러 한 흐름이 되어
하나의 봄 하나의 낙원을 노래하자
너, 나 우리 함께
새라새로운 꽃송이 피워내 보자
아이들아, 여기 고향에 오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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