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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과 전망

‘핵전력 강화’ 대 ‘대북제재 유지’

by 전선에서 2018. 12. 29.

핵전력 강화대북제재 유지

<2019북미정세전망>북 핵미사일이 연구.개발영역에서 생산.배치영역으로 이동한 까닭


 



지속되는 대북압박

 

북이 올해 북미대결전과 대외활동에서 취한 조치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한반도 비핵화 선언과 핵미사일 시험 중단 선포였다. 한반도 비핵화는 4.27판문점선언과 6.12북미공동성명이라는 세기적 사변을 계기로 선언했다. 그리고 핵미사일 시험 중단 선포는 4.27남북정상회담과 6.12북미정상회담 사이에다 배치를 했다. 한반도 비핵화 선언이 북핵문제를 세계비핵화문제와 결부해 해결할 수 있는 전략목표로 제시한 것이라면 핵미사일 시험 중단 선포는 한반도 비핵화라는 그 장기전략을 실현하기 위한 첫걸음으로 내놓은 조치였다.

다 고도의 전략으로 읽혔다. 오묘하다고 평가하는 전문가들이 속출했다. 한반도 비핵화를 세계화했다는 말이 돌았다.

 

한반도 비핵화 선언과 핵미사일 시험 중단 선포는 북미대결전을 송두리째 뒤흔들어놓은 세기적 사변이었다. 당연하게도 북미대결전 종식을 위한 것이었다. 그 끝에 차려진 것이 6.12북미정상회담이었다.

6.12북미정상회담에서 최고 돋보이는 것은 6.12북미공동성명에 있는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이다. 현 시기 북미대결전에서 이 보다 더 중한 것이 없다. 핵심이다. 6.12북미정상회담 탁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종전선언을 약속한다. 비록 말로 한 것이었지만 공식문서 못지않게 획기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북미정상회담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지금 당장은 아니어도 언젠가는 주한미군을 집으로 데리고 오고 싶다는 말도 한다. 이 역시 말이기는 했지만 그 전략적 혹은 정략적 의의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로 중요하다.

종전선언과 주한미군 철수는 6.12북미공동성명에 적시된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의 시작과 끝을 선명히 그려준다. 종전선언에서 시작해 주한미군 철수로 완결되는 것이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인 것이다. 70년 북미대결전 종식의 경로다. 한반도 비핵화 선언과 핵미사일 시험 중단 선포의 위력 앞에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대결전 종식 경로를 그렇듯 직접 밝힌 것이다.

 

한반도 비핵화 선언과 핵미사일 시험 중단 선포 그리고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 천명은 그렇지만 북미대결의 즉각적인 중단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북미대결이 그렇게 쉽게 중단되고 끝날 것이었다면 70여년 간 진행되지도 죽기 살기 식의 치열한 양상도 띠지 않았을 것이다.

 

북미대결전은 치열하다. 북미 간 사이가 이전 보다 좋아졌을 뿐 북미대결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미국의 대북적대는 곳곳에 차고 넘친다. 미국의 정치적 대북적대인 인권공세는 멎지 않고 계속되고 있다. 군사적 적대 역시 본질적으로 바뀐 것은 없다. 을지프리덤가디언(UFG)과 연합공중훈련인 비질런트 에이스(Vigilant Ace) 훈련 등은 중지됐거나 연기됐지만 독수리훈련과 키리졸브(KR)연습은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한달동안 미뤘다가 실시를 했으며 그 중 핵심 훈련인 쌍룡훈련 역시 진행되었다. 한미 해병대연합훈련(KMEP·케이맵) 역시 예정했던 것에 비해 8회 줄기는 했지만 11회나 시행됐다. 미국의 대북적대 중에 가장 결정적인 것이 대북제재다. 대북제재는 경제 영역에서 미국이 가하는 대북적대로 현 시기 대북적대에서 최고의 정점이다. 북미협상을 교착상태에 묶어두는 결정적 요인으로 작동하고 있다. 미국에게서 대북제제 해제 의지를 기대해보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것처럼 보인다.

 

부각할 핵전력 강화

 

북한은 현재 생산속도라면 2020년까지 약 100개의 핵탄두를 보유할 수 있게 된다

우드로윌슨센터의 로버트 리트워크 수석부소장이 한 말이다. 미국 NBC 방송 27일자 보도다. NBC는 북이 올해 핵시험이나 미사일 발사를 하지 않은 것에 대해 전문가들을 인용해 연구·개발에서 대량 생산 쪽으로 넘어간 것이라면서 그런 보도를 했다. 전문가들과 상세한 위성사진 분석에 따르면 북은 계속 핵분열 물질을 생산하고 있으며 북 전역에서 미사일 기지들을 개발하고 있다는 것이다. NBC는 영국 싱크탱크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의 크리스티나 배리얼 연구원이 "김정은 위원장은 정책을 바꾸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북한이 연구와 개발에서 대량 생산으로 옮겨갔다고 한 말까지도 보도했다.

 

사실, 놀랄만한 뉴스는 아니다. 미국 내 반북진영이 북미관계 진전 속도를 늦추기 위해 자주 내놓곤 했던 가짜뉴스와 많이 닮아있기도 하다. 하지만 중요하다. NBC가 말하고 있는 것은 북의 핵전력 강화다. 핵전력 강화는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 해 1129일 핵무력 완성을 선포하고 난 뒤 천명했던 것이었다. 그로부터 몇 일 후인 1212일 제8차 군수공업대회에서도 언급했다. "핵 무력을 질량적으로 강화하고 우리 식의 최첨단 무장 장비들을 더 많이 만들어 자기의 사명과 임무를 다해나가리라 확신한다고 한 것이다. 핵전력 강화는 올해 신년사를 거치며 보다 또렷해졌다.

핵탄두들과 탄도로케트들을 대량생산하여 실전배치하는 사업에 박차를 가해나가야 합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신년사에서 핵전력 강화를 그렇듯 대량 생산과 실전 배치로 구체화해 확정해주었다.

 

북의 핵전력 강화는 사실, 특별한 게 아니다. 핵과 미사일을 연구 개발 영역에서 완결한 후 생산과 배치 영역으로 이동하는 것은 대단히 일반적이다. 미러중 등 핵강국들의 핵전력 강화 행보가 큰 문제가 안되는 이유다. 핵무력이 완성되었을 때 핵무력이 취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존재방식이 핵전력 강화인 것이다.

북의 핵전력 강화는 북이 선포한 핵미사일 시험 중단과 충돌하지 않는다. 핵미사일 시험 중단이 말 그대로 연구 개발영역에서의 시험을 중단했다는 것이지 생산과 배치까지 중단한 것을 의미하지 않기 때문이다. 핵미사일 시험 중단은 연구 개발 영역에 대한 규정일 뿐 생산과 배치 등 전력화 영역까지 포괄하지는 않는 것이다. 북의 핵전력 강화는 한반도 비핵화와도 충돌하지 않는다. 한반도 비핵화가 당장에 실현할 문제가 아니라 장기적으로 복잡하고 어려운 공정을 거쳐 해결될 사안이기 때문이다.

 

핵전력 강화 대 대북제재 유지의 투쟁전선

 

북의 핵전력 강화는 그러나 특별하다. 미국의 대북적대 중에서도 대북제재를 유지 강화하고 있는 현 정세와 직접적으로 결부된다. 미국의 대북제재 유지에 조응하는 전선이 핵전력 강화인 것이다. 북은 어쩌면, 미국이 북미대결전에 대북제제 유지 강화로 임할 것을 예견해 핵전력 강화를 염두해두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북은 이후 한반도 비핵화 선언과 핵미사일 시험 중단 선포를 강조하면서도 핵전력 강화를 앞세워 미국의 대북제재 유지와 첨예한 전선을 치게 될 것이다. 전선이 치열해지는 만큼 전망 또한 그만큼 밝다. 이미 확인되고 있다. 미 국무부가 최근 펴낸 <전략 보고서>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전략보고서는 당면 목표로 핵동결을 설정하고 있다. 사실, 놀라운 일이다. 미 국무부가 북핵문제 해결을 최대의 현안으로 삼은 이래 공식적으로 핵동결을 당면목표로 설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애초, 북을 붕괴시키거나 혹은 최소한 적대하기 위한 빌미이자 이유일 뿐이었던 북핵에 대해 동결 대상으로 공식화했다는 것은 눈 앞에서 봐도 선뜻 믿기지 않는 일이다. 격세지감이다. 전략보고서는 핵동결 내용으로 핵과 탄도미사일 시험 중단을 기본으로 핵분열 물질 생산의 중단그리고 핵 확산 방지를 설정하고 있다. 당연하다. 여기에서 핵분열 물질 생산의 중단은 핵전력 강화를 시작하지 말라는 것이며 핵 확산 방지는 북의 핵전력 강화를 다른 나라로 이전하지 말라는 것이다.

 

많은 것들이 또렷해지고 있다.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부 장관이 지난 1121일 버지니아주 알링턴의 국방부 청사에서 기자들에게 내년 봄 독수리훈련에 대해 "범위가 축소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었다. 연기나 중지가 아니라 재개라는 것이 중요하다. 내년 독수리 훈련 재개는 북에게 그동안 물밑에서 진행하고 있던 핵전력 강화를 공개할 수 있는 계기점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북의 핵전력 강화는 이처럼 성격상 미국의 대북제재의 복판을 관통하게 돼 있다. 치명적이고 결정적이다. 미국이 북에 대해 핵전력 강화가 시작되는 원천을 없애고 핵전력 강화가 다른 나라로 이전될 가능성을 없애는 것은 대북인권공세와 대북군사적대와 경제적 대북제재 등 대북적대를 다 푸는 방법 이외에는 없다.

 

핵전력 강화대북제재 강화’. 2019년 정세에서 가장 중핵적인 투쟁전선이다. 2019년 북은 핵전력 강화로 미국의 대북제제 강화를 무력화하는 가운데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 경로를 하나 하나 개척해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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