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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과 전망

양국체제론이 자주통일시대에서 취하는 허접한 존재 방식

by 전선에서 2019. 1. 4.

정세현의 본질 호도와 정세 오도

<분석과 전망>양국체제론이 자주통일시대에서 취하는 허접한 존재 방식

 

 

웬만하면 그냥 지나치자 싶었습니다. 좋은 게 좋다는 말에 힘을 빌려보려고도 했습니다. 하지만 심해도 너무 심했습니다. 6.15시대 때의 주역이었다는 게 믿기지가 않았습니다. 어쩌면 그리도 북을 몰라라하고 북미관계는 물론 한미관계도 몰라라 하면서 왜곡해드는 것인지 경악스럽기도 했습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자력갱생, 투쟁의 기치이자 비약의 원동력

김정은 북 국무위원장이 신년사에서 '자력 갱생'을 강조합니다. 자력갱생은 혁명의 전 노정에서 투쟁의 기치이자 비약의 원동력으로 사회주의 건설의 전 전선에서 틀어쥐어야할 번영의 보검입니다. 또 자립적 민족경제는 물론 자위적 국방력까지 다지는 원천이기도 합니다. 당장에는 2020년 완성을 목표로 하는 국가경제발전 5개년전략 이행의 결정적 동력이 자력갱생입니다. "자체의 기술력과 자원, 전체 인민의 높은 창조정신과 혁명적 열의에 의거하여 국가경제발전의 전략적 목표를 성과적으로 달성하며 새로운 장성단계에로 이행하여야 한다"고 한 것입니다.

 

그런데 정 전 장관은 북이 자력갱생만으로는 국가경제발전 5개년전략을 달성하기 힘들 것이라는 주장을 했습니다. 2일 프레시안 기사, “<정세현의 정세토크> 김정은이 협박? 되레 에 간청한 것>”에서입니다. 정 전 장관은 그리고는 경제발전 5개년 전략 달성의 중요한 조건으로 외국 투자를 거명합니다. 외국 투자가 없으면 자력갱생만으로 5개년 전략을 달성하기는 힘들다는 것입니다.

악담입니다. 그리고 무식합니다. 무식의 극치라고 해도 심하지 않습니다. 외국 투자 강조에서 개혁개방론자의 논리가 번뜩입니다. 사회주의 북을 자본주의적 관점에서 접근해 그 대안을 제시하는 대표적인 반북논리가 개혁개방 개념입니다. 정 전 장관에게서, 개혁개방만이 살 길이라며 구 소련을 해체와 망조의 길로 안내했던 고르바쵸프가 오버랩되는 이유입니다. 간과할 수 없는 것은 자력갱생을 자본주의 정치의 통치기제 정도로 왜곡시킨다는 점입니다. 인민을 고통의 한가운데로 밀어 넣어서는 고통을 극복하자는 슬로건으로 인민을 통치한다는 대표적인 반북논리 중 하나입니다.

인류 역사에 유례없을 정도로 오랫동안 그리고 특히 전방위적으로 강하게 지속되고 있는 미국의 제재와 압박에 맞서 구사하는 북의 혁명과 건설 전략이 자력갱생입니다.

 

새로운 길, 핵전력 강화와 반제평화전략의 길일 수도

김정은 위원장은 신년사를 통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언제든 또 다시 만날 준비가 돼 있다면서도 미국이 계속 제재와 압박만 한다면 '새로운 길'을 모색할 수도 있다고 밝힙니다. 당당해 보였습니다. 힘도 느껴졌습니다. 단번에 보더라도 미국에 대한 경고나 압박으로 읽혔습니다.

 

그런데 정 전 장관은 경고나 압박이 아니라 오히려 북이 미국에 간청을 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에 따르면 핵무기에 대해 시험과 생산, 사용과 전파를 하지 않겠다는 김정은 위원장의 결정은 그 간청을 위한 재료에 불과합니다. 간청. 아무리 심사숙고를 해봐도 이해가 안됩니다.

 

새로운 길은 단순히 2019년이라는 단기적 범위에 국한 된 것이 아닐 수 있습니다. 미국의 대북제재와 압박을 분쇄하는 것에만 국한되는 단순한 것 또한 아닐 수도 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오래 전부터 기획하고 작전을 짜 수립했던 거대한 전략인 것처럼 보입니다. 왼손에는 핵보유국의 일상활동인 핵전력 강화를 쥐고 오른 손엔 완성된 핵무력에 기반한 반제평화전략을 쥐고 나가는 것으로 보이는 것입니다. 종국적으로 핵무력에 기반한 전략국가의 전략정치력으로 제국주의 미국을 사멸로 인도하는 길이 새로운 길의 실체일 수도 있는 것입니다.

 

서울남북정상회담, 북미정상회담의 악세사리일 수 없어

북미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져 있고 2차북미정상회담이 열리지 않는 것은 트럼프 정부가 미 반북진영의 반발에 막혀 6.12북미정상회담에서 약속한 것들을 지키지 않는 것과 대북제재와 압박을 지속하는 것 말고 다른 이유는 없습니다.

 

그런데 정 전 장관은 미국의 대북적대에 대해 완전 눈을 감습니다. 관심이 전혀 없다는 듯한 태세입니다. 그리고는 북이 풍계리 폐기나 동창리 폐기 약속만 가지고 마치 '할 일 다했다'는 식으로 버티면 안 된다는 주장을 내놓습니다.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이치는 물론 현실에도 맞지 않는 주장입니다. 북이 지금 취하고 있는 비핵화 초기조치는 현 시기 북미대결전 지형에서 북이 취할 수 있는 최대치입니다. 미국이 신뢰조치를 취할 수 있게 하는 필요충분조건으로도 모자람이 없습니다. 오히려 넘칩니다. 그런데도 정 전 장관은 미국의 문제에 대해서는 눈을 질끈 감고는 북의 태세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폄하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일방적으로 미국 편을 드는 모양새입니다. 폭력에 가깝습니다.

 

문제는 이 뿐이 아닙니다. 정 전 장관은 서울남북정상회담을 너무나도 저열하게 바라봅니다. 서울남북정상회담이 북미 간 접점을 찾는 내용만을 의제로 하는 원포인트로, 당일 치기로 개최돼야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입니다. 정 전 장관은 서울남북정상회담을 북미협상을 위한 일개 정치기제로 취급하고 있는 것입니다. 구체적으로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 조치를 만드는 것이 남북정상회담입니다. 그 주장에는 남북정상회담이 중핵적으로 갖게 되는 민족적 의의는 완전 거세돼 사라지고 없습니다. 남북관계를 북미관계의 부속물 정도로 여기는 미국의 입장에 많이 닮아있습니다.

정 전 장관은 문재인 대통령이 아니었다면 북이 북미정상회담을 하기 어려웠다는 말도 합니다. 그리고는 한 술 더 떠 북이 살 수 있는 길이라며 그 구체적 방도까지 제시해줍니다.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에게 북미 정상회담과 관련한 코치를 받아야한다는 겁니다. 이어 문 대통령에게 트럼프 대통령을 움직일 수 있는 카드를 줘야 한다는 겁니다. 돼도 않게 뒷짐을 지고는 훈수까지 두는 모양새입니다. 흔히, 북에 대해 전혀 모르고 북미관계와 한미관계의 본질도 모르는 아주 무식한 사람이나 가질 법한 견해와 입장입니다. 한심합니다. 본질에 대한 완전 호도입니다.

 

완전히 발전한 남북관계, 이제 통일방안이 필요

김정은 위원장은 "전민족적 합의에 기초한 평화적인 통일방안을 적극 모색"하자고 합니다. 획기적입니다. 신년사에서 통일방안이 언급된 것은 김일성 주석 때의 신년사 이래로 처음입니다. 남북관계가 완전히 발전단계에 진입한 것에 대한 가장 합리적이고 현실적 조응입니다. 그 중요성과 의의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본질적으로 자주통일시대의 본격화를 의미합니다.

 

그렇지만 이에 대해 정 전 장관은 대단히 이해하기 어려운 견해와 입장을 표명합니다. 북이 예전에 전민족대회니 범민족회의니 하는 용어를 써서는 연방제 방식으로 통일해야 한다고 했다면서 그것을 위장 평화공세라고 규정을 한 겁니다. 그리고는 북이 1980~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연방제에서 벗어났다는 말도 합니다. 정 전 장관은 이어 낮은 단계의 연방제가 1990년 서독이 동독을 흡수통일하는 것을 지켜본 김일성 주석이 내놓은 것이고 국가 대 국가의 협력 체제 즉, 국가연합이라는 주장도 합니다.

연방제와 낮은 단계의 연방제가 왜 나오게 되었는지 그리고 낮은 단계 연방제가 국가연합이 아니라는 것은 전문가가 아니어도 통일에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일반 사람들도 쉽게 알 수 있는 사안입니다. 6.15시대 때 통일부장관이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입니다. 황당합니다.

 

20006.15 정상회담 때 남북은 '남측의 연합 제안과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안이 서로 공통성이 있다고 인정하며 그 방향에서 통일을 지향해 나기로 합의했습니다. 연합연방제방식입니다. 북에서는 연방연합제방식으로 부릅니다. 201477일 공화국 정부성명을 통해 남과 북은 온 겨레가 지지하고 민족의 공동번영을 담보하는 합리적인 통일방안을 지향해나가야 한다면서 련방련합제방식의 통일방안을 구체화하고 실현하기 위해 노력해야한다고 한 것입니다.

서로 다른 사상과 제도가 존재하는 현실에서 연방제방식으로 통일을 이룩해야 한다는 것은 두말할 것도 없이 과학적이고 특히 현실적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 전 장관이 연방제를 왜곡한데 이어 연합연방제까지 부정에 가깝게 왜곡하는 것은 매우 불순합니다.

 

정 전 장관이 연합연방제를 국가연합으로 규정하는 데에는 이른바 양국체제론이 작동했을 것입니다. 분단체제에서 통일체제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남과 북이 유엔에 각각 가입해있다는 것에 기초해 국가연합단계를 장기간 설정하는 것이 양국체제론입니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시기 때부터 현재 문재인 정부에 이르기까지 여전히 다양한 모습으로 존재하고 있습니다. 흔히 평화 공존 논리로 표현되고 있습니다.

 

통일의 전성기, 평화 공존 논리와 양국체제론이 설 자리는 없어

2019 북 신년사에 대한 정 전 장관의 견해와 입장은 이렇듯 전반적으로 미국을 가장 자리에 올려 놓고서는 북을 주변화하고 문재인 대통령의 역할을 과도하게 중심에 세워 높이는 기조로 구성돼 있습니다. 한국과 조선과 미국 중에서 미국과 한국의 입장을 중심으로 삼는 이른바, 통일한국론에 상당 근접해 있습니다. 좀 더 냉철하게 들어가면 친미반북정치모리배들의 입장과 그 경계가 모호할 정도입니다. 정 전 장관의 견해와 입장에서 민족적 관점이나 민족적 자존심을 매우 풍부하게는 발견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전반적으로 사대적입니다. 어떤 경우에는 뼛속까지 사대적인 사람들의 논리와 크게 다를 것이 없어 보이는 경우도 있습니다.

 

한 때 6.15시대의 주역이었던 인사에게서 이런 류의 견해와 입장을 접한다는 것은 사실, 적잖게 슬픈 일입니다. 이른바, 사심이 작동한 결과일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심해도 너무 심하다는 것에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나 미국 정치계에 뭔가 바라는 게 있는 지도 모릅니다. 사심을 투사하는 영역에 한 때 뜻을 함께 했던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비대위원장으로 있는 자유한국당이 포함될 수도 있습니다. 그 사심은 양국체제론으로부터 합리화 될 수 있는 명분을 제공받고 있을 것이기도 합니다.

사심을 작동시켜 본질을 보란듯이 호도하고 정세를 노골적으로 오도하는 정 전 장관의 행태는 그러나 참으로 구차합니다. 역겹기도 합니다. 이제, 그 정도 선에서 멎어야합니다. 주요 사심이 제아무리 넘실대고 양국체제론이 그 어떤 그럴듯한 모양새를 뽐 낸다하더라도 올해 내내 9월 평양공동선언이 밝히고 있는 민족자주와 민족자결의 원칙은 굳건히 휘날릴 것입니다. 그리고 올해가 통일의 전성기로 되어 자주통일시대를 본격적으로 열어젖히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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