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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과 전망/사회문화비평

'개판'인 나라에서 시인의 존재방식

by 전선에서 2015. 3. 13.

꼴이 개판인 나라에서 시인의 존재방식

<사회문화비평>민주, 민생, 평화에 대해 시인들은 어떻게 노래하고 조직하는가?


 




이 시대에 걸맞는 시인의 전형을 새롭게 보여주는 동인<길 위의 시>의 박종식 권말선 김영경 박현선 그리고 사진에는 없는 박금란. 

이들은 항상 거리에 있다. 투쟁하는 거리다. 그 거리에서 그들의 시는 생산된다. 2015년 불꽃처럼 살아가기로 약속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최근 들어 나름 유명해진 문구 하나가 있다. “나라 꼴이 개판이다라는 문구다.

아름다운 말이 아니다. 흉한 쪽에 가깝다. 욕설로 쓸 수 있는 말이기도 하다. ‘십상시혹은 국정농단이라 불리워지기도 했던 청와대 참모들의 권력투쟁이 불거졌을 때 국민들이 잔뜩 화가 나서 침처럼 뱉어냈던 말이었다.

이 말이 보다 대중적으로 알려진 것은 몇몇 사회단체들에서 사용을 하고 난 이후였다. 이 말이 아무래도 현재 한국정치사회에 대한 과학적 진단을 담고 있을 것으로 여겨지는 이유다.

 

파괴된 민주

 

민주주의는 사실상, 송두리째 파괴되어있다. 국가의 최대 정보기관의 수장이 대선개입 혐의로 구속되었다는 것을 비롯해서 진보정당이 종북몰이에 내몰려 해산당하는 것 등 이를 대표할 만한 것은 한둘이 아니다.

민중들이 876월 항쟁을 통해 쟁취해냈던 민주주의는 또 다시 권력의 손아귀에 쥐어져 있는 셈이다.

 

시인 박종식은 작품, <자유롭다고 말하지 말라>에서 민주주의가 죽어있는 것을 살아있는 것조차도 자유롭다고 할 수 없는 이 대한민국으로 제시한다. 그리고는 권력의 중심 혹은 그 주변부에 있는 사람들을 향해 자유가 있다고 말하지 말라라고 호통을 친다. 포효라고 해도 된다.

 

시인 박종식이 포효할 수 있는 것은 희망을 보아서다. 그에 의하면 희망 즉 자유팽목항에서 광화문까지 삼보일배 중인 승현 아빠, 승현 누나의 고행이나 해고자 전원 복직과 정리해고 철폐를 요구하며 발끝부터 머리끝까지 땅에 대고 또 대어 눈 덮인 아스팔트를 녹이는 노동자들의 체온에 그리고 서울구치소 창살광화문 광장에 있다

 


자유롭다고 말하지 말라

                         박종식

 


흙냄새 아지랑이 피어오르는 비 내린 아침

남도땅 검붉은 능선 타고 넓은 벌 거쳐 전해지는

홍매화 내음에 봄이 왔다고 하지 말라

숨을 들이킬 때 살아 움트는 새순의 기운이 느껴지는 것만으로

솜털 같은 햇살이 곧이어 비칠 것이라고 기대하지 말라

87년 향긋했던 그 향기도 코끝을 잠시 간질였을 뿐

완전한 봄을 부르지 못했다


한국사회의 대전환을 열었다며 들썩이던 그날의 항쟁

절차적 민주주의는 쟁취했다며 의기양양하던 청년 지도부들

386이라는 개살구 같은 훈장만 남겼을 뿐 화석이 된지 오래되었고

뻐끔거리는 어항 속 금붕어가 되어 민주주의를 되뇌고 있을 뿐이다


득표율 51.6% 공표, 히죽거리며 당선자 코스프레하고 있을 때

당선무효소송 조차 하지 못하는 그들

권력기관의 대선개입과 관권선거가 명백히 드러났을 때

법치가 살아있음을 증명한 판결이라는 성명 달랑 외고 돌아서는 그들

내란음모 여론선동하며 이석기 의원에 대한 마녀사냥을 벌일 때

헌법 밖 진보 운운하며 헌재보다 한발 앞서 통합진보당이 위헌정당이라고 단언하는 그들

너희들은 민주주의를 입에 담지도 말라


304명의 생명을 구조하지 않았을 때 생명권을 빼앗긴 것이고

진실을 은폐하고 있는 지금 이 순간 알권리가 짓밟히고 있는 것이다

통일토크콘서트 연사 신은미 선생을 강제출국 시키고 황선 대표를 구속했을 때

표현신체의 자유를 빼앗긴 것이고

철거용역들이 강남 노점을 뒤집어엎었을 때 재산권을 빼앗긴 것이고

정리해고 난발하고 비정규직 양산할 때 근로의 권리를 빼앗긴 것이고

생활고로 연탄불 피워 죽고 목을 달아 죽고 물에 빠져 죽고

, 돼지만도 못한 삶을 강요할 때 행복추구권을 빼앗긴 것이다


그러니 너희들은 자유롭다고 말하지 말라

살아있는 것조차도 자유롭다고 할 수 없는 이 대한민국에

자유가 있다고 말하지 말란 말이다


그제는 학생들을 죽이고

어제는 노동자를 죽이고

오늘은 진보주의자를 죽이고

내일은 길 위의 성직자를 죽일 정권이 존재하는 이 나라 이 사회를 보고

자유롭다고 말하지 말라


자유는

팽목항에서 광화문까지 삼보일배 중인

승현 아빠, 승현 누나의 고행 속에 있고

30만 번 꿇어 무릎이 닳아 없어지는 중에 봄은 오는 것이다


자유는

해고자 전원 복직과 정리해고 철폐를 요구하며

발끝부터 머리끝까지 땅에 대고 또 대어

눈 덮인 아스팔트를 녹이는 노동자들의 체온에 있고

흰옷이 검은 옷이 되어가는 중에 봄은 오는 것이다


진정으로 자유롭다고 외칠 수 있는 사람은

20m 전광판 위에 있고

70m 굴뚝 위에 있고

서울구치소 창살 아래 있고

광화문 광장에 있다


이제 죽은 민주주의를 들쳐 없고 거리로 나서자

세월호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투쟁으로 숨을 불어넣고

민주수호 독재회귀 저지 투쟁으로 눈과 귀를 트이게 하고

노동자, 민중들의 생존권 투쟁으로 손과 발에 피를 돌게 하고

심장을 때리고 온몸을 흔들고 흔들어 살려내자

참다운 자유를 쟁취하자

 

 

파탄난 민생

 

잘못된 정치는 또한 민생을 파탄에 이르게 했다. 담배값 인상과 연말정산 파동 등에서 확인되는 서민증세 그리고 부자감세에서 상징적으로 확인되기도 한다.


시인 김영경은 노동자들이 스스로 광고판이 되고 있는 것에서 민생의 파탄을 직시한다. 시인에게 굴뚝에 오른 노동자는 일한만큼 밥 먹고 살겠다고 번쩍이는 광고판 위에서 광고를 하고 있는 것이다. 작품, <광고판>에서다.


시인은 지금은 사람들이 제각각 “1인 광고판이지만 머지않아 대형광고판이 될 것을 소망한다. 시인이 상상하는, 대형광고판에 번쩍이는 광고문구는 말 그대로 찬란하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는 것을 비롯하여 세월호의 진실이 밝혀지고 비정규직은 없어지고 정당해산 또한 무효로 확정되는 등 종국적으로는 살인마 정권 무너졌다는 등의 문구가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시인 권말선에게서도 민생 파탄은 노동자들에게서 가장 먼저 확인된다.


시인에게 노동자는 부자의 신자유주의 아래를 느리게 기어가는낮은 바닥과 조각난 꿈을 덧붙이저기 높은 굴뚝사이에 존재하고 있다. 작품, <오체투지에서 굴뚝까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시인은 낮은 바닥에서 기고 있고 굴뚝에 올라서 있는 노동자들에게서 민생파탄과 동시에 희망 또한 읽어낸다. 바닥과 굴뚝 사이는 시인에게 노동자가 투쟁의 힘찬 날개를 퍼덕일 공간이 되어주는 것이다.

시인은 날개짓처럼 자유로운 세상노동자 세상을 열어젖히자노동자여, 날개를 펼치자고 선동을 하고 있다.

 

 

광고판

      김영경

 


일한만큼 밥 먹고 살겠다고

번쩍이는 광고판위에서 광고를 한다.

몸 하나 뉘이면 바로 다음이 낭떠러지,

몸 하나로 광고가 되었다.

 

내 동생, 내 아들 죽은 이유를 알려달라고

팽목항에서 광화문으로

세 번 걷고 무릎을 찍으며

걸어 다니는 광고가 되었다.

 

굴뚝도 올라가고, 길거리 노숙을 하고

몸에 불을 지르며 제발 좀 보라고 광고를 낸다.

 

강연 한번이 내란음모사건이 되고

사실이 왜곡되어 정당이 해산되는

자발적 국제망신광고만 남발하고 있다.

 

자본주의가 광고의 홍수 속에 산다지만

사람이 광고가 되고

사람을 죽이는 광고가 넘쳐나는 깡통 민주주의.

 

사람들은 자신의 얼굴을 걸고,

유령 같은 깡통 민주주의를 차고

거리를 떠돈다.

1인 광고판이 되었다.

 

그 한사람, 한사람이 모여

대형광고판이 만들어지면

번쩍이는 광고문구가 찍힐 것이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세월호의 진실 밝혀지다.”

비정규직법 없어졌다.”

정당해산 무효 확정

 

살인마 정권 무너졌다

 

 

 

 

오체투지에서 굴뚝까지

                        권말선



잎새를 기는 애벌레도

배불리 먹고 꿈꾸고 나면

찬란한 날개를 갖는다

아름다운 나비가 된다

 

검은 아스팔트 위를

부자의 신자유주의 아래를

느리게 기어가는 노동자여

가슴에 불을 품은 그대여


검은 연기 솟아나는

허공뿐인 굴뚝에서

조각난 꿈을 덧붙이며

하루를 삼키는 그대여


가장 낮은 바닥에서

저기 높은 굴뚝까지

그대 굳은 결심담아

우리 꿈을 외쳐다오


비정규직 철폐!

노동자에게 권리를!

자본가에게도 노동을!

배부른 권력자에게 

참회의 오체투지를!


노동자여, 날개를 펼치자

투쟁의 힘찬 날개를

날개짓처럼 평등한 세상

날개짓처럼 자유로운 세상

노동자 세상을 열어젖히자

 

 

위협받는 평화

 

한국정치사회가 개판인 것은 이 뿐만 아니다. 한반도의 평화까지도 극도로 위험에 빠지게 하고 있는 것이 잘못된 정치의 결과인 것이다.

박근혜 정부 들어 한반도의 평화가 얼마나 위협받고 있는지는 별 스런 설명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위협의 정도는 이명박 정부 때 보다 더 깊으며 성질은 더 악성이다. 위협의 정도가 아성인 것은 <한반도 신뢰프로세스>7.4공동성명을 위시하여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을 존중한다고 해놓고 벌이는 반북적 행태들이어서 그렇다.

 

시인 박금란은 한반도의 평화가 위협을 당하고 있는 것을 미국 그리고 박근혜 대통령에게서 찾고 있다. 그리고는 지금 또 식민지의 역사가 되풀이 되고 있다면서 거칠 것 없는 정치적 용어를 구사하며 준열하게 지적을 한다. “한미연합군사훈련 하지마라고 한 것이다. 최종적으로는 미군을 향해 미국으로 가라고 하고 있다.

 

 

한미연합군사훈련 하지마라

                              박금란



핵으로 한반도를 초토화 시키려는

한미군사훈련 하지마라


미제는

한반도의 지배에 집착하여

한반도를 몰살 하려는

핵전쟁 훈련에 일본도 끌어 들였다


일본을 군국주의로 재무장 시키는

한미일군사정보협정은

미제가 조선을 일제에 넘긴 그 옛날

제국주의 밀거래

2의 카쓰라테프트조약이다

지금 또 식민지의 역사가

되풀이 되고 있다


통일의 무지개다리를 예쁘게 놓던

신은미 교수를 강제출국 시키고

희망정치연구포럼 대표 통일일꾼 황선을

구속 시키는

반민족반민중적인 박근혜 정권은

민족의 운명을

외세의 손에 넘겨 버렸다


이 땅의 주인은 민족을 사랑하는

민중이다


민중의 아들딸을 일제미제의 용병으로

만들어

조국을 몰살하려는 핵전쟁의 대열에

세우고 있다

같은 민족을 적으로 삼고

민족을 말살 하려는 반역의 훈련에

민중이 애지중지 아끼는 자식들을

죽음으로 내몰지 마라

민족 평화통일의 길에

민족자주국방의 아들딸로 거듭나는

애국적 군인이 되게 해야 된다


흐르는 시냇물도 강을 이루며

통일의 노래를 파도치며

부른다

갈매기도 힘차게 날아오르며

후렴을 부른다


전쟁반대 평화통일

미군은 미국으로 가라

한반도의 모든 비극을 몰고 오는

미제는 가라

침략군은 가라


핵전쟁 훈련

한미연합군사훈련 멈추라

 

 

나라 꼴이 개판이다라는 문구는 이처럼 민주가 파괴되고 민생이 파탄났으며 한반도의 평화까지도 극도로 위협받는 한국정치사회의 본질을 담지하고 있는 극히 과학적 성구가된다. 이는 마치 지난 자유당 시절 못살겠다. 바꿔보자라는 말 만큼이나 정치사회의 진면목을 제대로 담아내고 있다고도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나라 꼴이 개판일 때 시인은 어떤 존재 방식을 취하게 되는 것인가?

 

시인 박현선이 그 답을 제시한다. 명쾌하다. 전사가 되라고 한다. 혁명을 하라고 한다. 작품, “무명전사에게를 통해 그 승리의 끝까지 가야하기에 가기 전에 쓰러지지도 멈추지도 말아라라고 한다.

 

 


무명전사에게

- 2015년 첫날 동지와 함께

                            박현선

 

 

2015

열어야 한다면

열어야 된다

반드시

 

어디가 문인지

어디가 닫혀있는지

알지 못해도

그래도

열어야 된다

 

칼바람이 분다

어찌할 것인가

전사여

무명전사여

 

칼바람이 불면

칼춤을 추자

혹 그 칼바람에

팔이 떨어져 나가면

다리로 춤을 추자

칼춤을 추며

 

그 칼춤으로

길을 열어내자

 

누군가 열어야 한다면

누군가 뚫어야 한다면

우리가 열자

우리가 뚫자

 

누가 기다림을 미덕이라 했는가

누가 신중함이 전략이라 했는가

우리에게 기다림은 사치다

칼바람에 기다림은 사치다

우리가 전사라면

기다림은 사치다

 

열어라 전사여

민중이 살아야 할 길

민족이 나아가야 할 길

 

가만히 있으면

죽음밖에 없다는 것을

300 아이들이

영혼이 부르짖고 있다

전사여

 

우리는 보았다

아사 동사 타사

이것만 각오하면

혁명이 승리한다

 

아사의 결심은

새월호 특별법으로

동사의 결심은

고공크레인의 승리로

타사의 각오는

테러를 불러

종편의 실체를 벗겨내고

마녀사냥이

마녀가 사냥하는 것으로

까발렸다

 

진리다

그렇게 살아 온

2014

그렇게 지켜 온

2014

 

여전히

붉디 붉게 번득이는

태양으로 시작 된

2015

 

살아있는 전사여

부르기 전에

달려가자

 

살아있는 전사의 길

그 길의 끝은

승리

 

그 승리의 끝까지

가기 전에

쓰러지지도

멈추지도 말아라

전사여

 

불꽃같은

무명전사여






오는 14일 토요일 광화문에 있는 파이낸스빌딩 앞에서 <길 위의 시>는 올해들어 두번째로 거리 시 전시회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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