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50대의 화려한 사고
<문예공연>장년콘서트- 응답하라 4050 <물어본다>
자주통일연구소 한 성
4050.
40대 그리고 50대를 지칭하는 개념이다.
사회를 짊어지고 있다는, 사회의 중추 세대다.
그런데 그들 중 몇몇이 지금, 사고 칠 준비를 하고 있다. 그것도 단단히도 칠 태세다.
이번 토요일 광화문 세월호 광장에서 문예공연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공연 내용은 다양하다.
드라마틱한 극이 있고 배꼽 잡는 꽁트가 있는가하면 노래가 있고 춤도 있다.
시 낭송도 있고 합창도 있으며 군무나 율동도 있다.
영상도 있다.
문예공연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있을 것은 다 있는 셈이다.
연출가도 있다.
당연히 전문가는 아니다. 대학 다닐 때 조금 해봤다고 했다. 자동차를 팔아 근히 살아가는 40대 초반의 능력 없는 딜러다.
출연자들은 그 사람을 박PD라고 부른다.
신발이 참 많이도 닳았을 것이다. 한 달 째 차 한 대도 못 팔고 있을 것은 안 봐도 비디오다.
공연에 출연하는 사람들은 대충 25명 정도다.
직장생활을 하거나 자영업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 중에는 직장이 없어 일당 일을 하거나 심지어는 알바로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들도 있다. 늦게 결혼을 해 갓난아이를 키우는 아줌마들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도 세월호 가족 분들이 함께 한다. 세월호 가족이 주축이 된 416합창단이 그들이다.
한 달 전쯤에 그들이 문예공연을 할거라고 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도끼눈을 떴다.
연극을 구경해본 적도 없는 터라 연기에 소질이 있을 리 만무한 사람들이다. 5분짜리 꽁트에서 세 줄짜리 대사를 치는데도 익숙하지 않아 다섯 번을 연습했지만 아직까지 못 외우는 사람도 있다. 군무에 끼워줄 수 없는 모태 몸치들도 적지 않다. 희한하게도 노래를 잘 하는 사람들도 한 둘에 불과하다.
한꺼번에 시간을 내기가 당연히도 어려웠다.
퇴근 후 집에 곧바로 가지 않고 공간이 될 만한 곳을 찾아다니며 연습을 한다. 모처럼 맞은 일요일을 안산 세월호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보내기도 했다. 비온 날이면 바깥에서 비옷을 입고 밤늦도록 연습을 했다.
힘들어 하면서도 그러나 그들은 사람들의 그 도끼눈길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해야된다는 것이었다.
“왜 하는건데요?”
그렇게 공연의 종자가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박PD는 “물어본다”는 것이라고 했다. “물어본다”는 가수 이승환의 노래다.
그는 세월호가 침몰하고 있었을 때 아이들에게 우리정부는 ‘가만히 있으라’고 했다는 것을 상기시켰다. 그리고는 되물었다.
“나라꼴이 개판인데, 40대 50대가 가만 있어야겠어요?”
그는 40대 50대에게 그렇게 물어볼 것이라고 했다.
당신들이 가만 있으면 당신들이 지고 있는 이 나라가 당신들을 어떻게 할 것 같냐고 물어볼 것이라고 했다.
페이스북에서 익숙한 사람들일 수도 있다.
몇 번인가 길거리에서 시 전시회를 했고 시낭송회를 하는 사람들이기도 하다.
명절이면 광화문 세월호 광장에 나가 퀴즈놀이도 하고 윷놀이도 하며 유족들과 함께 했던 사람들이다.
동짓날에 광화문에서 팥죽을 쒀서는 함께 먹기도 했었다.
누가 시켜서가 아니다. 그들은 누구할 것 없이 스스로 세월호 가족임을 자처했다.
유족들과 고통을 함께 나누려고 했던 사람들이며 유족들이 ‘감추는 자가 범인이다’라고 했을 때 진상규명 서명용지를 가지고 길거리에 가장 재빨리 나갔던 사람들이다.
그들은 유족처럼 수시로 울었다.
세월호 참사는 물론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에 누구보다도 실천적으로 분노했으며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대해서도 퇴근 시간을 쪼갰다. 토요일이면 주말을 아스팔트에 고스란히 헌납했다. 그리고 11.14민중총궐기가 농민들이 논을 갈아엎는 것처럼 썩어빠진 세상을 갈아엎는 것이기를 바라면서 힘을 보태는 사람들이다.
공연을 준비한지 한 달이 되었다고는 하지만 그들은 여전히 서툴고 서툴다.
그러나 그 서툴디 서투른 연기와 노래와 춤과 시 그리고 꽁트 등을 통해 이 땅의 40대 50대가 이 세상에 대해 져야하는 책임이 무엇이어야 하는 가를 그들은 그날 온 관객들에게 물어볼 것이다.
한 시간 넘게 이어지는 공연에서 사람들은 분명히 알게 될 것이다.
그들이 물어보는 것이 무엇이고 우리가 우리의 가슴 속에다 대고 대답할 것이 무엇인지를 웃으며 혹은 울며 혹은 기뻐하며 알게 될 것이다.
11월 21일 토요일 오후 6시 30분 광화문 세월호 광장에서 열리게 되는 장년콘서트- 응답하라 4050 <물어본다>
생떼 같은 우리 아이들의 영정이 있는 그 광장으로 우리가 이번 토요일 저녁 시간을 내서 꼭 가야하는 이유다.
[詩]
물어본다
- 나이 사십의 언덕을 넘으며
박 현 선
처음 세상을 본 순간
물어볼 언어조차 모른 채
울음을 터뜨렸다
시대가 유신인지 알지도 못했건만
눈 가리우고
입 틀어막혀
이순신장군보다
똘이장군을 더 많이 보아야했던
그림대회 상장하나 받으려면
빨강색을 많이 써야했던
사슬에 묶여버린 역사속에서
왜 그래야하는지 물음에
어미던 아비던
대답대신 해주던
쉿 쉿
나이 스물즈음에
다시금 바라본 세상은
치떨림을 넘어 분노로 일었다
봉인되어진 악귀들의 악행의 역사
피로써 풀어 헤쳐지고
역사에 물어
목놓아 외치다 울다, 울다 외치다했다
세상이 등뒤로 온건지
내 등이 돌아간건지
세상이 눈 밖으로 나온건지
내 눈이 스스륵 아래만을 바라본건지
그 누구에게
물어볼 새도 없이 달려온
시대, 그리고 세월
나이 사십의 언덕에 올라
다시금 선 종로의 아스팔트
20년 30년이 지났건만
광화문을 향해
팔둑질을 하고 있다
고래 고래 소리를 치고 있다
방패를 앞에두고
더 높아진 벽앞에
물대포를 맞고 있다
20년. 30년.
앞이라 여기고
걷고 또 걸었건만
제자리 걸음이었다
누군가 찍어주겠지 했던
민주의 마침표는 아직도 빈자리
아직도 이어지는 아픔의 역사였다
싸우기보단 물러섬이
외치기보단 침묵함이
고개를 쳐 들기 보단 고개 숙임이
제자리 걸음의 이유였을까
아직 찍혀지지 않은 마침표의 이유였을까
그 침묵의 시간
꿈으로 키웠던 아이들이 수장되었다
꿈을 주었던 아비가 살육되었다
그 제자리 걸음의 마지막 선 자리는
단두대였다
다시금 갈림길에 선
오늘
부조리한 현실과
불확실한 미래에
나에게
그대에게
우리에게
물어본다
더 늦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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