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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과 전망/사회문화비평

박근혜정권 치하,'15년 12월 3일

by 전선에서 2015. 12. 3.

박근혜정권 치하,'15123

<겨울단상>슬픔 혹은 분노 그리고 절망과 함께 내려 쌓이는 눈

 


자주통일연구소 한 성








아침에 눈을 떠 물 한 컵을 단숨에 들이키고는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식전 담배는 끽연가에게 기본이었다.

 

바깥으로 나온 나를 맞이한 것은 순백의 세상이었다. 세상이 함박눈으로 둘러쌓여 있었다. 아이처럼 짧게나마 설레임이 일었다.

 

담배를 두어 모금 빨고 주머니에서 흡연 습관처럼 핸드폰을 꺼내 열었다. 핸드폰의 페이스 북이 열어주고 있는 세상은 그러나 눈으로 덮인 순백의 세상과는 너무나도 달랐다.


 

"체제전복세력을 원천봉쇄하라"


김 수남 검찰총장이 2일 취임을 하면서 한 말이다.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는 국가 존립과 발전의 근간임을 명심하고 헌법가치를 부정하는 세력에 단호히 대처해야 한다"면서 그렇게 말했다.

 

일순 혼란스러웠다. 분노해야되는지 아니면 슬퍼해야 되는지 분간이 잘 안 섰던 것이다. 절망스러워할 수 있을지도 몰랐다.




 

김 수남 총장에 대해 모르는 사람은 별로 없다.

 

무엇보다, 통합진보당 사람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은 사람이다. 2013년 수원지검장으로 통합진보당 내란 음모 사건을 진두지휘했었다.

 

그가 이석기 전 진보당 의원 등을 내란음모 혐의를 기소를 했을 때 사실, 많은 사람들이 웃었다. 사문화되었다고 해도 될 내란음모 조항에 켜켜히 쌓여있었을 먼지를 툴툴 털고 내보인다는 것이 현실적으로도 법리적으로도 아니다 싶었던 것이다.

혁명조직(RO)이라는 말이 나왔을 때도 사람들은 마찬가지의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그는 끄떡하지 않았다. RO는 실체가 있다는 것 그리고 그것이 대한민국 안위를 위협했다는 것을 그는 끝까지 밀고 나갔다.


나쁜 넘. 출세에 눈 먼 놈. 그가 수사를 하는 그 어느 중간쯤에선가 법무무의 진보당 해산절차와 만나게 되었을 때에야 사람들은 그를 올려다보며 시퍼렇게 질려야했다.

201412, 헌법재판소는 진보당을 해산하겠다는 법무부 손을 들어주었다. 수많은 사람들을 경악케 했던 그의 진보당 압살은 그렇게 마무리되었다.


한 달여 뒤인 20151, 대법원이 RO의 실체를 인정하지 않고 그렇기 때문에 내란음모 또한 무죄라고 최종선고를 내렸지만 그러나 그것으로 변할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김 총장이 맡았던 또 하나의 사건은 2014년 연말 정국을 얼어붙게 했던, '정윤회 국정개입 의혹 사건'이었다.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있을 때였다. 박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불리는 정윤회씨가 국정을 농단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 문건이 유출되어 시작된 사건이었다.

 

그가 지휘한 수사에 대해 그러나 초장부터 의혹과 비판이 줄을 이었다. 정씨의 국정개입 의혹은 수사하지 않고 문건에 대한 유출 의혹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는 것이었다. 정확한 지적이었다.

 

결국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과 박관천 경정 등만 대통령기록물법 및 공무상기밀누설 혐의로 기소되는 것으로 그 사건은 마무리되었다

조응천 전 비서관이 최근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다는 뉴스는 사회면의 보이지도 않은 어느 구석자리를 차지했고 그것은 조비서관 지인들 몇 사람들에게만 공유되었다.

 

김 총장이 헌법가치를 부정하는 체제전복세력에 대해 단호하게 대처하는 데 갖게 되는 기간은 2년 정도가 될 것이다.





검찰총장이 대처하겠다는 체제전복세력은 어떤 사람들일까?

 

"대체 알바비를 얼마를 받으면 저렇게 눈 속에서도 피켓을 드는 거지"

한 페친이 페이스북에 올려놓은 글의 한 대목이다. 평택역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는데 늙수구레한 아저씨 한 사람이 다가와 눈을 털며 한 말이라고 했다.

그녀는 지난 1114일 민중총궐기 때 물대포를 맞아 사경을 헤메고 있는 백남기 농민을 생각하며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있는 중이었다.


함께 살자고, 사람이 죽어가는 데 말 함부로 하지 마세요. 하지만 그녀는 그 말을 다 할 수가 없었다. 눈물이 그렁해지고 목이 매여 끝내 말을 잇지 못했다고 했다.

 

그녀는 왜 울었던 것일까? 슬퍼서 아니면 분노스러워서 혹은 절망스러워서.

 

페이스북은 또 하나 경악할 만한 사건을 펼쳐주고 있었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새누리당과 테러방지법 처리에 합의했다는 것이었다.

 




테러방지법에 대해 많은 사람들은 국민들을 옭아맬 또 하나의 국가보안법으로 여기고 있다. 복면금지법 뒤에 테러방지법이 있는 것이라고 했으며 국정원에 날개를 달아주는 법이라고도 했다.

 

지난 1일 이병호 국가정보원장은 국정원의 역사를 새로 썼다. 대한민국 건국 이래 국가정보기관 수장으로는 처음으로 국회를 찾은 것이다. ‘테러방지법의 통과를 호소하기 위해서였다.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를 만난 것은 물론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를 찾았으며 문재인 새정련 대표를 만났다는 얘기도 돌았다.

 

페이스북에는 야당에 대한 존재의 이유를 묻는 글로 차고 넘쳤다. 그것은 분노였다. 체념하고 난 뒤 오는 슬픔도 그 글들에는 묻어있었다. 그 이면에 본질로 또아리를 틀고 있는 것은 절망이기도 할 것이었다.

 

핸드폰을 닫고 담배를 휴지통에 버리고 올려다 본 세상은 여전히 순백으로 내 앞에 있었다. 그러나 그것들이 더 이상은 아름답게 보이지 않을 만한 충분한 이유를 난 너무나도 많이 갖고 있었다.

 

체제전복세력, 시위 알바, 테러방지법. 분노나 슬픔 혹은 절망 같은 것들이었다.

도저히 안되겠어. 나라를 떠야겠어. 2년 전 그런 악담을 퍼부으면서 뉴질랜드로 이민을 가고 말던 후배가 불현듯 생각이 났다. 20대 때 읽었던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라는 황지우의 시집도 곧바로 떠올랐다.

 

지나는 아주머니 한분이 팔을 잡아주시며, 힘내시라고 미안하다고 하셨습니다. 곁에서 듣고있던 한 학생이 사과를 주고 가더군요

1인 시위를 하던 페친이 올린 글은 그렇게 마무리되어 있었다.



 

그랬다. 여전히 세상은 살만한 곳이었다.


5일에 있을 2차민중총궐기가 세상을 한꺼번에 뒤집어주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늘상 그렇듯 희망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이 박근혜 정권 치하에 있는 민중들 삶의 방식인 것이다.


난 뭍지도 않은 눈을 털 듯 훌훌 거리며 집으로 오르는 계단을 힘차게 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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