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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과 전망/사회문화비평

詩가 왜, 거리에 나서나?

by 전선에서 2015. 2. 25.





가 왜, 거리에 나서나?

<사회문화비평>2.28 범국민대회를 빛낼 <길 위의 >


 




머지않아 시인들이 거리로 나올 것이다.

228일 서울 광화문에 가보면 그 시인들이 있을 것이다.

박금란, 권말선, 박현선, 김영경, 박종식이 그들이다.

 

길 위에서 투쟁을 해온 사람들에게는 익숙하다.

무서운 사람들이다.

그만큼 정겨운 이름들이다.

아는 사람들은 안다.

특히 그들의 나이에 대해서는 더욱이나 잘 안다.

생물학적 나이는 40대 이상이지만 사회정치적 나이는 스무 살이다.

약관인 셈이다. 무서운 이유다.

사람들이 그 시인들을 부르는 이름이 있다.

<길 위의 >

그것이다.

 

거리에는 그들만 있지 않을 것이다.

그 시인들이 생산해낸 시들도 그 시인들을 따라 나와 거리에 있게 될 것이다.

집안의 서가에 아니면 그 전에 서점의 판매대에 꽂혀 있어야할 시들이

왜 거리로 나오게 된단 말인가!

 

미쳤다.

말이 안되지 않는가!

물론, <길 위의 !>라는 팔자에 기가 막히게 잘 어울리는 과학적 조합이기는 하다.

그렇지만 직접 확인하라.

228일 토요일

광화문에 가라

그 주변 청계천 소라광장으로 가라

그러면 파이낸스 빌딩 근처에서

서성거리거나

혹은

봄을 불러올 듯한

자취로

작디 작은 몸집으로

바람에 펄럭이는

시의 군상들을 보게 될 것이다.

 

시들은 그렇게

거리에서

길 위에서

휘황찬란하게 나부낄 것이다.

사람들 속에

깃발처럼

우뚝 솟아있게 될 것이다, 시는

 

<나라 꼴이 개판이다>라는 것을

그리고

그로부터 설계되는 희망을

그 시인들은

시들은

, <길 위의 >

핏빛처럼 선명히

보여주게 될 것이다.

 

때문에

가라

228일 토요일 오후 2

<민생파탄 민주파괴 평화위협 박근혜정권 규탄 범국민대회>가 열리는

서울역 광장에서 시청을 거쳐 광화문 청계천 소라광장 옆

파이낸스 빌딩의

길거리에로

가라

 

 




 

 

 


 

[자유롭다고 말하지 말라]


박종식

 

흙냄새 아지랑이 피어오르는 비 내린 아침

남도땅 검붉은 능선 타고 넓은 벌 거쳐 전해지는

홍매화 내음에 봄이 왔다고 하지 말라

숨을 들이킬 때 살아 움트는 새순의 기운이 느껴지는 것만으로

솜털 같은 햇살이 곧이어 비칠 것이라고 기대하지 말라

87년 향긋했던 그 향기도 코끝을 잠시 간질였을 뿐

완전한 봄을 부르지 못했다

 

한국사회의 대전환을 열었다며 들썩이던 그날의 항쟁

절차적 민주주의는 쟁취했다며 의기양양하던 청년 지도부들

386이라는 개살구 같은 훈장만 남겼을 뿐 화석이 된지 오래되었고

뻐끔거리는 어항 속 금붕어가 되어 민주주의를 되뇌고 있을 뿐이다

 

득표율 51.6% 공표, 히죽거리며 당선자 코스프레하고 있을 때

당선무효소송 조차 하지 못하는 그들

권력기관의 대선개입과 관권선거가 명백히 드러났을 때

법치가 살아있음을 증명한 판결이라는 성명 달랑 외고 돌아서는 그들

내란음모 여론선동하며 이석기 의원에 대한 마녀사냥을 벌일 때

헌법 밖 진보 운운하며 헌재보다 한발 앞서 통합진보당이 위헌정당이라고 단언하는 그들

 

너희들은 민주주의를 입에 담지도 말라

 

304명의 생명을 구조하지 않았을 때 생명권을 빼앗긴 것이고

진실을 은폐하고 있는 지금 이 순간 알권리가 짓밟히고 있는 것이다

통일토크콘서트 연사 신은미 선생을 강제출국 시키고 황선 대표를 구속했을 때

표현신체의 자유를 빼앗긴 것이고

철거용역들이 강남 노점을 뒤집어엎었을 때 재산권을 빼앗긴 것이고

정리해고 난발하고 비정규직 양산할 때 근로의 권리를 빼앗긴 것이고

생활고로 연탄불 피워 죽고 목을 달아 죽고 물에 빠져 죽고

, 돼지만도 못한 삶을 강요할 때 행복추구권을 빼앗긴 것이다

 

그러니 너희들은 자유롭다고 말하지 말라

살아있는 것조차도 자유롭다고 할 수 없는 이 대한민국에

자유가 있다고 말하지 말란 말이다

 

그제는 학생들을 죽이고

어제는 노동자를 죽이고

오늘은 진보주의자를 죽이고

내일은 길 위의 성직자를 죽일 정권이 존재하는 이 나라 이 사회를 보고

자유롭다고 말하지 말라

 

자유는

팽목항에서 광화문까지 삼보일배 중인

승현 아빠, 승현 누나의 고행 속에 있고

30만 번 꿇어 무릎이 닳아 없어지는 중에 봄은 오는 것이다

 

자유는

해고자 전원 복직과 정리해고 철폐를 요구하며

발끝부터 머리끝까지 땅에 대고 또 대어

눈 덮인 아스팔트를 녹이는 노동자들의 체온에 있고

흰옷이 검은 옷이 되어가는 중에 봄은 오는 것이다

 

진정으로 자유롭다고 외칠 수 있는 사람은

20m 전광판 위에 있고

70m 굴뚝 위에 있고

서울구치소 창살 아래 있고

광화문 광장에 있다

 

이제 죽은 민주주의를 들쳐 없고 거리로 나서자

세월호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투쟁으로 숨을 불어넣고

민주수호 독재회귀 저지 투쟁으로 눈과 귀를 트이게 하고

노동자, 민중들의 생존권 투쟁으로 손과 발에 피를 돌게 하고

심장을 때리고 온몸을 흔들고 흔들어 살려내자

참다운 자유를 쟁취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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