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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주통일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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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폐청산4

[시] 백정 백정권말선여덟 시간 내내 고기를 썬다 산더미처럼 쌓인 고기 뭉치 지방은 적당히 발라내고 살코기 붉음이 돋보이도록 자른다 썬다 휘두른다제법 능숙해지는 칼질손놀림이 예사롭지 않다 칼과 손은 이미 하나다 칼날 둔해지면 야스리 움켜잡고 날을 간다, 앞뒤로 슥 삭 슥 삭 살점마다 허옇게 들러붙은 기름덩이갈 끝 얹기만 해도 단박에 떨어지게살코기 콱 물고 버틴 뼈다구살짝 힘만 주어도 금세 발라내게바짝 간다, 세운다 칼날, 휘두를 준비가 됐다 어쩌면 전생에 백정이었을까 등판 넓고 피부 거무스름한 사내 남이 정한 신분쯤은 무시하고 제가 닦은 눈빛만은 쨍한 그런 탐관오리 수탈도 양반네 멸시도호시탐탐 집적대던 왜놈도 양놈도움켜쥔 칼 잘 세워진 날로 죄 발라내던 솜씨 좋은 그런 백정이면서 의적 때론 의병이었을까 긴 세월 슬었.. 2024. 7. 13.
[시] <볼케이노>에서 캘리포니아까지 에서 캘리포니아까지 - 촛불 시민의 경고 권말선 돋보이고 싶었던 마음이 보다 뜨거웠던 김건희 주가며 논문이며 이력이며 꾸준한 변신과 조작으로 돈, 권력에 이어 정권까지 잡더니 드디어는 썩은 동아줄, 곧 터져버릴 화산 주한미군기지(캘리포니아)로 뛰어들었구나 빨판을 펼친 거머리같은 저 역겨운 매국의 몸부림! 잔뜩 부푼 저 욕망의 풍선 꺼질 날 머지 않았다 째깍째깍, 째깍째깍... 그녀 야망의 시작점 뜨겁던 지금이 목적지인가 아니면 또 다른 시작인가 돋보이고 싶었던 다 가지고 싶었던 제왕이 되고 싶었던 변신과 조작의 달인 김건희와 권력에 취해 벌거벗은 줄도 모르고 추락하는 임금 윤석열과 권력이라는 똥무더기에 몰려들어 한 자리 달라 윙윙대는 똥파리들은 국민은 지쳐 쓰러지든 말든 경제가 무너지든 말든 전쟁이야 나.. 2022. 5. 10.
[시] 국가보안법, 네가 없는 아침 국가보안법, 네가 없는 아침 권말선 그 어느 날 아침 눈을 떴을 때 네가 사라지고 없는 걸 알게 된다면 어떨까 우린 오래고 깊은 속박 의식의 지배자로 군림했던 네가 사라지고 없는 첫 아침 고개를 쳐들 수조차 없음에 한 번도 제대로 마주하지 못했던 태양을 오롯이 우러르는 마음은 기쁨에 겨워 어디로든 나가 맨발로 사방을 뛰다닐지도 동무를 만나 반가운 마음에 터진 말문을 주체 못할지도 갓 알을 깬 젖은 병아리처럼 탐색과 환희에 몸을 떨지도 그 어느 날 아침 눈을 떴을 때 텅 빈 네 자리를 확인한다면 어떨까 우린 하늘과 땅을 뒤집어 땅 속 울음을 쏟아내고 다시 하늘과 땅을 바로 세워 하늘의 설움도 받아내고 울음과 설움 한 데 섞어 끝없는 한풀이를 할지도 아, 그 날 이후 태어난 이들이 반쪽과 분단과 식민을 그저.. 2021. 1. 13.
[시] 나는 반미反美한다 나는 반미反美한다 권말선 국민(초등)학생이던 열 살 무렵학교에서 친구에게 말했지‘야, 어제 박정희가 죽었대’친구가 쉿, 손가락으로 입을 막으며‘조용히 해, 그런 말 하면 안 된댔어!’반공교육에 빨갱이 타령 무한 세뇌시키던박정희는 죽어서도 아이들 입을 틀어막았지그 때를 떠올리며 나는 반미한다 첫 아이 품에 안고 어르던 스물 몇 살에TV뉴스를 보며 이해할 수 없었던 건나쁜 짓 하고 감옥 갔던 정치인이어느 날 다시 의원나리가 되어 나타났을 때사계절 빼어난 경관만큼이나 우리 사회도 아름다운 게 맞는 걸까저런 부정한 자를 용납해도 되는 걸까의아함에 고개를 갸웃거렸었지아가야, 네가 커서 어른이 된 세상에는 저런 나쁜 사람들 더 없었으면 좋겠구나막연히 바랬었지, 순진하게도…부정한 자들의 여전한 득세가 싫어 나는 반미.. 2020. 9.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