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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주통일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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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3

[시] 0.7을 위하여 0.7을 위하여 권말선 아기가 태어나지 않는단다 출산율 0.7명,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없는 사람보다 돈이 우선인 맹랑한 자본주의에선 어쩌면 당연한 일 아프리카 순한 어느 부족은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 온 동네가 나선다는데 자본주의 이 땅에선 노예로, 부품으로만 살라고 그저 돈, 돈, 돈의 올가미 그러다 결국 공부에 지쳐 온갖 참사로 군대에서 일터에서 가난 때문에 우울해서 어쩌면 전쟁 때문에 쉴 새 없이 죽음으로 내모는 사회 학교도 군대도 직장도 마을도 재벌과 노예로 나뉜 사회 그러니 어찌 보면 참 장하구나, 우리의 0.7이여 아찔한 저 자본주의에 질식하지 않았으니 누구보다 용감한 그대 고귀한 생명, 출산, 존엄 앞에 황금만능, 분단정글의 자본주의 너는 그만 사라져야겠다 더 이상은 너를 원치 않는다는 .. 2024. 2. 23.
[시] 이제 산딸기는 없네 이제 산딸기는 없네 권말선 여기 맨살의 흙언덕, 초록이 커튼처럼 펼쳐진 위로 새빨간 열매 오돌토돌 박혀 예뻐라! 탄성이 절로 났던 산딸기 무성했다 지금은 다 사라져 버린 자리 쌀은 돈이 되지 못해도 돈은 쌀이 되는 세상에 산딸기라고 별수 있겠나? 쌀과 감자, 소나무와 민들레 싹싹 뽑아내고 들어선 산업단지 시뻘건 잇몸 드러내며 ‘내 땅이야!’ 외쳐봐도 산딸기, 저 어린것이 별수 있었겠나? 지금보다 더 예전엔 농사짓던 사람들이 공장으로 쓸려갔지만 지금은 공장들이 점령군처럼 저벅저벅 논밭과 야산을 밀고 내려오지 쌀만 먹고서야 감자만 먹고서야 산딸기만 먹고서야 어찌 살 수 있겠냐며 공장 옆에 또 공장 짓겠다고 돈이 있어야 살 수 있는 거라고 으름장 놓더니 결국 산딸기는 사라졌네 농민이 밀려난 땅 공장이 차지한 .. 2022. 8. 20.
[시] 구부러지다 (사진 : 경남일보) 구부러지다 권말선 한 몸 따사로이 뉘일 안온한 집이란 한갓 꿈일까웅크린 채 잠들어야 하는 그녀의 밤, 길기만 하다 하루의 무게만큼이나 버거운 손수레 몇 천 원과 바꾸고 돌아온 방냉골바닥에 등 다 붙일 수 없어 모로 누워 가늘어진 다리 겨우 끌어다 안아본다버석거리는 체온 보듬어긴 밤 버텨야 하는데빈 창자에선지 빈 가슴에선지절로 터지는 소리 으으으짠 눈물 목에 걸려 쉬 잠들 수도 없다 추위보다 짙은 냉기에 잠도 꿈도 달아났나어느 봄날 흐릿한 기억만 잠시 머물다 눈물에 쓸려간다 넓디넓은 세상에 어쩌다 혼자가 되었을까언제 이렇게 늙어졌을까 젖은 한숨에 묻힌 그녀조금 더 웅크러진다점점 더 구부러진다 [사진으로 보는 세상] 폐지 줍는 할머니의 고단한 일상http://www.knnews.co.k.. 2018. 2.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