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미를 원칙으로 하는 보수의 재구성
<분석과전망>김무성 대표는 왜 주한미군 사령관을 등에 업었나.
박근혜대통령의 새누리당 원내대표 유승민 찍어 내기 그리고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커티스 스캐퍼로티 주한미군을 들쳐 업은 것.
놓칠 수 없고 놓쳐서도 안되는 매우 중요한 정치현상들이다.
보수는 지금, 갈등 중
박근혜의 유승민 찍어내기가 발생했을 때 누구할 것 없이 한마디씩 두마디씩 날렸다. 입 달렸다는 것을 과시하듯 했다. 여야는 물론 보수 진보 가릴 것이 없었다. 조선일보 등 보수언론의 대표들도 나와서 쓴 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다. 박대통령의 정치고향이라는 대구의 한 지역신문은 ‘염병한다’ 식의 만평을 내놓기도 했다.
다들, 대통령의 불통을 또 확인했다고 했다.
정치전문가들은 박대통령이 이후 맞딱뜨리게 될지도 모르는 레임덕을 사전에 방지하려는 정치행위로 묘사했다. 그리고는 실패했다는 아무런 의미도 없는 결론에 도달한다. 대통령 흠집내는 것이 목적인 셈이었다.
대통령의 유승민 찍어내기의 최대의 수혜자로 많은 사람들이 유 대표의 부상을 꼽는다. 유대표의 인지도가 급격히 상승한 것이다. ‘소신 있는 정치인’으로 우뚝 선 모양새다. 원내대표가 되었을 때 했던 개혁적인 발언과 맞물리며 그 이미지는 거의 공고화되고 있다. 여권 차기 대선주자 4위까지 올라선 것이 이를 반증한다.
그러나 보다 차분해질 필요가 있다. 박근혜의 유승민 찍어내기가 특히 내년이 총선이고 그 일년 후면 대선이 시작되는 것을 앞두고 일어났다는 그 시기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오랫동안 한국사회를 지배해온 보수진영의 모든 정치행보는 무릇 단순한 것이 아니다. 수많은 정치노하우라는 정치자산을 갖고 있는 세력들이 현실적으로 그들이다.
그들이 위기에 내몰릴 때마다 그 위기를 호기로 전변시켜놓는 실력을 갖고 있다는 것을 누구든 현실적으로 인정할 수 밖에 없다. 한 두 가지가 아니다.
한나라당이 차떼기 사건으로 풍비박산의 지경에 몰렸을 때 이를 한나라당이 어떻게 극복해나갔는지를 상기해보자.
박근혜의원이 비상의 전권을 쥐고 대표로 나섰다. 부패 청산, 그리고 보수의 혁신을 외쳤다. 그러한 화려한 정치 언사를 내놓으며 박근혜 대표는 동시에 길거리에 천막을 쳤다.
비록 정치적 수사에 이은 내놓은 속보이는 정치성 발휘였지만 대중들에게는 효과가 있었다.
대중들의 착시현상은 결코 아니었다. 부패를 청산하고 보수를 혁신하겠다는 박근혜 대표에게서 사람들은 정치가 발휘할 수 있는 최고의 진정성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이다.
물론 한나라당의 실력만이 아니었다. 야당의 무능과 시의적절하게 결부되지 않았다면 한나라당의 ‘재기’는 불가능했었을 것이다.
그때 야당은 거의 모든 대중들이 다 하고 있는 한나라당 비판에 골몰했다. 야당은 그 대안을 제시하는 데에는 관심이 없었고 대중들에 그냥 묻어간 것이었다. 쉬운 정치였고 단세포적인 정치의 대표적 사례였다.
지난해 세월호 사건이 터졌을 때 박근혜정부의 무능에 대한 대중들의 반발과 분노는 하늘을 치솟았다. 그러나 뒤에 이은 6.4지방선거에서 새누리당은 그 위기를 거뜬히 극복해나갔다. 야당은 존재를 그저 유지하는 데에 그쳤다.
성완종리스트가 정국을 요동치는 동안 있었던 지난 4월 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이 대승을 거두었던 것도 보수진영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하게 되는지를 너무나도 선명하게 보여준다.
보수의 재구성을 향하여
박근혜의 유승민 찍어내기 사건에서 정치적으로 가장 중요한 상징적인 그림 하나가 있다. 보수의 중심, 대구에 내걸린 현수막 대결이 그것이다. “배신자여 나가라”와 “사랑합니다 유승민”이었다.
크게 주목해야할 지점이다. 박근혜의 유승민 찍어내기가 보수의 갈등이라는 것을 이처럼 제대로 보여주는 것은 없다.
박근혜의 유승민 찍어내기를 두고 그저 대통령의 불통정치를 비판하는 것에 그쳐있고 더 나아가 친박 대 비박의 권력투쟁 정도로 본질을 왜곡하는 것도 이 그림이 갖고 있는 정치적 의미를 간과한 결과다.
지금 명백히 보수는 갈등하고 있다. 단순한 갈등이 아니다. 분열로까지 갈 듯한 양상을 보여주고도 있다.
그러나 보수의 갈등은 분열의 경계를 넘나들 정도로 커지면서 그 지점에서 그 갈등과 분열을 해소할 수 있는 결정적 동력 하나를 마련하고 있는 중이다.
보수의 재구성이 바로 그것이다.
보수진영은 이른바 ‘꼴통보수’와 ‘합리적 보수’로 구성되어있다. 유승민이 원내대표로 진출하면서 ‘합리적 보수’의 움직임은 본격화되었다. 그런 점에서 박근혜의 유승민 찍어내기는 합리적 보수의 진출과 부상에 ‘꼴통 보수’가 화들짝 놀란 것으로 된다.
보수진영이 보수재구성을 통해 얻으려는 것은 내년과 그 후년에 있을 각각 총선승리와 집권승리다.
보수의 갈등으로 본격화되고 있는 보수의 재구성은 보수진영이 정립하고 있는 총선대선 전략인 것이다.
보수의 재구성이 유승민 찍어내기 사건에서 완성되지는 않을 것이다. 이후 유 대표의 거취가 중요하지 않은 이유다. 보수의 재구성은 이후 더 많은 사건과 갈등을 거쳐 완성되게 될 것이다.
이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정치인들이 김무성 대표고 유승민 원내대표다. 가히 동물적 정치감각을 갖고 있는 정치인들이다.
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친박'으로 옷을 갈아 입은 김태호 최고위원에 대해 신경질적인 반응을 내보이며 최고위원회 회의를 중도에 마쳐버렸던 김 대표의 행보가 예사롭지 않은 이유다. 보수의 재구성에 유승민이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는 것에 대한 극히 정치적 반응인 것이다.
친미에 기반 하지 않으면 보수의 재구성은 없다.
그러나 보수의 재구성에서 어떤 경우에도 놓쳐서는 안되는 가장 중요한 것이 있다. 미국과의 관계문제가 바로 그것이다.
‘꼴통 보수’든 ‘합리적 보수’든 미국과의 관계문제를 떠나서는 존립자체가 불가능한 것이 한국정치현실의 현주소다. 분단체제가 가져다 준 비극적 정치지형이다.
보수가 ‘합리적 보수’로 재구성되는데 있어서 친미를 기본원칙으로 설정하게 되는 결정적 이유다.
지난 3월 5일 김기종씨 주한미대사 피습사건이 일어났을 때 김무성 대표는 다음날 ‘한미동맹에 대한 테러’라고 일갈했다.
미국의 사드한반도 배치 논란이 불거졌을 때 유승민 대표가 누구보다도 앞장 서서 사드찬성론을 들고 나왔던 것도 보수의 기본이 친미라고 하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김무성과 유승민. 그래서 합리적 보수로 보수의 재구성을 시도하는 보수진영의 행보에서 앞다툼을 벌이는 두 정치인이다.
최고위원회의에서 유승민 사퇴를 강조하는 김태호 최고위원을 공격하고 난 뒤 김무성 대표가 찾아간 곳이 있다. 주한미군사령부였다. 그곳에서 김 대표는 주한미군 사령관을 등에 업는다. 그것도 부족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던 것이었을까?
"We Go Together(같이 갑시다)!"
김대표는 그렇게 외쳤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했던 말이다. 김 대표의 동물적 정치감각은 그렇듯 높은 수위로 치달았다.
두고두고 회자될 그림이고 언사고 행보다.
이렇듯 보수진영은 보수재구성을 시도하면서 그 원칙이자 방향인 친미에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슬퍼할 일도 분노할 일도 아니다. 필요한 것은 냉철함이다.
'분석과 전망' 카테고리의 다른 글
3-미국의 대북대결정책 대 북한의 핵경제병진노선 (0) | 2015.07.07 |
---|---|
오바마, ‘나, 떨고 있니?’ (0) | 2015.07.07 |
독일 등 유럽경제강국들의 경제약소국 빨아먹기 (0) | 2015.07.06 |
2-대중봉쇄정책을 통해 패권쇠락의 속도를 늦추려는 미국 (0) | 2015.07.06 |
1-동북아정세 인식과 관련하여 (2) | 2015.07.04 |
상식도 법 논리도 파괴되는 역사적 사건 (0) | 2015.07.01 |
통일부의 반북적인 대북대화 제의 (0) | 2015.06.30 |
‘햔국전쟁 시 한국군은 전쟁할 능력도 의지도 없었다’ (0) | 2015.06.29 |
한국사회에서 진보정치운동이란 (1) | 2015.06.27 |
국방위 6.25성명과 한국의 안보현실 (0) | 2015.06.26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