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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과 전망

미국이 압박을 하면 북한은 대화에 나올까?

by 전선에서 2015. 6. 2.

미국이 압박을 하면 북한은 대화에 나올까?

<시사콩트>낙원동 술국집에서 바라본 미국의 대북압박전술

 





저게 말이여 뭐여!”

 

텔레비전에서 뉴스를 한참 보고 있던 녀석이 또 다시 분개를 했다. 걸핏하면 그랬다. 앞뒤로 욕을 질서정연하게 배치해놓고 있는 말이었다.


윤병세 외교부장관이 번듯한 정장차림으로 연설을 하고 있었다. 화면 아래에는 1일 서울에서 열린 ‘2015 유럽 안보협력기구 (OSCE)-아시아 회의개막식 기조연설이라는 자막이 선명했다.

 

윤 장관은 북한인권문제 해결이 중요한 이유를 밝혔다.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해서라고 했다.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윤장관의 연설에도 그리고 설명 자막에도 북한인권문제가 어떻길래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헤치는 것인지에 대한 설명은 없었던 것이다.

 

그것으로 다였다. 박근혜정부 들어 대통령은 물론 정치인들이나 고위관료들의 말은 항상 그랬다.

이명박 정부 때도 똑 같았다. 통일은 갑자기 온다는 말을 했던 것도 이명박 대통령이었다. 턱도 없이 거대담론을 들먹이기 일쑤인 그들의 말은 언제라도 건조하기 짝이 없었다.


마크 제이콥스나 엠포리오 알마니 등 명품 정장만큼이나 세련은 되어있되 속내는 화려한 사기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는 경우가 많았다. 중요하지 않았다. 이해가 되었다. 분단체제를 끌어가려면 그 정도야 기본인 셈이었다.

 

그래서였을 것이다

차라리 개그프로를 보면서 큰 소리로 웃는 편이 훨씬 나았다. 건강에도 좋을 법해서 개그프로를 사수하려는 태세를 전투적으로 갖추곤 했다. 복잡한 가족사를 바탕으로 연애이야기를 풀어가는 연속극에 대한 채널권을 갖고 있는 마누라와 싸워서 이겨야만 맘껏 웃을 수 있는 기회를 보장받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 점에서 개그프로를 보면서 웃는 것이나 마누라가 연속극을 보며 눈물을 훔치는 것이나 그리고 녀석이 뉴스를 보면서 씩씩대며 입안에 있던 순대 몇 조각을 입밖으로 튕겨나가게 하는 것은 양태만 다를 뿐 본질적으로야 다를 것이 없었다. 웃고 울고 화나게 하는 텔레비전의 고유기능 말이다.

 

인권문제 같은 것을 가지고 압박을 해야만이 북한이 대화에 나온다쟎아? 저게 말이냐구

누가?”

저 새끼들이 그러쟎아

윤장관이 화면에서 사라지자 앵커는 최근 미국과 한국, 일본 등 세 나라가 압박 말고는 대화를 끌고 갈 방법이 없다며 대화를 위한 최선의 방편 중 하나가 압박 강화라고 말했던 것을 설명하고 있었다.

 




맞네 말이 아니네. 말대가리야. 그치

씨발새끼들이야

듣기 싫어 욕

야 이새끼야, 대중이가 그랬쟎아. 할 일이 없으면 담벼락에 대고 욕이라도 하라구 말이야

여긴 담벼락이 아니쟎아

 

서울 한복판 코 앞에 청와대가 바라다 보이는 종로 낙원동에 있는 성스러운 술집이쟎아라는 말을 하려고 했지만 녀석이 틈을 주지 않았다.

군사적으로 안되니까, 애먼 인권문제를 들고나오는 것이라고.”

 

녀석은 미국이 대북압박 전술로 인권문제를 가지고 나온 것이라는 설명에 이어 우리정부가 그런 미국을 상전처럼 모시고 종처럼 잘 따라가고 있는 것이라는 설명까지도 덧붙혀 주었다.


냅둬...저렇게라도 해야지 월급나올 거 아냐

긍가

인터넷 들어가보면 저런 놈들은 목을 따야된대

박용성 중앙대 이사장 얘기여?”

아녀, 반민족반통일세력이라서 관두면 안된다는 것이라며 쥑여야된대

미친놈들...어디에도 그런말은 없어 

말로 욕으로 운동하는 척 하는 놈들 많어

너가 그러쟎아

그건 맞아

와우

오늘은 니가 싸가지 없이 디스 안 걸었으니까 내가 술값 내께

많이 벌었어?”

파지더미에 동이 십여킬로그램 뭍혀 있드라구. 횡재한 거지

?”

그럼

조심해라 걸린다. 이번에 또 들어가면 안되쟎여

 

녀석을 보내고 난 뒤 계속해서 테이블에 앉아있었다

마땅히 갈 데가 없었다. 세월호 농성장인 광화문 광장을 가려고도 했지만 갈 때마다 옷에서 썩은 내가 난다고 구박을 했다. 끊임없이 말을 해대는 것에 대해서도 두서가 없어 못 알아듣겠다며 못마땅해 하기도 했다.

 

종편이라 앵커의 목소리는 여전히 까닭 없이 높고 선동적이었다. 지긋지긋했다.

 

하지만 궁금했다

미국이 최근 한국과 일본을 동원하여 대북압박 기조를 결정했지만 중국과 러시아아가 강하게 반대하는 것에 대해 어떤 대책을 내오는지에 대해서였다. 북핵문제와 인권문제가 어떻게 연결되는지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종편은 친절했다

끄트머리 쯤에 이르러 당국자의 견해를 땀땀히 소개를 해주었다.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의 인권 문제를 유엔 안보리에서 거론하는 데 대해 곤란하다는 입장이지만 정부채널이 아니더라도 비정부기구 등 많은 사람들이 노력한다면 얼마든지 할 일이 있을 것이라고 당국자가 나와서 설명을 해주었다.

 

미국이 짠해 보였다

말이 안되는 것을 우기는 모양새였다. 미국의 대북압박에 중러가 동참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사실, 미국을 슬프게 하는 일일 것이었다. 그것이 부정할 수 없는 엄연한 현실이었다.

 

이어 당국자는 북 핵 문제와 인권 문제는 별개 사안이지만 북한의 전략적 계산을 변화시켜야 행동이 변할 것이므로 그런 측면에서 인권 문제와 핵 문제는 연결될 수 있다는 설명도 해주었다.

 

요지는 훤했다

인권문제를 압박하면 북핵문제 해결의 길이 열린다는 것이었다. 순간 가슴에서 뭔가 벌컥 솟구치는 듯 했다. 이것 역시 말이 안 된다는 생각이 밀어올리는 묵직한 것이었다.

 

녀석이 말했듯 미국의 대북압박전술이 바닥을 보이고 있는 것인지도 몰랐다.

 

그래서였을까. 그 순간 자신도 모르게 튀어나온 말이 하나 있었다.


저게 말이야 뭐야?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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