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여, 분노하시라
권말선
풀과 꽃이 만발한 들판
위를 달리는 사슴
곁을 흐르는 강
그림자 드리우며 나는 기러기
날갯짓 받쳐주는 하늘
기운차게 솟은 산
비우고도 채운 사막
감싸 안은 채 넘실대는 둥근 바다
그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온갖 생명, 수십억 인류
그 모두를 위해
어머니여, 지구여
이제 분노하시라
다함 없는 갸륵함으로
넘쳐흐르는 사랑으로
부디 분노하시라
인내하고 극복해야 할 불행이건만
오히려 무기 삼아
어머니지구의 목숨 통째로 위협하는
일본 원전 마피아들의 야만 앞에
안전한 생명은 아무도 없나니
떨쳐 일어나시라
분노의 회초리
단단히 드시라
어머니지구의 배꼽 속으로
핵 오염수, 방사능 독극물
쏟아붓겠다는 저 패륜에
크게 분노하시라, 벌하시라
매달리며 통곡하노니
어머니지구에 깃든
생명의 불꽃들이
뒤틀리고 사그라지는 일
감히 허락치 마시라
이미 바다가 아가미를 닫기 시작했고
이미 산이 호흡하기를 주저하고
이미 사람들이 짠물을 두려워하니
어머니를 향한
지구를 향한
저 사무라이 할복극
더는 미쳐 날뛰지 못하게 하시라
선하디선한 사람들이여, 산이여, 바다여, 하늘이여, 어머니지구여
탐욕에 사로잡혀 몰살의 길 내달리는 저들을
기필코 막아내시라
묶으시라 벌하시라
다시는 끔찍한 패륜
꿈꾸지 못하도록
관련기사 https://www.vop.co.kr/A00001634616.html
후쿠시마 오염수의 진짜 문제, 10년째 방사성 물질 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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