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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과 전망

‘평화협정 체결’ 대 ‘미래핵 폐기 공정’

by 전선에서 2018. 9. 19.

평화협정 체결미래핵 폐기 공정

<평양정상회담> 평양남북정상회담 이후 정세전망


 



 


1.우리 민족이 북미 근본문제에 민족적 차원의 개입력을 발휘

 

남과 북이 한반도를 핵무기와 핵위협이 없는 평화의 터전으로 만들어나가기로 했다. 이를 위해 북은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를 유관국 전문가들의 참관 하에 우선 영구적으로 폐기하기로 하였으며 이어 미국이 이에 대해 상응조치를 취하면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와 같은 추가적인 조치를 계속 취해나갈 용의가 있음을 표명하였다. 남과 북이 19일 합의해 발표한 9월 평양공동선언에 나오는 내용이다.

 

이번 평양정상회담에 두 번째로 중요한 의제로 올랐던 것이 비핵화문제였다. 지난 5차례에 걸친 남북정상에 핵문제가 오른 적이 없었던 점에 비춰보면 특기할만했다. 정세상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우리 민족이 북미 근본문제에 민족적 차원의 개입력을 발휘했다는 의미다.

 

평양정상회담에 비핵화가 의제로 된 것은 남과 북이 비핵화문제를 협상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비핵화 문제는 남이 개입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도 확인했다. 평양 방문을 하루 앞둔 17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북핵문제는 남이 주도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한 것이다. 있을 수 없는 일이기는 하지만 만일 남이 핵을 놓고 북과 협상을 하려한다면 이에 대해 가장 반발할 데는 북이 아니라 미국이다.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정치안보적 성과를 제일 크게 가져가려고 하는 데가 미국이기 때문이다.

 

북핵과 관련해 남이 할 수 있는 최대치는 북미핵대화를 중재하는 촉진역할이다. 문 대통령이 여러 번 언급해 확정해준 사실이다. 18일 방북에 앞서 성남 서울공항 환담장에서도 "이번 방북으로 북미대화가 재개되기만 한다면 그것 자체가 큰 의미가 있다"는 말을 했다.

 

2. 미국의 북핵리스트 요구는 승전국이 패전국에 들이대는 강권

 

사람들은 평양정상회담이 미국에 북미대화 교착상태에서 빠져나올 수 있게 의미 있는 밧줄 하나 정도를 던져줄 수 있기를 바래왔다. 쉬운 일이 아니다. 북미협상을 교착상태에 끌고간 미국의 억지가 너무 지나치기 때문이다.

 

북은 풍계리 핵시험장을 불능화하고 동창리 미사일엔진시험장을 중단하는 조치를 이미 오래 전에 취했다. 장기적으로 진행되게 될 비핵화의 첫 공정을 북이 선제적으로 열어놓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북의 핵 선제적 초기조치는 6.12북미정상회담장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종전선언을 약속할 수 있게 된 배경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 약속을 이행해야하는 근거이기도 하다.

 

그러나 트럼프 정부는 미국 내 반북진영의 공세에 밀려 종전선언에 앞서 북에 핵리스트 제출을 요구하고 있다. ‘거래의 기술차원에서 내놓은 협상술일 수는 있겠으나 매우 무리하고 극히 비현실적인 요구다. 북미전쟁은 아직도 끝나지 않은 상태다. 65년 째 정전 중이다. 그리고 한국에는 북을 겨냥한 32천명의 미군이 있다. 평택에 있는 주한미군 기지는 세계 최대를 자랑한다. 아울러 주한미군사령관은 68년 째 국군 전작권을 쥐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이 북핵 리스트까지 쥐게 된다면 그건 비핵화에 필요한 리스트가 아니라 북을 선제 타격할 수 있는 매우 정밀한 타격 좌표가 된다. 태평양사령부나 주한미군사령부가 조선인민군최고사령부에 대북 선제타격에 필요한 타격 좌표를 내놓으라는 것과 다를 것이 없는 것이다. 북은 강도라고 반발했지만 그건 트럼프 대통령을 전략적으로 배려하는 것에서 비롯된 매우 유화적인 반발이다. 이건 엄밀히 말해 강도가 할 짓을 뛰어넘는다. 정확히, 승전국이 패전국한테 조건도 없이 들이댈 수 있는 강권이다.

 

미국이 북핵리스트를 요구하기 위해서는 전제가 필요하다. 핵리스트를 타격목표로 이용하는 일이 없을 것이라는 확고한 담보를 북에게 주는 일이다. 종전선언이나 전작권을 한국에 돌려주는 일 그리고 평화협정 체결이 그 담보다. 좀 더 나아가 가장 확고한 담보엔 주한미군 철수가 있다. 그 이외에 다른 것은 현실적으로 없다. 이것들은 미국이 종전선언을 하고 전작권을 돌려주고 평화협정을 체결하려는 결정을 하지 않는 한 북의 핵리스트 제출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것임을 확정해준다.

 

3.‘평화협정 체결미래핵 폐기는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의 새로운 공정

 

북핵 현실 그리고 전반 정세지형에 따르면 교착상태에 빠진 북미대화의 출로는 평화협정 체결 대 미래핵 폐기 공정이라는 새로운 프레임에서 마련된다.

미래 핵 폐기 프로세스는 북미핵협상이 나아가는 데에서 북이 현재 취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공정이다. 북이 9월평양공동선언을 통해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를 영구적으로 폐기하기로 한 것은 미래 핵 폐기 프로세스에 대해 북이 또 다시 취한 주동적 태세다. 북은 더 나아가 미국의 상응조치에 따라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와 같은 추가적인 조치를 계속 취해나갈 용의가 있음도 표명했다.

미국이 내놓아야할 상응조치는 분명하다. 종전선언을 포함하는 평화협정이다. 종전선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구두로 약속한 사항이며 평화협정은 4.27선언에 명시된 내용이며 이에 대해 6.12북미공동성명도 확인했었다. 이에 따르면 평양남북정상회담은 종전선언은 물론,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간 협상을 통한 평화협정 추진 방침도 재확인했을 것이다.

 

평양정상회담이 평화협정 대 미래 핵 폐기의 틀을 만드는 데에 일정하게 기여를 하게 된 만큼 마이크 폼페오 미 국무장관의 방북은 빠른 시기에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폼페오의 방북은 2차북미정상회담에서 나올 수 있는 결정적 계기다. 평양남북정상회담에서 폼페오 방북으로, 폼페오 방북에서 2차북미정상회담으로. 2차 북미정상회담의 성사 경로는 그렇게 그려지고 있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의 결단으로 폼페오의 방북이 생략될 수도 있다. 이것들에 따르면 2차북미정상회담은 미래 핵 폐기 대 평화협정의 틀을 확정짓는 회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에서 북미대화의 전환적 국면을 여는 것이 된다.

 

"주변지역 정세가 안정되고, 더 진전된 결과가 예상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8일 정상회담 모두 발언에서 "조미상봉의 역사적 만남은 문재인 대통령의 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면서 한 이야기다. 북미 간 물밑 접촉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를 짐작케 해준다. 이제, 평화협정 체결 대 미래 핵 폐기 공정은 여전히 일정한 곡절을 동반하기는 하겠지만 확정해도 좋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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