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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과 전망

실천적으로, 문정인의 입을 주목하라

by 전선에서 2018. 5. 21.

실천적으로, 문정인의 입을 주목하라

<분석과 전망> 동북아에서 연착륙하려는 미국의 속내


 


 


북미 간 대결전이 세기적 대결전임을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특별한 인사가 있다. 문정인 대통령 외교안보특보가 그다.

 

17일 미국 시사지 '애틀랜틱'에 따르면 문 특보는 "단기 또는 중기적으로는 우리가 한미동맹에 의존하는 것은 불가피할 것"이지만 장기적으로는, 나는 개인적으로 동맹 체제에서 다자안보협력체제 형태로 전환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정확하다. 정세발전의 추이를 과학적으로 타산해 내놓고 있는 극히 현실적인 문제의식인 것이다.

문 특보는 이어 최근에는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에 기고한 글에서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주한미군 주둔을 정당화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 또한 정확한 지적이다.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정세전문가들에게는 이미 오래 전 상식으로 굳어진 사실이다.

이것들에 따르면 문 특보는 한미관계와 북미관계 그리고 남북관계를 규정하는 최고최대의 근본문제를 보다 적극적으로 제기하고 있는 셈이다. 안팎으로 적지 않은 정치적 반발이 따랐지만 문 특보는 기꺼이 감수하는 모양새다. 이것만으로도 지금이 평상시가 아니라 세기적 전환의 시대라는 것을 정확히 반영해준다.

한미동맹과 주한미군은 미국의 대한반도 지배전략의 핵심적인 안보체계이자 정치기제다. 대북적대와 남에 대한 식민지적 지배체제에서 한미동맹과 주한미군이 두 기둥으로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한미동맹과 주한미군은 미국의 대한반도지배전략으로만 국한되지 않는다. 한미일3각군사동맹 구축으로 표현되듯 일본과 한국을 정치군사적으로 묶어세워 북 부상은 물론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려는 동북아지배전략의 핵심기제이기도 한 것이 한미동맹과 주한미군이다.

 

정치적 논란이 일 때마다 문 특보에 대해 청와대에서는 학자적 소신이라고 둘러대지만 궁색하다. 문특보는 이후 정세발전 전망을 과학적으로 읽어내며 내놓는 정세분석가이자 분단체제의 복잡함을 잘 돌파해나가는 정치가로서의 면모가 출중하다. 이른바, ‘책사를 뛰어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셈이다. 분단적폐세력들이 청와대와 짜고 치는 고도리라고 지적하는 것은 그래서 본질을 제대로 파악해 하는 말이다. 동물적으로 알아차렸을 것이다. 생사존망과 관련되는 일이어서다. 그런 점에서 수세적일 듯이 보여 궁색해보이기까지 하는 청와대의 대응은 매우 의도적이다. 정무적 판단을 깔고 있는 전략적 태세라 할 만하다.

 

그러나 문 특보의 매우 계산된 행보에 대해 실천적으로 주목해야될 것이 있다. 문 특보의 입이 문재인 정부 뿐만 아니라 미국의 합리적인 정치세력의 의도와 정확히 일치한다는 점이다.

현 시기 동북아 정치정세는 이후 동북아정치지형을 재구성하는 결정적 요소가 될 것들이다. 현실은 한미동맹도 한미일3각군사동맹도 지금에 와서는 자기생명을 다하고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결정적으로는 북이 사실상 핵강국이 된 데다가 사회주의 맹주국으로서 전략국가지위까지 획득하고 있는 것으로부터 비롯되고 있는 정치현상이다. 북미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라는 길고 긴 여정에 들어간다하더라도 북이 이미 획득한 전략국가로서의 지위에는 변함이 있을 턱이 없다. 시진핑 주석이 사회주의 국가라며 수령의 지위로 까지 올라서는 등 전반적으로 탄탄하게 진행되고 있는 중국의 부상 역시 큰 요인이다.

 

한미동맹이 약화되면 한미일3각군사동맹은 더 이상 시도조차도 되지 못하고 존재 자체가 사라지고 말 것은 필연이다. 한미동맹이 약화되면 특히 한미동맹체제를 유지시켜주었던 주한미군은 철수의 운명을 맞이할 수 밖에 없다.

한미동맹이 약화되는 즈음에 미국이 동북아의 영향력을 최대한 유지할 수 있는 방법으로 모색할 것은 동북아다자협력체제 구축 이외에는 없다. 한미동맹 해체에서 손을 놓는다면 미국으로서는 경착륙을 피할 수 없지만 껍데기라도 남겨 한미동맹의 허울이라도 유지할 있는 안보환경이 동북다자협력체제 구축인 것이다. 주한미군의 명줄은 여기에서 일시적으로 연장될 수 있는 기회의 쪼가리를 얻어 갖게 된다. 동북아다자안보협력체제에서 모자라도 하나 얻어 걸쳐 쓰면 되는 것이다. 이른바, 동북아평화유지군이라는 모자다. 사실, 헐겁고 안 어울리는 모자다. 하지만 이것이라도 얻어쓰지 않으면 미국은 주한미군 즉각 철수라는 경착륙에서 피해나갈 수 없는 것이다.

 

결국, 문 특보가 주장하고 있는 것들은 왕창 깨지게 될 처지에 내몰린 한미동맹을 동북아다자협력안보체제 구축에서 헐겁게 나마 유지하겠다는 것이고 쫒겨날 지경에 내몰린 주한미군에 동북아평화유지군이라는 모자를 씌우고 싶어하는 미국의 의도와 일치한다. 미국의 고위관리들이 자신들의 의도를 한국에 친분이 깊은 정치가를 통해 드러내는 모양새다. 탈식민지시기에 돌입하고 있는 시점에 개혁세력에게서 확인할 수 있는 가장 전형적인 정치적 태세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의 연착륙은 평화적 이행을 보장해주는 것이기는 하지만 분단체제를 해체하고 자주통일시대를 개척해 한국사회를 정상적으로 발전시켜야할 민중들에게는 좋을 것이 없다.

자주와 민주 그리고 통일을 한국사회발전의 전략적 과제로 설정하고 있는 이른바 자민통 진영이 주체역량을 비상히 강화하여 한미동맹 해체와 주한미군 철수에 대한 대중적 투쟁을 본격적으로 준비해야되는 결정적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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