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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과 전망

주한미군 문제와 촛불

by 전선에서 2018. 5. 8.

주한미군 문제에 대한 촛불들의 관점과 태세

<분석과전망> ICBM 폐기는 북의 몫이지만 주한미군 철수는 촛불의 몫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국방부에 주한미군 병력 감축 옵션을 준비하라고 지시했다는 미 언론보도가 나오자 미 주류 세력들이 심각히 반발들을 하고 여기에 한국의 분단적폐 세력들이 거들고 나서는가 하면 청와대는 놀랐다는 듯이 오보라면서 논란확산 저지에 애를 쓰는 등 많이도 요란스러웠다.

 

언론플레이일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태생적 한계를 문제 삼는 미 주류사회의 의도적인 기밀누설일 수도 있는 것이다. 적지 않은 전문가들이 트럼프 대통령과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 간의 불화설을 상기하며 켈리 실장에 눈을 보내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빨리 나섰다. 4일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주한미군 문제가 이번 북미정상회담 테이블에는 오르지 않을 것이라고 안심하라며 다독거려준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렇지만 한국에는 3만여명의 미군이 주둔하고 있다며 어느 시점에서는 돈을 절약하고 싶다는 말을 덧붙혔다.

 

미국이 주한미군으로 평양을 겨냥하고 있는 현실과 북이 워싱톤을 때릴 수 있는 ICBM을 갖고 있는 현실 등 두 종류의 현실이 강 대 강으로 부딪히는 정세형국이다. 중요한 것은 ‘ICBM이냐 주한미군이냐가 정세의 복판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미국은 지금, “워싱턴의 안보를 위협하는 북의 ICBM이냐 아니면 한국의 안보를 지켜주는 주한미군이냐를 놓고 양자택일을 해야하는 상황에 내몰려 있는 지도 모른다.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감축을 들고 나온 의도는 명료해 보인다. 북을 향해 나는 주한미군을 감축할 것이니 당신은 ICBM을 폐기하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 감축을 들고 나온 것은 아울러 주한미군에 이른바, 동북아평화유지군이라는 모자를 씌우려는 의도처럼도 보인다. 북에 밀려 주한미군 역할 중에서 대북적대성은 없애되 다만 한국에 대한 종속적 지배력은 계속 유지하고자 주한미군의 지위 역할 변경을 들고 나온 것으로 보이는 것이다.

 

주한미군이 주한미군사령군 모자는 그대로 쓴 채 다만 유엔군 모자를 동북아평화유지군 모자로 바꿔 쓴다는 것은 미군이 한국에 주둔하는 또 다른 방식이다. 이는 대북고립압살전략이 나오는 유엔사령군의 역할이 북에 의해 거세되었다 하더라도 주한미군사령군을 통해서는 한국에 대한 개입과 간섭력을 여전히 발휘하겠다는 것이다.

이 상황에서 문재인정부가 할 수 있는 몫은 사실, 크게 없다. 분단체제 하에서 미국의 대한국지배력에서 자유롭지 못한 개혁정권의 한계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문정인 외교안보특보가 촉발시킨 주한미군문제 논란과 관련, 평화협정 체결문제와 주한미군 문제는 별개라고 했던 것에서 잘 확인된다. 원래는, 돼도 않는 말이었다. “한국국경 경외로부터 군사인원을 들여오는 것을 정지한다는 정전협정 213항을 의도적으로 무시하고 구사한 논리였던 것이다.

 

검은 머리 아메리컨으로 불리는 한국의 분단적폐세력들 그리고 친미성향의 개혁세력들은 주한미군이 동북아평화유지군으로 모자를 바꿔 쓰는 것에 대해 조건 없이 찬성할 것이다. 미국의 의도이기 때문이다.

주한미군문제에 대한 촛불들의 관점과 태세는 이와는 다를 수밖에 없다. 촛불들은 민주주의를 유린한 적폐에 대한 청산사업에 힘을 기울이면서도 현 시기 본격화되고 있는 자주통일시대의 정세흐름에 올라타려는 준비를 분명히 하면서 분단적폐청산활동에 점차 힘을 싣겠다는 태세를 가다듬고 있는 중이다. 역사와 현실이 밝혀주고 있듯이 분단적폐의 핵심 중에 핵심은 주한미군이다. 나라의 자주성이나 국민의 자존심으로 접근하면 바로 나오는 결론이다. 사상과 체제의 문제가 아니라 양심의 문제인 것이다.

 

촛불들은 주한미군 감축과 ICBM 폐기의 값이 서로 같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주한미군이 갖고 있는 전략적 값과 북 ICBM이 갖고 있는 전략적 값이 동일하다는 것이다. 이는 주한미군이 평양을 겨냥하고 있는 현실 그리고 ICBM이 워싱턴을 겨냥한다는 현실에 집중하면 누구할 것 없이 자연스럽게 도달할 수 있는 상식적 결론이다. 이에 따르면 미국의 입장인 ICBM 폐기에 조응하는 것은 주한미군 감축이 아니라 철수다. 주관적 정치논리를 배제하면서 현실적이고 논리적으로 접근하면 딱 떨어지는 정확한 계산법이다.

 

촛불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주한미군무용론에 대해 돌리는 주목은 각별하다. 트럼프 대통령에게서 주한미군무용론이 언급된 것은 한 두 번이 아니다. 이전에는 주로 주한미군주둔비나 한미FTA와 결부시키는 등 경제적 차원이었다. 하지만 최근엔 안보적 차원에서도 제기되고 있다. 북 인민군의 핵무기 개발을 막아내는 데에 주한미군이 별다른 역할을 못했다는 것이다. 트럼프의 주한미군무용론은 오랫동안 한국에 미군을 주둔시켰지만 보상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는 CEO로서의 문제의식과 주한미군을 주둔시켰는데도 북핵 개발을 못 막았다는 정치인으로서의 문제의식에 근거하고 있는 셈이다. 사실, 매우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문제의식이다.

 

촛불들은 실천적으로는, 트럼프의 집무실 탁자 위에 주한미군 문제와 북 ICBM 문제가 나란히 놓여있을 그 현실에 주목하고 있다.

주한미군 문제가 북 ICBM 문제와는 달리 이번 북미정상회담에서 주요하게 다뤄지거나 일거에 해결될 문제는 물론,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 철수 문제를 북미정상회담 이후 본격화될 북미관계정상화 과정에서 북 비핵화 문제와 밀접하게 결부시킬 구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트럼프의 그러한 입장은 사실, 북으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입장이다. 미국이 북핵이 갖고 있는 전략적 값을 평가절하하고 주한미군이 갖는 전략적 값은 이와는 반대로 평가절상해서 억지로 결부시킨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 오래지 않아 북미 간에 주한미군을 둘러싼 치열한 대결이 올 수밖에 없는 필연적 이유다.

 

촛불들은 주한미군에 동북아평화유지군이라는 모자를 바꿔 씌워 주한미군이 감축 잔류하는 것을 결코 용인하지 않을 것이다. 주한미군을 미국으로 돌려보내는 주요 동력 중에서 남측의 몫은 촛불들에게서 나온다. 촛불들은 세기적 북미대결전에서 패퇴를 하면서도 어떻게 해서나 주한미군을 잔류시켜보려는 미국의 전략에 맞서 국민들과 함께 주한미군철수 운동을 대중적이고 대대적으로 벌일 태세를 갖추게 될 것이다.

역사적 의의는 국민주권시대 개척에 이어 자주통일시대 개척에 주역이 되려는 역사적 발걸음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입에서 ‘ICBM을 깔끔하게 없애라 그러면 주한미군을 깔끔하게 빼겠다는 말이 나오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범국민적 운동이다. 무기는 당연하게도,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바 있는 아름답고 평화롭되 가장 위력한 촛불이다.

 

자주통일시대에 주역이 되려는 촛불들이 한국민중의 대중적인 주한미군철수 운동에서 무슨 말을 준비하고 있을 지 상상해 보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가라! 화장빨 바꾸지 말고 깔끔하게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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