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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과 전망

한반도 비핵화의 경로 수정

by 전선에서 2018. 4. 6.

한반도 비핵화의 경로 수정 

<분석과 전망>북 핵 정치안보력의 실체


 


 

김정은 북 조선노동당 중앙위원장이 20171129ICBM 화성-15형을 쏘고 난 뒤 핵무력 완성을 선포한다

이어 11일 신년사를 통해 미국이 나와 우리나라를 향해 전쟁을 걸어오지 못할 것이라고 쐐기를 박고는 핵탄두들과 탄도로케트들을 대량생산하여 실전배치하는 사업에 박차를 가해나가야 합니라라고 해 핵전력 강화를 공언한다.

 

그때, 국제정세분석가들은 세계정세의 축이 한반도를 중심으로 새롭게 짜이는 것을 확인했다. 북핵 정치안보력의 실체를 구체적으로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북핵 정치안보력의 실체는 미국 본토의 안보를 위협하는 게 다가 아니다. 북핵은 미국의 한반도 비핵화 해법은 물론 북미관계정상화 경로 및 우리민족의 조국통일 노선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결정적 정세구성력이다.

 

폐기된 <선 핵폐기 후 북미관계정상화>해법과 <핵폐기와 북미관계정상화 병행>해법

 

과거 한반도 비핵화 해법은 흔히 두 가지였다. 하나가 <선 핵폐기 후 북미관계정상화> 해법이다. 1994년 제네바 합의 때 나왔다. ‘비핵화로 들어가 평화협정을 거쳐 수교로 나오는 경로였다.

그러나 <선 핵폐기 후 북미관계정상화> 해법은 금새 깨지고 만다. 그 뒤 북미 간 오랜 대결 끝에 새로운 경로가 나온다. 6자회담 최고의 결실인 20059·19공동성명이다. <핵폐기와 북미관계정상화 병행> 해법이다.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협정 및 수교를 동시에 병행하는 행동 대 행동이다. 하지만 <핵폐기와 북미관계정상화 병행> 해법 역시 깨지고 만다.

 

한반도 비핵화의 두 종류 해법이 깨지고 만 데는 미국의 북미관계정상화에 대한 의지 부족이 결정적이었다. 한반도지배전략을 파기할 생각이 없었던 것이다. 북은 새로운 전략적 조치를 취한다. 2006101차 핵시험이었다. 북의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는 그렇게 본격적으로 출발을 떼었다. 북의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는 20171129핵무력 완성선포와 201811핵전력 강화공언으로 완결된다. 그 사이 <선 핵폐기 후 북미관계정상화> 해법과 <핵폐기와 북미관계정상화 병행> 해법은 완전 폐기되고 만다.

 

한반도 비핵화는 옛날의 한반도 비핵화가 아니다.

 

북의 핵무력 완성 선포와 핵전력 강화 공언은 북미관계정상화와 한반도비핵화의 관계성을 단숨에 절단내버린 것이었다. 북미관계정상화 문제에 맞물려 있었던 한반도 비핵화 문제를 따로 떼어내는 방식이었다.

 

북의 핵무력 완성 선포와 핵전력 강화 공언은 한반도 비핵화가 갖고 있는 많은 성질들을 획기적으로 바꿔버린다.

핵은 노출되지 않는다. 폐기하고자 완전하게 검증한다는 것도 물리적으로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핵이 고유하게 갖는 복잡성이자 비밀성이다. 때문에 복잡한 핵을 폐기하게 된다면 그 시간은 장기간일 수밖에 없다. 필립 크롤리 전 국무부 공보담당 차관보가 최근 미국이 복잡하고 장기화될 협상을 진행할 준비가 돼 있는가?”라고 묻고는 짧게는 10년 길게는 20이라고 협상 기간을 특정한 이유다.

북의 핵무력 완성 선포와 핵전력 강화 공언은 또한 한반도 비핵화 문제를 북미 간 문제에서 핵강국 간의 문제로 바꿔버린다. 구체적으로는 핵확산금지조약(NPT)과 국제원자력기구(IAEA)를 근간으로 하는 세계비확산 체제가 나서서 해결해야되는 문제로 바꾼 것이다.

북의 핵무력 완성 선포와 핵전력 강화 공언이 한반도 비핵화 문제에 영향을 미친 데에서 결정적인 것은 한반도 비핵화 문제의 위상을 바꿔버렸다는 것이다. ‘세계비확산체제한반도 비핵화를 다루게 될 때 그 방향을 2009년 오바마가 주창했던 세계 비핵화로 맞추게 될 것이다. 한반도 비핵화이자 세계 비핵화인 것이다.

 

북의 핵무력 완성 선포와 핵전력 강화 공언은 이처럼 한반도 비핵화 문제를 북미가 단기간에 간단하게 해결 할 수 있는 문제에서 세계비확산체제가 세계비핵화와 연동해 장기간에 걸쳐 해결해야할 복잡한 문제로 전환시켰다.

 

트럼프를 위한 디딤돌, <선 북미관계정상화 후 한반도 비핵화>

 

한반도 비핵화가 장기적이고 복잡한 문제로 바뀌자 그에 걸맞게 나온 것이 한반도 비핵화 단계론이다. 핵동결을 입구로 하고 출구를 비핵화로 햐는 해법이다. 미국의 많은 전문가들이 이미 오래 전에 내놨었다. 제임스 도빈스 전 국무부 차관보 등도 최근 한반도 비핵화 단계론에 합류한다. ‘문재인의 북핵 2단계 해법역시 단계론이다.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유훈에 따라 한반도 비핵화 실현에 주력하는 것은 우리의 시종 일관된 입장

3.26북중정상회담 과정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한 이야기다. 물론, 전언이다. 중국 관영 언론인 신화통신 328일자 보도인 것이다. 특별할 것은 없다. 북을 알고 미국을 아는 국제문제전문가라면 누구할 것 없이 잘 알고 있는 상식으로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북의 원칙적 입장인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이어 미국과 한국이 평화 안정의 분위기를 조성해 평화 실현을 위한 단계적인 조치를 한다면 한반도 비핵화 문제는 충분히 해결될 수 있다고 했다.

특별하거나 각별하다. ‘미국과 한국이 평화 실현을 위한 단계적인 조치를 한다는 것은 북미관계정상화를 의미한다. 북미관계정상화 문제를 한반도비핵화 문제의 전제로 내세운 것이다. 선 북미관계정상화 후 한반도비핵화다. 한반도 비핵화의 새로운 해법이다. 김정은 위원장이 북중정상회담을 계기로 미국을 향해 한반도 비핵화의 새로운 해법으로 <선 북미관계정상화 후 한반도 비핵화>를 제시한 것이다.

 

<선 북미관계정상화 후 한반도 비핵화> 해법은 그러나 엄밀히 접근하면 북핵 현실과 북핵의 특성 때문에 사실 성립될 수가 없다. 단순하게 봐도 그 둘은 하나의 경로로 묶일 수가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물론 시진핑 주석과 문재인 대통령 등 세계가 깜짝 놀랬던 이유다. ‘특단의 조치’, ‘전략적 결단이라는 말들이 나왔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배려라는 말도 나왔다. 예컨대, ‘통 큰 양보라는 말이다.

 

아는 사람들은 안다. 샛강을 건너는데 바지가 젖지 않게 하자면 필요한 것이 디딤돌이다. 한반도 비핵화의 다른 표현인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가 당장에는 불가능하고 오래 걸리는 복잡한 문제이며 그리고 북미 간 문제도 아니지만 김정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그 디딤돌을 마련해준 것이다. 역사적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기 때에도 있었다. 디딤돌 전술이다.

 

5월 북미정상회담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한반도 비핵화를 원칙적 차원에서 선언을 하고 핵동결 혹은 핵군축 의지를 표명할 수도 있다.

그때 트럼프 대통령이 할 일은 김정은 위원장이 내어준 디딤돌을 딛고 이후 한반도 비핵화를 할 수 있는 길을 마련했다고 큰 소리를 치면서 북미관계정상화를 선언하는 일이다. 미국의회의 몫도 있다. 일정 시끄러워지기는 하겠지만 북미관계정상화에 대한 법적 조치를 취하는 일이다.

그리고 미러중북 등 세계 4대 핵강국들의 핵전문가들은 서서히 바빠질 태세를 갖춰야한다. 정치관료들의 지도를 받아 세계비확산체제를 가동해 한반도 비핵화를 세계 비핵화의 방향에 맞춰 다뤄나갈 준비를 해야하는 것이다.

이 모든 것, 북핵 정치안보력이 작동한 구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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