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현가능성 없는 쌍중단, 비현실적인 쌍궤병행
<분석과전망>이즈음에, 잘못된 북핵해법을 접고 과학적인 북핵해법을 내와야할 중국
북핵문제가 아니라 북중관계 개선문제를 가지고 방북한 쑹타오
‘쑹타오 특사가 빈손으로 돌아갔다’
중국 대외연락부장 쑹타오가 시진핑 주석 특사로 3박4일 간의 방북일정을 마치고 중국으로 돌아간 것에 대해 한국의 많은 언론들이 그렇게 보도들을 했다. 중국을 알고 북한을 알고 그에 기초해 북중관계를 안다고 한다면 나올 수 없는 보도 기조다. 쑹타오의 방북에 고무되고 기대를 표명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설레발에 낚인 것일지도 모른다는 말도 나왔다.
쑹타오의 방북에 대해 기대를 한 정세분석가들은 사실, 거의 없었다. 쑹타오 특사의 방북은 북중관계 개선을 모색하려는 것이었지 북핵문제 해결과는 무관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기대는 중국의 대북관계 개선문제와 북핵문제 해법을 경계 없이 섞어놓은 데에서 생겨난 거품 같은 것이었다.
어쨌든, 쑹타오의 방북은 중국의 북핵해법이 얼마나 비현실적이고 잘못된 것인지를 다시 한번 확인해 볼 필요성을 상기시켜주고 있다.
중국은 현 시기 대북관계를 개선할 수는 있다. 하지만 북핵문제해법에서는 당장에는 달라질 것이 별로 없다.
북중관계 개선문제는 사회주의 국가들끼리 갖게 되는 기본문제다. 사회주의 발전 도상에서 중국과 북한이 일정하게 서로 협력하고 지원하게 된다는 것은 상식이다. 그 과정에서 이런 저런 갈등이 생길 수도 있다. 당연하게도 특별한 것이 아니다. 그런데 그동안 북중 간 갈등과 대립이 그 무슨 특별한 것처럼 보였던 것은 미국이 개입해들었던 탓이다. 미국은 시시콜콜한 문제를 북중 간 근본문제인 것처럼 호도하는 것은 물론 왜곡까지 하곤 했던 것이다. 북중 간 갈등과 대립은 그 위상 상 북중 근본관계를 훼손하는 것일 수가 없다. 일반적으로 국가와 국가 간에 보편적으로 있을 수 있는 갈등과 대립인 것이다.
실현가능성 없는 쌍중단, 비현실적인 쌍궤병행
중국의 북핵문제는 대북관계 개선문제와는 서로 다른 문제다. 위상도 범주도 다르다. 중국의 대북관계 개선문제는 기본적으로 북중 간 문제이지만 중국의 북핵문제는 기본적으로는 북미문제에 종속돼 있는 문제이며 부차적으로는 중미 간의 문제다.
중국은 북핵문제 해법이라며 쌍중단과 쌍궤병행을 내놓고 있다. 북한의 핵미사일 중단과 미국의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이 쌍중단이다. 쌍궤병행은 북미평화협정 테이블과 한반도비핵화 테이블을 시차를 달리해 병행해나간다는 것이다. 둘 다 공히 왕이 외교부장이 내놓은 이론이다. 지난 2016년 2월 북한의 5차핵시험으로 촉발된 미중 간의 갈등과 대립 과정에서 제출되었었다.
쌍중단은 현실적으로 접근하면 실현가능성 없는 원론적인 평화론에 불과하다. 미국이 수용하지 않는다는 것은 지엽적인 이유다. 북핵미사일 프로그램이 미국의 한미연합군사 훈련에 조응할 정도로 낮은 위상이 아니라는 것이 그 결정적 이유다. 북핵미사일 프로그램 중단은 더 이상 미국의 전쟁훈련 중단에 조응하는 등가가 아니다. 핵무력 완성 직전까지 도달해 있는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 중단 문제는 현실적으로 세계핵군축 범주로 되어있다.
이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인사가 주창자인 왕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왕이가 쌍중단을 여전히 고수하고 있는 것은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고도화와 미국의 한미연합군사훈련이 한반도 평화를 유린하는 결정적 요소라는 데에만 과도하게 집중한 결과이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현실성은 없으되 중국이 한반도 평화를 원한다는 정치공세로서는 의미를 갖고 있는 것이 쌍중단인 것이다.
이는 쌍중단을 놓고 국가 대 국가는 물론 한국의 평화운동진영 내에서 이런 저런 논쟁을 벌이는 것이 정치적으로도 실천적으로도 아무런 의미가 없는 헛짓거리임을 확정해준다.
쌍궤병행 역시 비현실적인 방도다. 쌍궤병행이 문제가 있는 것은 그것이 기간 북핵을 둘러싸고 벌어졌던 북미대결전을 정확히 총화하고 있지 못한 것과 관련이 있다.
1994년 제네바협정, 2000년 조미공동코뮤니케, 2005년 9.19공동성명 등 세차례에 걸친 북미 전략대결국면에 관통했던 북미관계 정상화의 로드맵은 북미평화협정이었다. 북핵 수준이 낮았을 때 상정되었던 로드맵이었다.
세번째 전략대결국면이 성과없이 끝난 뒤 북한은 1차 핵시험을 단행한다. 9.19공동성명이 자기 역할을 하지 못하자 2006년 10월 1차핵시험을 시작으로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 단계에 본격 돌입한 것이었다.
북한의 1차핵시험은 북핵을 둘러싼 북미대결전을 획기적으로 전환시켜낸 북한의 전략적 조치였다. 핵무력 완성을 통해 북미대결전을 종식시키겠다는 것이었다.
그로부터 10여년이 지난 현시기 북한이 도달한 핵능력은 과거 북핵 수준이 낮았던 시기의 북미관계정상화 로드맵이었던 북미평화협정을 쓸모없는 것으로 만들어버린다. 북한이 요구해왔던 북미관계정상화에 작동하는 동력이 북미평화협정이 아니라 핵무력에서 나올 것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이 이야기하는 ‘공포의 균형’의 실체다. 여기에서 자연스럽게 부각될 것이 주한미군철수 문제다.
이에 따르면 핵무력 완성 직전까지 도달한 북핵은 북미관계정상화의 로드맵에서 북미평화협정을 부차적인 것으로 밀어내고 주한미군철수를 끌어들이게 될 것이다. 쌍궤병행에서 말하는 북미평화협정과 한반도비핵화는 더 이상 조응할 수 있는 것들이 아니게 되어 버린 것이다. 매우 합법칙적이다.
이처럼 쌍중단이 실현가능성이 없는 것은 미국의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에 그것보다 위상이 훨씬 더 높고 중요한 북핵미사일 중단을 조응시켰다는 점이며 쌍궤병행이 비현실적인 것은 북미관계정상화에서 위상이 한껏 낮아져버린 북미평화협정을 한반도비핵화에 조응시키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쌍중단은 원론적인 평화론에 불과하고 쌍궤병행은 현실에 기반하지 못하는 잘못된 북핵해법인 것이다. 쑹타오의 이번 방북에서 북핵문제 해법과 관련해 그 어떤 대화도 있을 수 없었던 결정적 이유가 이것이다.
과학적인 북핵해법이 필요한 중국
중국의 잘못된 북핵해법은 이후 중국이 북핵에 대한 입장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아울러 미국에 대한 자세 역시도 획기적으로 바꿔야만 올바르고 실현 가능성 있는 새로운 북핵해법으로 바꿔질 수 있음을 말해준다.
북핵미사일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은 또렷하다. 미국의 핵위협을 분쇄하기 위한 것이되 이를 뛰어넘어 미국의 한반도지배전략을 분쇄하기 위한 것이되 이 또한 뛰어넘는 것이다. 종국적으로는 미국의 침략적 세계패권 붕괴가 북한 핵무력 완성이 도모하는 최종목표인 것이다.
이에 따르면 중국은 미국과 러시아 그리고 영국 프랑스와 함께 수 십년 동안 누려왔던 세계 핵기득권을 포기하고 북핵을 용인해야만 한다.
아울러 중국이 올바른 북핵해법을 내오기 위해서는 미중관계 역시 재설정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 중국은 대미관계에서 일면 대립하면서도 일면 협력하는 전략적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 미국과의 대결에서 힘의 균형을 확보하지 못해서다. 중국이 만일 대미 균형을 확보했다면 미국의 대북적대는 일찌기 무력화되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북한 또한 미국의 적대를 명분으로 삼아 핵미사일 능력고도화를 하는 일도 없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중국이 북핵을 빌미로 대북적대를 하는 미국에 정면으로 맞서지 못하고 있는 것도, 북핵해법이랍시고 쌍중단과 쌍궤병행이라는 비현실적인 방도를 내놓게 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미국과의 대결에서 밀리고 있는 것에 대한 귀결이라고도 할 수가 있다.
중국이 북한을 있는 그대로의 모습인 신흥핵강국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세계정치지형상 쉬운 일이 아니다. 미국에 대해 사회주의 원칙을 앞세워 대립을 중심축으로 세우기에도 중국사회발전 상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이제, 중국은 세계의 정세가 요동치고 있다는 것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정세 발전의 흐름을 제대로 그리고 정확히 봐야하겠기 때문이다. 많은 정세분석가들 그리고 전문가들이 강조하고 있듯이 세계정치지형의 재편은 이미 시작되고 있다. 왕이가 귀를 쫑끗 세워야할 핵심 대목이다.
북한의 핵무력이 완성되는 시점에 이르면 중국은 북핵이 갖는 전략적 의미를 객관적으로 인정하게 될 것이다. 아울러 그때, 북한이 개척해놓고 있는 미제국주의 사멸의 길에 동참을 하게 될 것이다. 북한이 계획적으로 촉발시키고 있는 세계정치질서 재편과정에 능동적인 역할까지도 중국은 애써 하게 될 것이다. 사실, 그리 멀지 않았다.
중국으로서는 기다릴 일이 아니다. 하루라도 빨리 쌍중단과 쌍궤병행을 접고 정세에 정확히 기초하는 과학적인 북핵문제 해법을 도출 할 일이다. 어렵지 않다. 북한에 물어 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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