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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권말선440

하루 하루 권말선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던 긴 하루 흘러갔다. 이렇게 살면 안되는 거라고 다짐을 다짐을 했었지만 오늘을 또 빼앗겨 버렸다 누구의 탓도 아니다 내 마음을 네게 준 뒤로 이렇게 흘려 보내는 하루가 쌓여 간다고 해서 너를 탓하거나 너를 잊을 수는 없는 일 쓸고 닦고 챙기고 가꾸고 키워야 할 내 몫의 하루를 너만 바라보다, 너만 생각하다 그렇게 보내 버리고, 내일은 그러지 말아야지 멍하니 시간이 떠나가는 걸 의식도 못하고 있진 말아야지 쓸고 닦고 챙기고 가꾸고 키우고 그리운 너도 한껏 생각하며 후회없이 살아야지 저물어가는 이 하루가 조금은 아쉬워진다 2014. 3. 17.
모래밭 추억 모래밭 추억 권말선 맑은 물 유유히 돌아 흐르는 강가 너른 모래밭 우리 그립던 사연을 발자국마다 뿌리며 한참을 같이 걸었네 모래밭 그 많은 모래알보다 사북한 그대 情을 꼬옥 품고 살리라 생각했네 기인 모래밭으로 푸욱 푹 발걸음 내 딛으며 검게 그을린 그대 얼굴 잠시 건네다 보았네 사막같은 내 삶에 그대 나의 오아시스라고 맑은 강물이라고 말하고 싶었네 내 마음 지금도 그때처럼 뽀얀 모래밭 그대와 함께 걷고 있네 2014. 3. 17.
얼마나 좋을까 얼마나 좋을까 권말선 내겐 오직 당신 뿐 이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행복할까 사랑하는 사람이 보고싶을 때 선뜻 수화기를 들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좋을까 사랑한다고 말하면 나도 너를 사랑한다고 대답할 수 있음은 얼마나 큰 축복인가 그리움에 잠이 깬 새벽녁 창 하나를 열면 서늘한 공기따라 안겨드는 그대 눈빛 그대 목소리 맑은 하늘 아래 햇빛 따사로이 받으며 우리, 손잡고 나란히 걸어 볼 날 오겠지 얼마나 좋.을.까 2014. 3. 17.
손톱 손톱 권말선 손톱, 사랑을 향해 조금씩 자라나는 투명한 그리움 손톱 정성스레 다듬는 날은 그리워 쓸쓸해 진 맘 달래 보는 날 봉숭아 꽃물 예쁘게 들이면 사랑도 빠알갛게 영글어갈까 손톱 쉬지 않고 자라나지만 사랑은 여전히 멀리에 있네 2014. 3. 17.
몸살 몸살 권말선 아팠어요. 거울을 보면 글썽이는 눈망울의 낯선 여자가 눈물 떨구지도 못한 채로 서 있었죠 아팠어요. 가슴에 박힌 묵직한 통증은 이내 온 몸으로 퍼져 세포 곳곳을 찔러댔죠 허나 걱정은 말으세요 가볍거나 심하거나 이렇게 한차례 휩쓸고 지나 가면 쓸쓸해도 또 한동안은 견뎌지니까 아니예요 아주 조금 아팠을 뿐예요. 출렁이는 그리움 다 못삭인 어리석은 제 탓이지요. 2014. 3. 17.
비 내리는 밤 비 내리는 밤 권말선 비 내리는 봄 밤, 당신 생각에 젖어 창가에 머리 기대고 서서 멍하니 창 밖 바라보네 빗줄기, 창문에 두근대는 소리는 마치 저- 어느날의 젖은 당신의 목소리, 목소리처럼 들려 오고 울먹이는 가슴으로 창가에 기대어 비껴 흐르는 당신 모습 바라보고 있네. 네온등 붉은 입술은 빗물에 씻겨 촉촉히 흘러 내리는데 당신, 당신도 지금 두근거리며 설레이는 빗줄기, 저 빗줄기 바라보며 창가에 기대 서서 내 모습 보고 있는지 바라 보고 있는지... 2014. 3. 17.
방황 방황 권말선 긴 길을 걸어 가고 있네 내게 주어진 단 하나의 길 내 마음엔 다른 길이 있네 또한 걸어 보고 싶은 미지의 길 가지 못할 길을 동경한 탓에 발걸음이 점점 무거워지네 길은 아직 멀고 먼데... 언제고 꼭 그 길을 걸어 봐야지 맨발로 걸어 봐야지 나는 뜨거운 햇살을 받으리라 시린 눈밭도 밟아 보리라 힘껏 달려 보리라 그 길 위에 누워 하늘을 보리라 고 중얼 거렸네 걷다 말고 길 위에 멈춰 서서 글썽이고 있는 나를 보네 끝도 없는 길 위에 울고 서 있네 2014. 3. 17.
어떤 꽃 이야기 어떤 꽃 이야기 권말선 3월도 오기 전에 피어난 꽃은 이름도 모르는 흰꽃이예요. 작은 방 창가 화분 속에는 헝그리 정신으로 꽃을 피워낸 키다리 흰꽃대장 살고 있어서 아침마다 우렁차게 호령을 해요. 장딸막한 꽃나무는 추위에 얼어 죽었고 어디서 날아 왔는지 족보도 모르는 녀석 - 말라깽이 풀꽃이 이제는 대장이지요 이끼풀도 꼼짝 못할 키다리예요. 사실 말은 안했지만 속으론 그 녀석을 존경한다우 한겨울 창가 베란다는 무지 추워요 나는 가끔 물주는 걸 깜빡하구요 꽃나무가 얼어 죽은 건 너무도 당연한 일 그런데 그 녀석은 꽃을 피우니 추위와 배고픔과 무관심도 아랑곳없이 3월도 오기 전에 피워냈으니 정말로 그 녀석이 기특하구요 용감무쌍한 멋쟁이 같아요. 물 주러 가는 길에 슬쩍 다가가 너같이 멋진 꽃은 첨본다고 꽃잎.. 2014. 3. 17.
사과를 깎으며 사과를 깎으며 권말선 나도 이 사과처럼 껍데기를 벗고 부끄럼없는 하얀 속살로 당신앞에 환희 웃을 날 있을까요. 나를 다 내어주고도 더 주지못해 안타까운, 화려하지 않아도 커다란 마음를 가진 그런 사랑이고 싶어요. 동그랗게 껍질을 깎아 예쁜 접시에 담아 내면 내가 당신께 드리는 건 조촐한 휴식의 제물, 사과보다 향긋하고픈 내 안의 사랑. 피곤한 저녁의 한 순간 사과 한 알 속에 가득 찬 달콤함과 여유를 당신께 바칩니다. 오늘은 나도 사과가 되어 내 가진 모든걸 당신께 드리고 싶어요. 2014. 3.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