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가는 길
권말선
중앙선 열차에 몸을 싣고
깜깜한 밤을 달려
꿈에도 못잊어 헤메던 곳
고향으로 갑니다.
객실 의자마다 사람들
눈빛은 모두 그리움에 젖어 있어
말이 없습니다.
나도 말을 잃었습니다.
도대체 십년세월을
무엇이 두려워
두려워
망설였는지
거기에 가면 무엇이 있을지
누가 나를 반길지
혹은 아무도 몰래 어디에 갈건지
분명히 정한 바도 없으면서
오늘 내가 못가면
이제 다시는
두번 다시는 못 갈 것만 같아서
떨리는 마음으로
찾아 갑니다.
가기는 하되
부디 이방인처럼
구경꾼처럼
방랑자처럼
그냥 돌아만 볼 뿐
그립던 그 모든 것에도
- 향기에도, 흔적에도 -
혹은 기억을 붙잡고서도
울지않게 하소서
나는 지금
고향에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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