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권말선
나는
나무
저수지 옆 작은 산
정상에서 비낀 비탈의 끄트머리
그러니까 물과 숲의 경계에 서서
햇살 한 줌 더 움켜쥐려
얇은 가지 허공을 허우적대는
한 발만 삐끗하면 미끄러져
풍덩 빠질 것 같아
뿌리란 뿌리는 전부
오로지 버티고 선 것에만
온 힘 온 신경 다해 안절부절인
찬란한 봄날
도토리나무 밤나무
호수 맑은 물 쭉쭉 들이키며
느긋하게 잎새 키워가는데
이제 겨우 여린 잎 삐-쭉 내밀며
어리바리 눈치 보는
변방의 비탈은 이렇듯 아슬해도
물 위에 비친 앙상한 가지
수면을 퉁기는 어린것들 꼬리비늘
청둥오리 가족의 둥둥나들이
건너편 산서 넘어오는 봄바람
물가에 마구 돋는 잔풀 내음
산책 나온 아낙의 발디딤소리
정상에 있었더라면 몰랐을
변방이 주는 환희에 눈뜨며
이제 조금
아주 조금 의젓해진
나는
나는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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