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퀴벌레를 때려잡자
권말선
바퀴벌레를 죽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두꺼운 책을 던져놓는 것이다
평화롭고 고요한 야밤의 휴식 시간
바퀴 한 마리가 방을 가로질러 이동한다
'저 놈의 바퀴, 으악, 징그러!'
호들갑스레 놀랠 거 없다, 그 시간에 얼른
손에 잡히는 가장 두꺼운 책을 던진다, 슉!
혐오스럽긴 하지만 내 구역 안의 벌레일 뿐
놈이 내 집에 침 뱉지 못하게 하겠다는
놈이 내 집에 알 낳지 못하게 하겠다는
내 집을 지키겠다는 일념, 주인 된 자격
그걸 확실하게 보여주어야 한다, 바로 지금!
놈의 더듬이 방향을 빠르게 파악하고 얼른
두 걸음 전진 방향을 가늠해 책을 던지면
명중이다, 놈은 악! 소리도 없이 깔리고 만다
제까짓 게 굴러봐야 바퀴지, 넌 이제 죽었어
크고 두꺼운 책은 확실한 무기다
널찍한 표면은 대충 던져도 백발백중이고
두꺼울수록 빠져나갈 틈을 주지 않으며
내성이 생겨 더 강해질까 하는 걱정도 없고
시커무리한 그 꼴을 더 안 보고도
아침까지 안심하고 잘 수 있다
상쾌한 아침, 휴지 세 칸에 둘둘 말아
똥통에 넣고 물 내리면 끝이다, 좋았어!
유명짜하니 이름을 날리는 바퀴가 나타났다
검사란다, 연어회덮밥, 술파티 전문이란다
조작에 회유에 협박, 형량거래도 능하단다
그래놓고 저는 아무 잘못 없다며 쌩까고 있다
유명짜하니 이름을 날리는 판사도 있다
내란세력에게 뭐 받아먹은 게 있는지
대통령 될 이를 어떻게든 물고 늘어져
대통령이 된 다음에도 진드기처럼 들러붙어
음해하고 낙마시키려 요리조리 대가릴 굴린다
저 놈들 앞뒤로 얼마나 많은 바퀴들이 있을지
언론의 탈을 쓴
목사의 탈을 쓴
정치인, 지식인, 애국자의 탈을 쓴 바퀴벌레들
더듬이 보이는 족족
시커먼 얼굴 내미는 족족
모조리 때려잡아야 한다
한 손에 들기 버거울 정도로 두꺼운 지혜의 책
수많은 글자들이 정의의 목소리 왕왕 내는 책
광장으로 광장으로 모이는 발걸음
광장을 한가득 채우는 우리가 바로 그 책이다
세상 가장 강한 책, 바로 우리, 광장의 촛불이다
광장의 정의가 얼마나 매서운지 보여주자
역풍이니 위헌이니 선거철 지나고 보자느니
우는 소리 나약한 소리 말라, 두려운 자 가라
촛불을 믿지 못하는 자 다음은 없다, 표는 없다
우리의 심판만이 너희가 두려워해야 할 역풍이다
박상용이 별 건가
조희대가 별 건가
보완수사권이 별 건가
내란세력이 별 건가
그들 상전 미국놈들이라고 뭐 별 건가
바퀴는 한 줌이고 우리 힘은 크고 넓다
그러니 광장으로 모이자 바퀴를 잡자
바퀴벌레 없는 깨끗한 세상에서
두 다리 쭉 뻗고 편히 살아보자
저 놈들 없는 아름다운 세상에서
사랑하며 웃으며 살아보자
그때까지 모이자 더 모이자
버러지들을 잡자 다 때려잡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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