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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과 전망

주암회(酒巖會)의 생생한 정치수다

by 전선에서 2018. 4. 19.

주암회(酒巖會)의 생생한 정치수다 그리고 그 안에 섞여있는 용미비북

<분석과 전망>한반도 대전환기에 노닐고 있는 잔잔한 정치풍경

 


 

문정인 대통령외교안보특보와 이해찬 의원 그리고 이종석 전 통일부장관.

과거 6.15시대를 여는 데에 많은 열정을 쏟아부었던 인사들입니다. 이른바, 주암회 회원. 주암회는 2000년 남북정상회담을 수행했던 특별수행원 24명이 방북 당시 숙소였던 주암산 초대소의 이름을 따 만든 모임입니다. 주요 회원에는 최학래 전 한겨레신문사장을 비롯, 고은 시인, 강만길 고려대 명예교수, 박지원 의원, 박재규 전 통일부 장관, 임동원 국정원장 등도 있습니다.

한반도 대전환기라는 넓은 틀에서 보면 다들, 통일을 위해 애를 쓰는 애국자들이며 훌륭한 통일 일꾼들입니다.

 

한반도 대전환기가 열리고 있는 지금 시기에 그 세 사람들의 정치수다를 듣는다는 것은 유쾌하고 흥미로운 일입니다. ()동북아평화경제협회가 18일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 <한반도 신질서 전망과 신남북경협의 방향과 과제>라는 세미나를 마련해주었습니다.

 

1- 트럼프는 결단가, 폼페오는 합리주의자

 

세미나에서 문정인 특보는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 주요 의제가 비핵화,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 남북관계 발전이라고 꼽았습니다. 이견이 있을 리 없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이미 오래 전에 확정해 알려주고 있는 것들입니다.

문 특보는 북미정상회담이 비핵화 해법으로 선언적 합의와 점진적 이행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비핵화라는 목표는 남북미중이 공히 다 같다고 했으며 다만 이행과정에서 이견은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특별한 견해는 아닙니다. 웬만한 전문가라면 알고 있는 것들입니다.

문 특보는 트럼프 대통령이 클린턴이나 오바마 등 과거 집권자들이 북미관계 정상화에 이르지 못했던 이유를 각기 다른 입장을 가진 참모들의 과도한 개입과 간섭으로 보고 있다고 했습니다. 방미했을 때 미 고위관리들한테 들었다고 했습니다. 뉴스나 신문에는 별 나오지 않는 이야기라 흥미롭습니다. 이번 북미정상회담 결정이 철저히 트럼프 대통령의 결단에서 나왔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해주는 것이었습니다.

 

이해찬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신뢰하는 참모가 국무장관으로 지명된 폼페오 CIA국장이라고 했습니다. 특히, 폼페오가 지난해 북에 대한 정보를 수집 분석하는 기구로 CIA 내에 설치한 코리아임무센터(KMC)를 트럼프 대통령이 가까이 두고 있다고 했습니다. 매일 보고를 받을 정도라는 겁니다.

이 의원은 폼페오를 합리적 강경파로 평가했습니다. 강경하지만 근거 있게 조곤조곤 이야기를 해주면 받아들일 정도로 합리적인 성격이라는 겁니다. 폼페오가 최대최고 대북강경파에서 온건파로 변신한 이유를 알게 해주는 대목입니다. 그 대목은 폼페오가 대북특사로 평양을 다녀온 뒤 왜 획기적으로 변했는지를 알게 해주는 중요한 단서이기도 합니다.

 

핵 보다는 ICBM”

이 의원이 방미해서 미 고위 관료들에게서 들었던 이야기라며 그렇게 말했습니다. 미국인들은 북핵에 대해서는 별 신경을 안 쓰고 다만 핵을 실어 나를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에 민감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익히 많이 알려진 이야기입니다. 미국의 주요 언론은 물론 수많은 전문가들이 크게 강조하고 있는 내용인겁니다. 하지만 주목할 만합니다. 이에 대해 문정인 특보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에서 북 ICBM 폐기를 도출해내 미국민들에게 당신들이 갖고 있었던 공포를 내가 없애버렸다고 강조하며 11월 중간선거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고 맞짱구를 쳤습니다.

 

이종석 전 장관은 북이 미국과 관계 개선 드라이브를 본격화하게 된 것이 체제 위협을 막아낸 조건에서 경제발전을 도모하기 위해서라고 했습니다. 다른 합리적 전문가들도 많이 내놓고 있는 주장입니다. 일본에 있는 조선신보에서 강조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이 전 장관은 이어 지금의 남북정상회담이 과거 두 번의 정상회담과 다르다는 것에 특별히 방점을 찍었습니다. 과거처럼 평화체제 구축과 남북관계 개선을 다루고 있기는 하되 그것을 북미 간 최대현안이자 세계적 이슈인 핵문제와 결부시켜 다루고 있다는 점 그리고 뒤이어 곧바로 북미정상회담을 기본으로 6자 간 여러 정상회담을 예고해두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지금이 남북관계 개선 시대 즉, 6.15시대를 뛰어넘는 한반도 대전환기라는 것을 강조한 것입니다.



 

2- 정치수다에 슬쩍 섞여든 용미비북적 관점

 

주암회의 정치수다는 그러나 다 흥미롭기만 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아쉬운 것도 더러 삐쭉대며 보였습니다.

미국 눈치를 보는 게 역력했습니다. 우리나라가 군사주권이 없는 등 미국에 정치경제군사적으로 종속돼 있다는 것으로부터 비롯되는 현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주암회의 정치수다는 이어 세계정치안보력의 핵인 핵을 보유한 북의 지위를 얕보려는 근거 없는 우월감을 슬쩍 내비치기도 했습니다. 정치수다에는 아울러 아직까지는 다 청산되지 못해 건재해 있는 분단적폐세력들을 크게 의식하는 대목들 또한 있기도 했습니다.

3.26 북중정상회담을 북이 이후 북미회담 실패를 염두해두고 급조한 조치라고 말한 문정인 특보에게서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이 미국에 대한 눈치보기였습니다. 미 주류들은 북미정상회담이 성사되자 북이 북중정상회담을 서둘러 열어 중국에게 도움을 요청했다고 주장합니다. 엄밀히 보면, 정세 왜곡이며 북중관계 본질 왜곡입니다. 최근의 많은 뉴스들은 북이 이미 지난 해 10월부터 평창올림픽 참여를 비롯해 북미관계정상화와 남북관계 개선 그리고 북중 특수관계 회복까지도 치밀하게 구상하고 있었다는 것을 대단히 또렷하게 알려주고 있습니다.

분단적폐세력에 대한 의식은 이해찬 의원이 북의 현 행보를 정상국가가 되기 위한 것으로 규정하는 것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북의 사회주의 국가로서의 특성으로 볼 대신에 얕보려는 발상이기도 합니다. ‘정상국가라는 말은 최근, 미국 사람들 그리고 친미하고 반북하는 사람들이 만들어낸 개념입니다. 북을 악마화하는 데에 동원했던 자신들의 거짓말들을 합리화하기 위해 만들어냈습니다. 그리고 그것에는 북을 여전히 천하게 보는 발상이 일정 깔려있습니다. 본질적으로는 북이 현 시기 객관적으로 획득하고 있는 전략국가로서의 위상을 부정하고자 그 대응논리로 만들어낸 것이 정상국가라는 개념입니다. 또 하나의 반북논리인 셈입니다. 6.15시대 초기, 금새 사라지기는 했지만 개방이라는 말이 많이 회자되었던 일이 떠오릅니다.

 

이것들은 심하게 표현하면, 정세의 흐름과 그 본질을 왜곡하는 몰 정세적이고 심지어는 몰 역사적인 인식들입니다. 한 발자욱 뒤로 물러나 본다 하더라도 친미일변도적 관점이 아니라는 점에서 용미라고 할 수 있으며 저열한 반북이 아니라는 점에서 비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세 사람의 용미비북적 관점은 물론, 이해가 되기는 합니다. 세 사람은 다들 제 각각의 방식으로 정치를 하는 인사들입니다. 현실을 훌쩍 뛰어넘는 현실정치는 성립되지 않습니다. 어쩔 수가 없었을 것입니다. 하기에 그 세 사람의 용미비북적 분석들은 올바르고 정확한 관점 보다 권력에 대한 처세를 더 중시 여기는 관제분석의 한 유형들입니다. 그런 관제분석은 평화통일진영의 일각 특히, 관으로 진출하려는 일부 지식인 사회 등에도 있습니다. ‘따로 또 함께를 비롯해 이른바, ‘양국체제론등이 그것들입니다. 한반도에 항구적인 평화만 공고히 마련된다면 분단된 상태가 오래 가 설령 따로 있다 하더라도 크게 나쁠 것까지는 없다는 것이 그 논리들의 핵심입니다.

 

주암회 회원들의 그러한 한계 혹은 관제적 관점은 그렇지만 크게 문제될 것은 없을 것입니다. 현시기 본격화되고 있는 한반도 대전환기를 추동하는 추동력이 그것들까지도 다 품어낼 수 있는 거대한 대하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세 사람들이 확인시켜주고 있는 한계를 극복하는 일은 남북해외 자주통일진영이 짊어져야하는 몫이 됩니다. 자주통일이라는 관점을 더 튼튼히 하면서 시민들에게 더 깊숙이 들어가 시민참여형 평화통일활동을 성과적으로 벌여가야만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는 과제인 것입니다.

 

남북관계 개선을 도모하면서도 또 그것을 통해 북미관계 개선에 적극 역할을 하려는 문재인 정부의 열정적 노력들에 적극 맞물려 들어가 최선을 다하고 있는 주암회의 행보는 많이 소중합니다. 최근에 있었던 어떤 자리보다도 푸졌고 생생하면서도 재밌었습니다. 한반도 대전환기가 차려주는 흐름에 자연스럽게 몸을 맡긴 채 노닐고 있는 이쁘고 잔잔한 정치수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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