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한방으로 단숨에 끝내겠다고?
<분석과전망> 비핵화와 북미관계정상화
“지금은 대담한 행동(bold action)과 구체적 조치(concrete steps)를 취해야 할 때”
캐티나 애덤스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대변인이 10일 한반도 비핵화와 관련 해 밝힌 입장이다. 한반도 비핵화를 단계적.동시적 조치로 풀 수 있다는 북 외교 당국자의 발언에 대한 VOA의 논평 요청에 대해 애덤스 대변인은 그렇게 말했다. 백악관 고위관리가 익명으로 밝혔던 입장을 국무부 차원에서 공식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애덤스 대변인의 입장은 일단, ‘단계적 비핵화’ 방안에 대한 거부로 보인다. 최근 국무부에 ‘과거 비핵화 협상에서 점진적이고 단계적 접근은 모두 실패했다’는 것을 강조하는 기류가 많다는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애덤스 대변인의 입장은 결론적으로는 이른바, ‘원샷 비핵화’에 대한 의지 표명으로 보인다. 북에게 핵 포기 선언에서 핵 공개와 사찰을 거쳐 핵 시설 전면 폐기를 하는 방식을 요구한 것이다. 리비아식 해법이다. 존 볼턴 백악관 안보보좌관이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진 방식이다.
“북한이 시간을 벌도록 허용하는 협상을 하지 않을 것”
백악관 당국자가 9일 VOA 인터뷰에서 한 이야기다. 새삼스러운 말은 아니다. 볼턴 보좌관이 임명되기 전에 언급해 유명해진 이래 백악관은 물론 국무부에서도 매우 강조되고 있는 말이어서다. ‘동결-불능화-신고-사찰-폐기’ 등으로 이어졌던 기존 비핵화 단계를 획기적으로 줄이겠다는 의미다. 기간을 리비아해법에 걸린 2년 보다 더 단축하겠다는 것으로도 읽힌다.
이것들은 미국이 비핵화 문제 해결에 대해 어떤 기조를 갖고 있는지를 짐작케 해준다. 대담한 행동과 구체적 조치를 가지고 시간을 끌지 않고 속전속결로 끝내겠다는 기조다. 한방으로 단 숨에 끝내겠다는 것이다.
미국이 북 비핵화를 한방으로 단숨에 끝내는데 필요한 결정적 조건을 마련하는 것은 미국의 몫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한미 외교가에는 북이 비핵화에 진정성을 보일 경우 미국이 6개월 안에 체제 안전을 보장해 주는 진일보한 장치를 제공할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 돌고 있다. 관계 정상화 실무그룹 설치, 양자 대화 확대, 양국에 대사관 설치 등을 통해 북미가 정상적 관계로 가는 장면도 당장 미국이 떠올릴 수 있는 그림이라는 것이다.
터무니없는 이야기는 아니다. 북미평화협정 체결과 주한미군 철수 북미수교를 아예 공개적으로 거론하는 전문가들도 많다.
미국이 북에 비핵화를 요구하면서 동원한 수사가 ‘대담한 행동과 구체적 조치’다. ‘대담한 행동과 구체적 조치’는 미국이 북에 줄 몫에 대해서도 그대로 적용 가능한 수사다. 북미평화협정 체결과 주한미군 철수 북미수교를 '대담한 행동과 구체적 조치'의 내용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북한이 시간을 벌도록 허용하는 협상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미국의 속전속결 방식 역시 미국이 북에 해주는 몫에 적용할 수 있는 수사가 될 수도 있다.
이것들에 따르면 문제는 참으로 단순하고 깔끔해진다. 북미가 한반도 비핵화와 북미관계정상화를 한방으로 단숨에 끝내게 되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 모든 것들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북의 원샷 비핵화는 사실상 매우 어려운 문제다. 북미대결전이라는 현실에서 접근해 북핵이 도달한 수준 그리고 세계 핵 현황에 기초하면 누구 할 것 없이 상식적으로 갖게 되는 결론이다. 북핵폐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고 여기는 전문가들이 미국에 유독 많은 이유다. 1994년 북미 제네바합의에 참가했던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담당 조정관도 그 중 한 사람이다.
“평화협정 체결이나 주한미군 철수, 한미동맹 파기 등을 제공한다고 해도 북한이 핵무기를 갖고 있는 것보다 더 안전한 체제 보장 수단이 될 수 없다”
세이모어가 10일 언론에서 그렇게 말했다. 어떤 보상도 북한이 원하는 체제 보장을 담보할 수 없다면서 북에게 핵보유국만큼 좋은 체제보장은 없다는 것이다. 북핵이 갖는 전략적 의의를 제대로 간파한 데에 기초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과학적인 견해다.
한반도 비핵화 문제는 옛날에야 리비아 핵처럼 ‘북미가 단기간에 해결 할 수 있는 비교적 간단한 문제’였다. 그러나 북의 ‘핵무력 완성 선포’와 ‘핵전력 강화 공언’으로 인해 한반도 비핵화 문제는 완전 달라졌다. 북이 ‘핵무력 완성’을 선포하고 ‘핵전력 강화’를 공언한 건 북체제 보장만을 위해서가 아니다. 통일만을 위해서도 아니다. 다른 게 하나 더 있다. 미국을 세계질서와 체계에서 ‘아름답게 약화시켜 명예롭게 퇴진’시키겠다는 의도를 북은 갖고 있는 것이다. 정식화시키자면 북핵의 전략적 의의는 미국의 위협을 막아내 사회주의 체제를 수호하고 미국의 한미동맹을 파기시켜 조국통일을 실현하는 것 그리고 미국의 동북아패권전략을 폐기시켜 세계 자주화를 실현하는 정치안보력인 것이다.
이에 따르면 한반도 비핵화문제는 정확한 정식화가 가능해진다. 한반도 비핵화는 미러중북 등 세계4대핵강국이 세계비핵화와 연동해 장기간에 걸쳐 해결해야할 복잡한 세계비확산문제다. 그 때 한반도 비핵화 문제를 다룰 주체는 구체적으로 핵확산금지조약(NPT)과 국제원자력기구(IAEA)를 근간으로 하는 ‘세계비확산 체제’가 된다.
세이모어 전 조정관이 북의 원샷 비핵화가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강조했다면 1990년대 당시 북한의 경수로 사업을 추진한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미국측 수석대표를 지낸 미첼 리스 전 국무부 정책기획실장은 미국의 북미관계정상화가 만만치 않을 것임을 시사해준다.
리스 전 실장은 10일 미국의 소리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과거 북한은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 한미동맹 파기, 주한미군 철수 등이 이뤄진 후에야 핵무기 제거에 대해 논의하겠다는 뜻을 밝혀왔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북이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단언을 내놓는다. 리스 전 실장은 그 결정적 근거로 미국이 북의 요구인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 한미동맹 파기, 주한미군 철수 등을 접수하지 않을 것으로 들었다. 현실적 진단이다.
이 모든 것들은 한반도 비핵화와 북미관계정상화가 미국의 의도와는 달리 한방으로 단숨에 해결될 수 없는 문제라는 것을 잘 보여준다.
결국, 북미정상회담 탁에서 다뤄질 한반도 비핵화와 북미관계정상화는 대단히 원칙적이고 포괄적인 차원에서 언급될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 비핵화와 북미관계정상화의 당위성과 필요성을 제기하는 선언으로 될 것으로 보이는 것이다.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은 또한 현재 북미 간에 진행되고 있다는 실무회담이 이후 북미관계정상화 로드맵을 만들고 더 나아가 한반도 비핵화 문제를 ‘세계비확산체제’로 넘기기 위한 준비를 하는 고위급회담일 것임도 의미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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