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인정 대 주한미군 용인?
<분석과 전망> 우리 민족의 봄
북미문제 해법, 대담한 행동과 구체적인 조치
트럼프 정부가 북미문제 해법을 확정해 내놓고 있는 모양새다. 이른바, ‘대담한 행동과 구체적인 조치’.
대담한 행동은 큰 틀에서 포괄적인 합의를 이루는 것으로 구체적인 조치는 그 합의를 이행하기 위한 방법과 시한을 자세히 정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선 일괄타결 후 조속한 실현’ 쯤으로 읽힌다. 꽃망울이 터질 듯한 산등성이 주변에서는 ‘한방으로 단숨에 가겠다는 거냐!’라는 말도 돈다.
‘선 일괄타결 후 조속한 실현’은 트럼프 정부가 과거의 북미문제 해법을 무슨 이유로 비판하는지를 엿보게 해준다. 합의 내용이 포괄적이지 않았다거나 그리고 특히 그 합의 이행에 대한 방법과 시한이 불투명했다는 것을 문제 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사실과 다르며 중요치도 않다.
중요한 건 ‘대담한 행동과 구체적인 조치’가 미북 양 측에 다 적용될 수 있는 해법이라는 점이다. 북의 대담한 행동에서 미국이 원하는 최고치는 완전한 비핵화다. 그리고 북이 원하는 미국의 대담한 행동에서 최고치는 ‘군사적 위협 해소’와 ‘체제안전 보장’으로 구체적으로는 우리 민족이 요구하는 평화협정 체결과 주한미군 철수 등이다.
두어 발 물러서는 미국, 구체화되는 북미문제 해법
“미-북 정상회담의 목표는 북한이 미국을 핵으로 공격할 역량을 갖지 못하게 하는 것”
국무장관 지명자인 마이크 폼페오 CIA 국장이 12일 상원 외교위원회 인준 청문회에서 한 말이다.
획기적이다. 미 본토를 공격할 수 없는 북핵 역량에 대해서는 문제 삼지 않는다는 의미가 내포돼 있어서다. 북핵 용인의 한 형태다. 미국은 북핵이 아직은 미 본토를 공격할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으며 다만 근접한 것으로 공식화해놓고 있는 상태다.
이것은 트럼프정부가 북미정상회담에서 설정한 목표가 북의 핵동결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에 따르면 북은 미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핵역량만을 없애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조치를 취해주면 된다. 폼페오 국장이 직접 언급한 이야기다. 핵동결에서 좀 더 나아가 핵군축이 보태질 수도 있다. 구체적으로는 북이 미 본토에 도달하는 ICBM을 폐기하는 문제다. 미국 내 많은 전문가들이 내놓고 있는 주장이다. 그렇다면, 미국이 현실적으로 한 발 물러선 모양새다.
폼페오 지명자는 인준청문회에서 북이 실제로 핵무기를 포기할 가능성이 있냐는 질문에 대해 낙관적이지 않다는 말도 했다. 두 가지 이유를 들면서다. 김정은 위원장이 핵을 ‘부적’같은 것으로 여기고 있기 때문이며 미국이 북핵을 포기하게 할 강압과 역량을 충분히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폼페오 지명자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북의 비핵화(CVID)라는 미국의 목표는 계속 유지된다는 말을 덧붙혔다.
이 또한 획기적이다. CVID를 당면목표에서 장기적인 목표로 바꿨다는 점에서다. 미국이 CVID를 장기적 목표로 잡았다는 것은 북핵을 북핵의 위상에 맞게 세계비핵화와 연계시켰다는 전략적 의미를 갖는다. 사실상, CVID 폐기다. 본질적으로는 북핵 용인이다. 그렇다면 미국은 한 발 자욱 더 물러나고 있는 셈이다.
이렇듯, 미국은 두어 발 자욱이나 물러서서는 현실적으로 핵동결 혹은 핵군축을 받아들이고 있는 지도 모른다. 북미문제 해법에 허황한 반북정치공세를 털어내고 정교성과 현실성을 붙혀내고 있는 모양새다. 그동안 반북정치공세를 심하게 구사하던 것과는 너무나도 다른 양상이다. 놀랄만하다.
북미 간에 그 무슨 특별한 일이라도 있었던 것일까. 혐의를 보낼 곳은 폼페오 국장이 북 관리들과 만나 했다는 수차례의 비밀회담이다. 폼페오 지명자 등이 회담 탁에서 차마 못 볼 걸 보거나 차마 들어서는 안되는 이야기라도 들은 것은 아닐 것이다. 한겨레 신문 13일자 보도가 그 궁금증을 풀수 있는 단서 하나를 던져준다.
대담한 행동, CVID 폐기 대 주한미군 용인인가?
한겨레는 단독보도라면서 최근 북미 접촉에서 북이 △미국 핵 전략자산 한국에서 철수 △한미연합훈련 때 핵 전략자산 전개 중지 △재래식 및 핵무기로 공격하지 않는다는 보장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 △북미수교 등을 제시했다고 했다. 한겨레는 북이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하지 않았으며, 앞으로도 체제 안전이 보장되면 미군 철수를 요구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전했다고도 했다.
북이 주한미군을 용인할 수 있다는 의향을 미국에 전했다는 한겨레 보도가 사실이라고 한다면 이는 폼페오 지명자가 인준청문회에서 CVID를 당면 목표에서 장기적인 목표로 바꾼 이유가 무엇인지 알게 하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주한미군 용인과 맞바꾼 것일 수 있는 것이다.
북핵 CVID는 북미대결전이라는 현실에서 출발해 핵 원리나 북핵 수준에 기초해보면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세계비핵화와 연동되 핵군축 문제로 되어야만 그나마 해결의 돌파구가 마련될 수 있는 문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CVID를 주구장창 주장해왔었다. 이에 대비되는 것이 우리민족의 주한미군 철수 주장이다. 주한미군 철수는 우리민족이 원칙적으로 강력하게 요구해왔던 한반도 근본문제의 중핵이다.
그런 점에서 CVID 폐기 대 주한미군 용인이라는 구도는 얼마든지 그려볼 수 있는 그림이다. 강 대 강 대결구도에서의 협상에서 CVID 폐기와 주한미군 용인은 전술적으로 빅딜 대상이 될 수 있는 측면이 있는 것이다. 북미가 함께 취할 수 있는 ‘대담한 행동’의 실체일 수도 있는 셈이다. 물론, 어디까지나 추정이다.
북의 요구대로 미국이 한반도에서 핵전력자산을 빼고 평화협정이 체결한 조건에서 주둔하는 주한미군은 한반도지배전략의 안보기제로서 핵심적인 역할을 거세당한 상태가 된다. 이때 주한미군은 동북아평화유지군이라는 모자를 얻어 쓸 수가 있으며 그로부터 잠정주둔할 수 있게 된다. 그럴듯하다. 중요한 것은 주한미군의 지위와 역할이 미국이 용인한 북핵에 의해 변경되었다는 사실이다.
우리 민족의 봄
북핵 아래에서 지위와 역할이 변경돼 잠정주둔하게 되는 주한미군을 어떻게 할 것인가는 전 민족적 견지에서 보자면 북 보다는 남측이 더 많이 짊어져야하는 몫이 된다. 미국의 북핵 용인에 따라 남측에 주어지는 몫인 것이다. 이는 주한미군 철수에서 문재인정부와 남측 민중들이 책임과 역할을 어떻게 높힐 것인가하는 매우 구체적인 문제다.
전도는 밝다. 북미관계 정상화와 맞물려 본격화될 남북관계 개선과 전면화될 통일운동은 ‘이빨 빠진 호랑이’로 변한 주한미군에 대해 그리 오래지 않아 책임 있는 역할을 수행할 것이다. 그 결과가 주한미군 철수일 것은 당연하다.
이 모든 정세흐름은 전반적으로, 70년 넘게 지속돼왔던 북미대결전이 마침내 종식국면에 도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금을 한반도 대전환기라고 할 때 한반도 대전환기의 핵심 구성이 바로 이것이다. 매우 자연스럽게, 미국의 한미동맹 파기와 미국의 동북아패권 폐기를 예고해준다. 미국의 제국주의로서의 세계패권은 그렇듯 매우 아름다운 뽄새로 세련되게 깨져나가고 있는 중이다.
많은 전문가들이 북이 최근 들어 자주 사용하고 있는 ‘전략국가’라는 말에 관심을 주고 있는 이유다. 그 반대편에 있는 몇몇 관제전문가들이야 ‘전략국가’라는 말이 부상되는 것을 왜곡해보고자 돼도 않게 ‘정상국가’라는 말을 띄우려 갖은 애를 쓰고 있다. 하지만 봄이다. 겨울을 이기고 시작되는 봄은 누군가가 막는다고 안 오는 게 아니다. 미국이 제국주의국가이기 때문에, 두어 번 꽃샘 추위가 없을 수는 없겠지만 한반도의 봄 혹은 우리민족의 봄은 지금, 이렇게 성큼 성큼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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