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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과 전망

케리는 갑자기 왜, 북을 비난한 것일까?

by 전선에서 2014. 2. 27.

 

 

 

케리는 갑자기 왜, 북을 비난한 것일까?

<분석과전망>대화냐 대결이냐 갈림길에 봉착한 오바마행정부의 고통

 

 

너무 강도 높게 그리고 너무 갑작스럽게 북을 비난하고 나서는 케리 미 국무부장관

많은 사람들이 북의 도발을 말해왔다. 그 사람들의 말에 따르면 북은 마침내 ‘도발’을 했다. 27일 오후였다.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 4발을 발사했다.

북은 어떤 입장을 내놓을 것인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연례적인 훈련과정에서 있었던 일이라고 할 것인지 아니면 자주 그러했듯 침묵으로 일관하게 될지 알 수는 없다. 한미연합훈련 중이라 북미 간에 군사적으로 치열한 기 싸움이 있었을 것으로 군사전문가들은 추정하고 있다. 이번 미사일 발사사건이 이후 정세궤적을 어떻게 그리게 될지 전망하기는 쉽지 않다. 이와 관련하여 주목해야되는 것은 기본에 충실하는 것이다. 현 시기 북미간에 조성되어있는 총괄적인 정세를 제대로 개괄해내는 일이 그것이다.

 

"그들은 사람들을 처형하고, 122밀리미터 대공화기를 이용해 사람들을 제거하면서 주민들에게 이런 걸 보도록 강요한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26일 MS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은 지구상에서 가장 폐쇄적이고 잔인한 곳 가운데 하나다"면서 한 말이다.

케리 장관이 북을 비판한다는 것은 놀랄만한 일이 아니다. 한 두 번 비판하지않았다. 이미 오래 전부터 대량살상무기(WMD) 개발 및 확산 시도, 인권침해 등에 대해 비판적인 견해를 여러 차례 밝혔었다. 그러나 이번 발언은 달랐다. 비판이 아니었다. 비난이었으며 그 강도는 비할 수 있는 예전 사례가 없었다.

케리 장관의 갑작스럽고 강도 높은 대북비난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놀라워했다. 마치 지난 2002년 조지 W. 부시 당시 대통령이 이란, 이라크와 함께 북을 '악의 축'으로 지목했을 때의 ‘악몽’을 떠올릴 만도 했다.

그렇다면 케리는 왜 대북비난을 하고 나선 것일까? 그것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일까?

일각에서는 미국 내에서 케리 장관에 대해 일고 있는 비판여론에 대한 반작용일 수 있다는 견해를 제출하고 있다. 케리 장관은 북핵문제는 말할 것도 없고 이란핵문제와 시리아사태 그리고 최근에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하여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이유로 파고 높은 비판여론에 직면해 있는 상태이다. 틀린 지적은 아니다. 그렇지만 결정적인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북의 대미공세와 미국의 한미일3각군사동맹을 축으로 해서 조성될 북미대결전 정세

미국의 상원 군사위원회 인준청문회는 당해 북미대결전의 정세와 관련하여 언제라도 주목을 받는다.

25일 열린 청문회 역시 이후 북미대결전 정세전망을 조망하는데 짚어야할 핵심적인 내용들을 두루 다 담고 있다.

“권력을 계속 공고화하고 자신들이 원하는 방식의 협상으로 우리를 다시 끌어들이기 위해 추가 도발을 할 가능성이 크다"

로버트 워크 미국 국방부 부장관 지명자가 청문회에서 북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완전한 통제권을 유지’하고 있으며 권력을 계속 강화하고 있는 중이라면서 한 발언이다.

북의 도발을 언급하는 발언이지만 그러나 사람들은 별로 놀라지 않았다. 미국 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경쟁하듯이 내놓고 있는 것이 북의 도발이다. 북의 도발을 말하지 않으면 북 전문가로 자처할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른 형국이다.

그렇지만 북 도발 주창자들은 북의 도발을 말하면서도 그 도발의 목적에 대해서는 흥미로운 결론들을 갖고 있다. 북의 도발이 북미대결전을 대화국면으로 이끌어가기 위한 대미공세라는 것이 그것이다. 자칫, 도발이라는 표현이 적절한 표현이 아닐 수도 있음을 드러내주는 측면이다, ‘자신들이 원하는 방식의 협상으로 우리를 다시 끌어들이기 위해 추가 도발을 할 가능성이 크다’라고 말한 워크 지명자의 언급이 사람들에게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이유이다.

청문회에서 사람들이 읽을 수 있었던 것은 북의 도발 가능성만이 아니었다. 사람들이 동시에 확인한 것은 북의 도발을 빌미로 삼아서 어떻게든 한미일동맹을 강화하려는 강력한 미국의 의지였다.

워크 지명자가 북이 역내 동맹에 지속적으로 심각한 우려가 되고 있다는 것을 지적하는 것은 역으로 한미일동맹 강화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었다. 구체적으로는 북의 미사일과 대량살상무기(WMD) 프로그램, 확산 행위에 집중했다. “직접적이고 심각한 위협”이라는 표현을 썼다. 위협을 받는 대상으로 역내 동맹을 기본으로 여기에 아시아 주둔 미군을 말했지만 미 본토까지도 포함시켰다. “미국 본토에도 직접적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직접 강조한 것이다.

워크 지명자는 확산통제체제 강화, 국제 비확산 규정 개선 등을 통해 북의 확산 노력을 차단할 것이라고 했다. 그렇지만 그것으로는 역부족일 것이라고 실토 했다. "이런 노력에도 북한은 새롭고 복잡한 확산 네트워크를 통해 무기 관련 운송을 계속 시도할 것"이라고 밝힌 것이다.

워크 지명자가 이 부분에서도 강조하려고 했던 것은 결국 한미일3각동맹이었다. 북의 확산노력을 저지시킬 수 있는 계기를 한미일3각동맹에서 찾아야한다고 한 것이다.

데이비드 시어 아태안보 담당 차관보 지명자의 발언 역시도 북의 도발을 말하고 있지만 한미일3각동맹에 대한 강조가 더 커보였다. 최근 과거사 문제로 외교 갈등을 겪고 있는 한·일 관계에 대한 지적에서였다. “건강하고 공개적인 한·미·일 3국 관계를 원한다"며 "이는 북한의 도전을 억지하기 위한 중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한일 간의 갈등이 수습되어야한다는 것을 일반적인 차원에서가 한미일3각동맹 강화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음이 확인되는 대목이었다.

국방위 청문회니 만큼 한국의 전작권 전환 문제 역시 중요하게 취급되었다. 크리스틴 워머스 국방부 정책차관 지명자에게서 나왔다. 워머스 지명자는 "한반도의 안보상황이 심각하기 때문에 우리의 끊임없는 경계가 필요하다"면서 "공식 임명되면 '2015 전략동맹' 이행의 맥락에서 한반도의 안보상황을 계속 평가, 재점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작권 반환 문제를 북의 도발과 곧바로 연계시키고 있다고 하는 것 그리고 재 연기에 무게를 싣고 있다는 것 등이 확인된다. 북의 도발을 강조하면서 한미일3각동맹강화를 언급하고 있는 인준청문회의 기조는 전작권 재연기 문제까지도 북의 도발과 연계함으로써 한미일3각동맹강화 차원의 문제로 끌어들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미일3각동맹은 추상적인 문제가 아니다. 한미일3각군사동맹으로 구체화된다. 한미일3각군사동맹이 미국의 아태패권전략인 ‘아시아 귀환’에서 기둥으로 된다는 것은 특별한 설명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미국 상원 군사위 인준청문회는 한미일3각군사동맹을 수립하려는 미국의 일련의 구상과 실행계획이 미국이 말하는 북의 도발에 밀접히 결부되어있음을 대단히 선명히 보여준다.

이후 동북아 정세 특히 한반도 정세의 핵심적인 내용이 바로 이것이다.

북미대결전을 대화국면으로 진입시키기 위한 북의 대미공세 그리고 이를 빌미로 한미일3각군사동맹 수립에 박차를 가하려는 미국의 행보가 향후 한반도 정세의 핵심적인 축을 이루게 될 것으로 보이는 것이다.

 

 

대결이냐 대화냐의 갈림길에서 그러나 선뜻 대화를 할 수도 대결을 할 수도 없는 미국

북미대결전을 대화국면으로 진입시키기 위한 북의 대미공세를 미국이 단숨에 제압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결코 만만치 않은 일이다. 시간을 끌어도 마찬가지이다. 더구나 이와 동시에 북이 대미위협공세를 빌미로 삼아서는 한미일3각군사동맹을 수립하려한다고 해서 그것이 수월하게 이루어진다는 보장 또한 없다.

여기에서 현실상 돋보이게 되는 것이 북의 핵경제병진노선이다. 북이 핵경제병진노선을 국가발전전략으로 채택했다는 것이 북미대결전에서 차지하는 의미는 가히 결정적이다. 객관적으로 그렇다는 것이다. 폄하한다고 해서 폄하되는 것이 아니다. 부정한다고 해서 부정되는 것 또한 아니다. 부정할 수 없는 엄연한 현실이 북의 핵경제병진노선인 것이다. 예컨대 핵과 미사일 능력 발전이 특히 그렇다. 핵 미사일 능력은 미국이 어떤 특단의 조치를 취하지 않는 이상 날이 갈수록 강화발전될 수 밖에 없으며 더구나 그 발전 수준이 확산지경으로까지 단숨에 도달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은 다른 데서가 아니라 미국의 중심부에서 나온다.

"대화를 오래 중단하는 것은 위험만 더 악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

크리스토퍼 힐 전 미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는 26일 하원 외교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엘리엇 앵글(뉴욕) 의원이 의회 의사당 레이번 빌딩에서 주최한 포럼에서 그렇게 말했다. 오바마 행정부에 북과의 협상 재개를 촉구하고 '전부 또는 전무'(all or nothing) 정책을 포기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한 발언이다.

힐의 발언은 협상이 시간 낭비라는 주장 그리고 북을 처벌할 새로운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주장 등을 상대로 하는 직격탄 같은 비판이었다. 시간 끌기를 통해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으려는 북의 의도에 말려드는 것이라는 지적까지도 했다.

미국 덴버대 조세프 코벨 국제대학 학장을 맡고 있는 힐은 미국 내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 북핵 6자회담 미국 측 수석대표를 지냈으며 2007년에는 10·3 합의를 끌어내 북이 이듬해 6월 영변 원자로의 냉각탑을 폭파하게 했던 인사이어서이다.

거의 같은 날에 나온 힐의 조언과 케리의 대북비난은 정면에서 충돌한다. 그러나 그 충돌현장에는 세밀히 보지 않아도 또렷히 확인되는 것이 있다. 오바마 행정부가 대결이냐 대화냐의 갈림길에 도달해있다는 사실이 그것이다.

결국 케리의 갑작스럽고 강도 높은 대북비난은 대결도 대화도 쉽게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오바마행정부의 처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풍경으로 된다.

북의 대미위협공세와 미국의 한미일3각군사동맹을 축으로 해서 조성되고 있는 북미대결전 정세에서 그러나 선뜻 대화를 할 수도 대결을 할 수도 없는 미국이 과연 어떤 행로로 나아가게 될 지 많은 사람들이 응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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