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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과 전망

검찰이 대공수사국장실을 압수수색하지않은 이유?

by 전선에서 2014. 3. 12.

 

 

 

대공수사권이냐 남재준 원장이냐, 선택의 갈림길에 들어선 듯

 

국정원이 검찰에게 또 다시 문을 열어주었다. 310일이었다.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관련해서다. 지난해 '대선·정치 개입 의혹' 사건으로 압수수색을 받은 지 1년도 채 되지 않았다. 국정원이 처음 압수수색을 받은 것은 2005'안기부·국정원 도청' 사건 때였다. 이번이 세 번째가 되는 셈이다.

한 나라의 최고 정보기관이 이러한 일을 겪는 사례를 그 어떤 외국이 갖고 있을지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수난이라고 할 수 있다. 수난치고는 최고의 수난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국정원의 세 번째 수난에서 대단히 흥미로운 점을 발견하고 있다.

 

국정원에 대해 검찰이 압수수색을 했다고 하면 당연히 국정원과 검찰 사이에서 수사주체와 수사대상 간의 일반적인 관계 즉, 대립관계가 보여야만 한다. 그러나 그런 측면이 없어 보인다.

물론 일부 언론보도를 보면 검찰과 국정원은 대립하는 것처럼 보이기는 한다. 국가기관끼리 운명을 건 한판의 승부가 될 것이라는 선정적인 표현들이 등장하고 있다. 검찰의 전격적인 압수수색이라면서 검찰이 승기를 잡았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는 기조의 보도도 있다. 그렇지만 현실과는 다른 것들이다.

 

"검찰이 요란을 떨면서 압수수색을 했지만 결론은 압수수색이 아니라 압수 구색 맞추기였다"

 

민주당 정청래 의원이 11일 국정원 항의 방문 뒤 국회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정 의원은 이번 사건 총괄책임자라고 할 수 있는 대공수사국장실에 검찰의 압수수색 팀이 들어가지도 않았다고 했다. 충격적이다. 김현·신경민·진선미·진성준 의원들과 함께 국정원 2차장, 대공수사국장, 기조실장등을 만나서 확인한 것이라고 했다.

 

정 의원의 발언은 검찰과 국정원이 각각 수사의 주체와 대상임에도 불구하고 기본적으로 대립관계가 아니라 협조관계라는 것을 잘 보여준다.

그렇지만 이는 이상스러운 일이 아닐 수 있다. 얼마든지 자연스럽게 보일 수 있는 일인 것이다.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증거조작에 대한 의혹이 터졌을 때 곧바로 수사에 착수하지 않았던 검찰이었다. 대신에 진상조사팀을 꾸려서 조사를 한다고 했다. 지난 달 18일이었다.

처음에는 많은 사람들이 의아해했다. 그렇지만 사람들은 그 의아함을 금방 내려놓았다. 지난해 국정원의 대선·정치개입 의혹을 수사할 당시에도 검찰은 특별수사팀을 꾸리고 난 뒤 12일 이 지난 뒤에야 압수수색을 벌였던 것이다.

검찰이 수사에 착수할 대신에 진상조사라는 또 하나의 과정을 설정한 것에 대해서 사람들이 국정원의 증거인멸을 방조하는 것이라는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야했던 이유였다.

물론 조사에 성과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동시에 그 성과를 통째로 부정할 만한 요소들 또한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 자살을 시도한 국정원 협력자와 그를 수사했던 검사와의 친밀한 관계가 그 상징적인 사례의 하나가 된다.

 

검찰과 국정원이 수사주체와 수사대상임에도 불구하고 최소한의 협조관계를 보일 수 있는 것이 전혀 이상스럽지 않은 것은 사실 원천적이다. 검찰이 지난해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검찰이 보여준 행태에서 그것은 확인된다. 그 때 수사팀 전원이 좌천되었다. 더 나아가 검찰총장까지도 낙마했다. 사상초유의 일이었다. 국정원과 검찰이 대립적이어할 이유가 사라지고 만 것은 그때부터라고 할 수 있었다.

그때 사람들은 사실상, 절망했다. 사람들이 또렷이 경험한 것은 검찰이 정권의 핵심을 친다는 것이 얼마나 무망한 일인가 하는 것이었다. 검찰의 의지만으로는 검찰이 정권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을 확인시켜주는 것이기도 했다.

 

이것들은 사람들에게 검찰의 국정원에 대한 수사를 애초부터 신뢰하지 못하게 하는 원인들을 구성해주는 것들이었다.

그러면서도 사람들은 박근혜 대통령이 사건과 관련하여 유감을 표명한 것에 대해 주목했다. 압수수색이 있기 몇 시간 전에 일어난 일이다.

국정원의 대선개입의혹 사건은 박 대통령에게는 사실, 직접적으로 부담을 안겨주는 측면이 있다. 국정원의 대선개입문제에는 박근혜대통령과 직접적으로 관련되는 요소들이 적지 않은 것이다. 예컨대 대선 직전 박대통령이 댓글작업과 관련되는 국정원 여직원에 대해 인권문제를 제기하는 것으로 민주당을 직접적으로 공격했던 것이 그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국정원대선개입의혹사건을 정치적으로 확장시켜나가게 되면 권력의 심장부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검찰의 수사가 중도에 곡절을 겪게 되고 급기야 검찰 수장까지 낙마를 하게 된 것은 결코 이와 무관해보이지 않는다.

그렇지만 이번 사건은 박 대통령에게는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 되는 사안이다. 이로 인해 사건을 신속히 처리할 것에 대한 직접적인 지시를 할 수 있었을 것이었다. 6.4지방선거에 미칠 악영향이 고려되기도 했을 것이었다.

박 대통령의 유감표명이 사건의 신속한 처리를 주문하는 의미에서 주목되는 것이라면 검찰의 국정원 압수수색의 범위 또한 그만큼이나 주목해도 되는 중요성을 띠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압수수색에서 대공수사국장실이 제외되었다는 것은 검찰과 국정원의 협조관계를 보여주는 것만을 의미해주는 단순한 것이 아니다. 보다 중요하게는 이 사건에 대한 처리방향이 어디로 잡혀있는 것인지 짐작케 해주는 측면까지도 있어 보이는 것이다.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에 대한 수사라인은 대공수사국이다.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사건에서 핵심증거 조작에 관여한 의혹을 받는 인물들도 당연히 주로 국정원 대공수사팀 직원들이다.

대공수사국이 국정원의 부정과 관련하여 문제가 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문제이다.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대선개입 의혹으로 인해 국정원에 대한 권력축소 작업이 진행되고 있지만 그 와중에도 국정원이 끝까지 사수를 해낸 것이 있다. 대공수사권이다.

 

그러나 이번 검찰 수사로 국정원이 증거조작에 가담한 것이 확인되면 대공수사권은 회복하기 어려운 결정타를 맞게 된다. 무고한 사람을 조직적으로 간첩으로 몰았다는 것에서 빠져나올 구멍은 없는 것이다. 대공수사권은 국정원에서 핵심 중의 핵심이다. 국정원 입장에서 대공수사권을 폐기한다는 것은 조직운명에 관한 문제이다.

 

다른 한편, 남재준 국정원장에 대한 인책론이 여당 내에서 불거지고 있는 것 또한 주목할만하다. 김용태 의원은 11CBS라디오에서 "국정원은 입이 10개라도 할 말이 없는 기관"이라며 "남 원장은 스스로 판단해 대통령에게 누가 되지 않도록 결정하길 바란다"며 자진사퇴를 촉구했다. 전날 이재오 의원이 페이스북을 통해 남 원장 인책론에 불을 붙힌 것을 이어받는 양상이었다.

한 야당 정치권 인사는 박 대통령의 표현을 빌려서 이번 사건에 대해 설명을 하고 입장 피력을 했다. 대단히 비정상적인 일이라며 이를 정상화하는 길은 남재준 원장이 사퇴하고 대공수사권은 검찰이나 경찰에 이관해야한다고 했다.

그러나 이는 야당이 주장하는 특검이 실현되었을 경우에 가능 할 것으로 보인다. 야당성,투쟁성을 상실한 것으로 평가 받는 민주당에게서 특검 관철의 동력을 찾기란 현실적으로 쉽지가 않다.

 

이에 따르면 정권의 중심부에서는 이번 사건 처리방향을 대공수사권 이관이나 남재준 원장 사퇴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는 것으로 결정했을 것으로 보인다.

대공수사권이냐 남재준 원장이냐?

검찰의 압수수색에서 대공수사국장실이 제외되었다는 것이 유독 돋보이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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